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을 걷는다 -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서울역사산책
유영호 지음 / 창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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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은 너무 유명해서 한번쯤 놀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요즘 그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어차피 자주 올라가지도 못하는 서울이지만 나 한명만이라도 덜 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북촌"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이번에 "서촌"관련 책이 나왔다길래 '혹여 내가 모르는 서울거리중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나.'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는데, 세상에 읽으면서 그곳을 여행가고픈 마음도 마음이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속속들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  북촌이라는 유명한 곳만 찾아 다닐게 아니라 서촌의 유서깊은 역사속으로 한번쯤 들어가 보는 것도 멋진 일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들고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웬만한 역사이야기는 꿰뚫을 수 있을 정도.



일단 나는 서울사람이 아니다보니 저자가 어디서 어디쯤이라고 설명했지만 감이 잡히지 않은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내가 아는 경북궁, 혹은 세종문화회관, 뭐 이런 지명이 나오니 대충 짐작은 해 본다.  세종문화회관이 지어진 배경에서 부터 북한과 자존심 싸움으로 더 넓게 더 크게 지어져야 했다는 생각해보면 참, 별거 아닐 수 있는 것들이 역사를 바꾸고 있다는게 웃기기도 하고 아이러니기도 하고......  게다가 60~70년대 들어서면서 서서히 땅값이 오르던 시기와 맞물려 국가와 개인간의 땅 맞바꾸기식으로 시세차익을 엄청나게 보는 경우, 일본의 잔재, 혹은 친일파, 그 자손들이 여전히 떵떵거리며 이세상을 활보하는 이야기.  게다가 역사적으로 유서깊었던 건물이 많은 탓에 일본이 그 뿌리를 뒤흔들고자 이래저래 건물들을 해체해 버린 이야기들은 읽을수록 가슴아파 오는 이야기였다.  더욱이 어째그리도 친일파의 청산은 하나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심지어 친일파들이 득시글거리고, 지금도 그 자손들이 독립운동하던 위인들의 자손보다 더 잘살고 더 큰소리치고 더 높은 지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아팠다.  게다가 내가 알던 이들, 이름만 들어도 오호~ 하는 사람들이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에 나자신에게도 실망스러워 지는 기분.  이건 정말 국가에 대한 원망도 생기지만 나 자신부터 그들이 어떻게 재산비축을 했고, 친일파임에도 떳떳하게 살아가는지 내가 비록 알아야한다는 게 아무것도 아닐지언정 알고라도 있어야겠다는 화남.




워낙 지금 내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하루가 멀다하고 부서지고 세워지는 세상이다 보니 보존되어야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메우는 새로운 빌딩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을수록 더 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역사적 존재는 보존되어 져야 하건만...... 특히나, 존경받아야 할 위인들이 살았던 건물들은 더더욱 그래야하는데 서울의 땅값이 어디 한두푼이래야 말이지.  그런곳을 주인들에게 손대지 말고 그저 보존만 하라고 하면 그게 또 안되는 게 현실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마음. 

서촌의 길을 따라 책을 읽어가다보니 우리나라 역사의 근, 현대사가 전부 눈에 들어오는 느낌.

부서져서 마음아프고, 보존되었어도 아픈과거 때문에 회한이 가득한 마음.  모든 곳들이 역사의 현장이고 모든 건물들에 사연이 있어서 더 의미있는 서촌의 이야기였다. 

서촌, 그곳을 걷다보면 이중섭이 머물렀던 곳에서 예술혼을 같이 느끼고, 윤동주 시인이 짧게 지내다간 그곳에서 같은 호흡을 하고, 비록 후궁의 신분이라 종묘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한때나마 왕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들의 행복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나는 책으로 간접체험 한 것이지만 고스란히 책속으로 그 느낌이 전해져 오는 기분이었다.  서울 여행을 하게된다면 신나는 놀이동산도 좋치만, 이 책을 들고 서촌길을 따라 그들의 숨결을 함께 느껴보는 것도 의미가 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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