편혜영 작가는 사실 생소하다. 성씨가 독특해서 이름정도는 알고 있긴 했지만 그녀의 소설을 읽어본적이 없었다. 인창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에 온다고해서 친구와 신청하고 갔었는데 읽은 책이 없는 관계로 일찍 만나 도서관에서 그녀의 책 <저녁의 구애>를 얼른 읽고 갔었다. <밤이 지나간다>는 근처 서점에서 친구 기다리다가 유일하게 서점에 남아 있는 편혜영 작가의 책이라 구입해 갔다. 좋은 시간이 되면 싸인이라도 받아둘 생각이었다. 역시나 책을 가져가길 정말 잘 했다. 예쁜 얼굴에 조근조근 말하는 작가가 마음에 쏙 들었다. 외모도 빛이 나는데 그녀의 얘기들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흠모하게 만들었다. 끝나고 친구와 여유없이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도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그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고, <저녁의 구애> 그리고 <밤이 지나간다>를 읽으며 줌파 라히리와 비슷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밤이 지나간다>단편집 안에 <해물 1킬로그램>이라는 소설이 있다. 아이가 실종된 부모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솔직히 가늠이 안된다. 어느새 10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때문에 웃고 울고 가슴 설레고 감동하고 그렇게 인간으로 살아가는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내 아이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영영 찾지 못한다면 나는 어떨 것인가? 밥도 못 먹으며 슬프게 무기력하게 살까? 남편과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될까? 머리 속으로 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가끔 아이들이 속상하게 할때, 혹은 경제적으로 무기력한 순간에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모든 순간을 부정하고 싶었던 날들도 분명 있었을텐데 지금은 별로 기억이 안난다. 그만큼 나도 컸고 아이들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아직 바깥으로 나가기 미숙했던 날들은 내가 모든 책임을 지며 지켜야만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해야할 것들을 해나가고 친구들도 사귀어 바깥에 나가 놀기를 더 소망한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떤 날은 8시간이 넘어간다. 그 시간에 나는 나대로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해야할 일들을 한다. 하지만 곧 저녁이면 모여서 다같이 저녁을 먹고 거실에 모여 있는 시간은 고작 3~4시간 정도가 된다. 이렇게 점차 아이들이 자라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 시간을 기대하고 고대했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과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비밀이 생기고 서로 알려주기 싫은 일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확실히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품안의 자식일때가 좋다는 선배들의 말이 그대로 내게도 실현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을 틈타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도 떨어보고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뭐든 배워보고 운동도 열심히 해보고 그러면서 점차 아이들과 책과 글과 멀어지는 나를 발견했다. 무심코 보내던 시간들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 그리 무료하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들과는 다르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상을 즐겼던 같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부모의 눈에는 어린아이로 보인다는 말을 떠올린다. 세상에 나와서 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것 같다. 언제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눈 앞에 아른 거릴 것만 같다. 세상에 사라지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부모의 곁에서 제대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을 느끼면서 말이다. 해물 1킬로그램을 정확하게 잴 수 없듯 인생도 결코 정확하게 계획한대로 살아가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인생이 어느 정도는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견딜 수 있는 고통까지만 견뎌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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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11-1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편헤영 작가 저도 좋아하는데 꿈섬님 직접 보고 이야기도 들으셨다니 부러워요...

꿈꾸는섬 2015-11-10 23:2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정말 오랜만이에요.ㅎㅎ
편혜영 작가는 블랑카님도 좋아하실 스타일이에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뵙고 싶은 분이에요. 말도 외모만큼 이쁘게 잘 하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