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들이 나오는 순간부터 이번 휴가엔 꼭 이 책들을 들고 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물론 저는 책이 나오는 순간 이미 다 읽어버리고 말았지만, 두 번, 세 번 읽어도 좋을 책들이므로 잊지마시고 이 책들 눈여겨보세요. 일단, 가볍고! 얇고! 읽기 좋은 세 권의 책+1권 입니다. 

 

파도 부서지는 파란 바닷가를 바라보며 서 있는 오토바이의 두 남자, 뭘 보고 있는 걸까? 바다에 빠진 듯한 배? 아니면 파도타기(!)를 즐기는 듯한(설마, 수영을 못해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닐 테죠) 멍멍이? 근데 어쩐지 그 광경을 바라보는 두 남자의 시선이 바닷가가 아니라 영화 속의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다가 그립고 오토바이라도 타고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아니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라고 할까? 이건 휴가지에서 읽어야 할 책이로구나!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해 일 년 동안 주거니 받거니 영화, 일상, 추억을 나누던 두 친구의 책이다. 『대책 없이 해피엔딩』, 김중혁(계속 김연수가 앞이였으니 이번엔 김중혁을 먼저 써보겠슴다^^)과 김연수.

책 출간부터'대책 없는' 헤프닝을 보이며 독자들을 즐겁게(난 그 일이 왜 그리 즐겁던지, 책을 두 권이나 받아서가 아니다.ㅎㅎ 대책 없다는 제목과 그 일이 꼭 이벤트처럼 엮여 웃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신간 사고는 대박이랬나? 암튼!!) 해 주었는데 책을 읽으면 거의 박장대소 하는 부분이 많아 여행가서 킬킬거리며 가볍게 읽기 딱 좋다는 거다. 물론 여행 가서도 무겁고 어려운 책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번엔 가벼운 걸 한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지! 무쟈게 즐거워질 것이다.  

(…)조선희 편집장이 내게 물었다. 최근에 본 영화는? 내가 재빨리 대답했다. <세 친구>입니다. 비디오 말고.(비디오로 본 거 어떻게 알았을까나?) 없습니다. 말하지 않았던가, 돈 받으며 공부하려고 시험쳤다고. 세상에 총검술 배운 뒤에 입대하는 사람도 있겠는가? 어쨌든 질문은 이어졌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질문. 코언 형제의 철자는? 그것만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시,오,에이치,이,엔.'당신이 권투선수를 원하면 나는 당신을 위해 링에 오를 거야." 우리 정다운 블루스타임에 흘러나오던 노래 <아임 유어 맨>을 부른 레너드 코헨을 나는 좋아했으니까. 시, 오, 이, 엔.입니다. 그리고 조선희 편집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책은 지난 한 해동안 있었던 사회적 이슈, 개봉되었던 영화, 둘 사이에 있었던 사사로운 일들, 그리고 둘 만이 가진 추억들을 이야기 해준다. 독자를 웃음 짓게하고 때론 짠한 마음이 들게도 만들고 또 가끔은 꽤 진지한 이야기들로 독자의 마음을 조정한다. 읽다 보면 이 둘의 우정이 미치도록 부러워져서 나도 이 둘처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생각하기에 이르러 주변 친구들을 점수 매기게 된다. 그러다가 아, 씨~ 난 왜 절친이 없는겨? 한탄하기도 하는… … . 암튼, 아직도 휴가갈 때 읽을 책을 못 골랐다면 이 가벼운 책, 『대책 없이 해피엔딩』을 잊지 마시라! 안 읽으면 후회할 것이다! 

 

이번엔 얇은 책이다. 여름에 뭐니뭐니해도 공포가 최고다. 그 공포 중에서도 젤 무서운 것은 역시 귀신이다. 귀신 중에서도 최고 등급은 바로 처녀귀신인데 긴 머리칼 풀어헤치고 입가에 시뻘건 핏줄기 한가닥 내려주시면서 음향 효과로 으히히히히~(어째 코믹스럽지만;;;) 소리 한 번 내주면 여름이고 더위고 싹 달아날 것이다. 그러니 이 책 『처녀 귀신』은 휴가 가서 읽기에 딱 좋다. 낯선 여행지에서 읽는 귀신이야기. 살짝 소름끼치면서 시원함을 더해줄 것이라는.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인문서다. 여름이면 등장하는 귀신들 중에서도 총각 귀신은 없는데 처녀 귀신은 왜 그리 많은지, 도대체 언제부터 처녀 귀신이 형성되었는지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조선시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 시대엔 여자들이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다. 그런 까닭에 ''이 맺혀 죽은 여자들은 그걸 풀기 위해 이승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온 것이다. 내 이야기 좀 듣고 내 한을 좀 풀어달라는 의미랄까. 그 시대에 여자들은 죽어서야 할 말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참 맘 아픈 일이다. 

(…)귀신이 만일 자기 삶의 장르를 정할 수 있다면 비극을 택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죽은 뒤에야 목소리를 부여받은 자, 말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다. 그들은 산 자를 위협하러 온 사신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어 현실로 찾아온 상담 신청자다. 귀신이야기가 타자의 관점에서는 공포물이지만 당사자의 관점에서는 비극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5세기 지식인 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에는 귀신의 슬픔에 공감하는 서생들이 등장한다. 고아에 친구도 없는 외톨이, 가난한 독신남인 그들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대상이 처녀귀신이라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

어쨌거나, '죽은 뒤에야 그 꿈을 이루는 소망의 존재이자 비운의 주인공'인 처녀 귀신의 궁금증을 이번 휴가에 다 알아보자. 저자의 말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와 상상력으로 읽어본다면 귀신이 두려웠던 사람들도 아하, 공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웰 컴 투 귀신의 세계!!! 

 

세 번째 책은 여행 책의 진수를 보여주는 베스트셀러 『끌림』이다. 이 책은 내가 추천을 하지 않아도 정신없이 팔려나갈 책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추천을 하는 이유는 5년 만에 다시 읽었기 때문이고, 5년 만에 읽은 책에 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게 좋은 책들은 읽을 때마다 감동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정말 그랬다. 감동이다. 감성으로 똘똘 뭉친 글들이 연방 내 맘을 자극한다. 그 많은 여행 책들이 매달, 매년 쏟아져나오는데도 『끌림』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의문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걸 알겠다. 좋다, 그저 좋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고나 할까. 

책이 온 날 5년 전에 구입한 책과 비교해보았다. 사진의 해상도와 더 추가된 사진들, 글들이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새 『끌림』을 읽으면서 밑줄 친 문장들과 5년 전의 문장들을 비교해보았다. 어머낫! 내 감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나보다. 그때 밑줄 그은 문장하고 새 『끌림』에 그은 문장이 대부분 일치한다. 다른 게 있다면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글에 공감하고 있더라는 거였다. 꼭 내 맘 같은 감성적인 문장들, 누구에게든 들려주고 싶은 시 같은 글귀들, 그리고 가슴을 파고 드는 애틋한 글들. 시인의 글이라 확실히 다르구나! 그때도 느꼈을 텐데 새삼 느끼게 되었다. 5년이면 『끌림2』가 나오기도 할 텐데 그건 또 언제쯤 나올 수 있으려나, 새 『끌림』을 읽고 나니 『끌림2』가 더 기다려진다.  

(…)사랑의 시작은 그래요. 
어떤 이상적인 호감의 대상이 한번 내 눈을 망쳐놓은 이후로,
자꾸 내 눈은 그 사람을 찾기 위해 그 사람 주변을 맴돌아요. 
한번 본 게 다인데 내 눈은 몹쓸 것으로 중독된 무엇처럼
그 한사람으로 내 눈을 축축하게 만들지 않으면
눈이 바싹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거죠.(…)
 

여행지에서 읽는 여행에 관한 글, 다양한 세상의 모습들과 함께 휴가의 행복을 배로 증가시켜 줄 책이다. 

 

그리고 플러스 1의 책은 바로 이 책이다. 뜬금없지만 이건 보너스라고나 할까,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다 큰 아이들이야 지들이 알아서 읽을 책을 구해 가겠지만 아직 어린이인 귀염둥이들은 어른들이 골라주는 책을 읽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책이 살짝 으스스하면 아이들은 더 좋아할 것이다. 어, 그렇다고 이 책이 공포그림책이라는 소린 아니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이 아이들을 살짝 겁을 주면서 즐겁게 해줄 수 있기에 좋아할 것이란 얘기다. 바로 『시골집이 살아났어요』라는 그림책이다. 

우리 조상들은 집과 마을 곳곳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단다. 이 지킴이들을 코믹하게 그려내어 이야기를 풀어간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우리 옛것에 대해 알려주는 계기가 되고 또 즐거운 옛이야기 속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똥 마려워……."
강이가 조그만 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쉬."
산이가 말했어요.
"에이, 화장실은 아파트가 더 좋은데!"
들이가 짐짓 큰 소리로 외쳤어요.
셋은 일부러 쿵쾅쿵쾅 뛰어서 뒷간으로 갔어요.
그리고 뒷간 문을 벌컥!
"으악, 귀신이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여름에 대청마루에 누워 할머니가 해주시던 옛날 이야기 속에 살아 있던  '변소 귀신'이니 '우물 귀신'들. 이야길 듣고 나면 화장실에도 못가 발을 동동 굴리고. 이제 그런 재미는 정말 민속촌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재미를 살짝 맛볼 수도 있겠다.   

 

여행을 가서도 책을 읽는 어른과 어린이, 참하다고 해야할지 대책 없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휴가 가서 읽는 책은 그 휴가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ㅋㅋ 그러니 이번 휴가 때도 책책책! 잊지말자. 그 중에서 위에 추천한 저 책들!!! 후회 안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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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이끼 2010-07-1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어떤 책을 가져갈까....골라봐야겠어요^^

readersu 2010-07-16 18:16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 책 골라가세요^^

mira 2010-07-1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녀귀신잼날것 같애요

readersu 2010-07-19 09:49   좋아요 0 | URL
아주 흥미롭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2010-07-18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9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새 2010-07-1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후~ 책 소개글을 읽다보니 어서 휴가가고프네요.ㅎㅎ

readersu 2010-07-19 09:52   좋아요 0 | URL
가자니깐!!!!! 휴가!!

2010-08-03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