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웩, 이가 있어! 우리반 친구들 4
앙토넹 프와레 지음, 아멜리 그로 그림, 이재원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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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 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머리에 기생하며 피를 빠는 해충인 ''머릿니(이)''를 달고 살았으나 DDT라는 약품(살충제)이 공급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로 거의 사라진 줄 알았던 머릿니가 요즘 다시 유아들이나 초등학생들에게서 발견되곤 하여 학부모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한 아이의 머리에 이가 우글우글 하는 것을 반 아이가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는데, 작가가 프랑스인이라는 점, 그리고 2005년도 작품이라는 점에 좀 놀랐었다. 프랑스라면 그래도 선진국에 속하는데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후진국에서나 발견되는 머릿니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어떻게 쓸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이다. 그런데 머릿니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애완동물 사육과도 관련이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해충이라고 한다. 특히 아이들은 유치원, 학교 등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머릿니 같은 해충의 감염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예전에 실제로 머릿니를 옮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그림책을 관심 있게 보았는데, 책에서 이가 우글우글~ 하는 마티유는 콧물도 삐져나와 있고, 얼굴이며 손 등에 얼룩이 묻어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아이이다. 아이들은 책을 보면서 마티유의 머리 위에 뛰노는 이들을 보고는 ''우웩~''하기도 하고 반 친구들이 마티유을 도와주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들이 우스웠는지 깔깔거리기도 하였다. 마티유의 친구들은 엄마가 약을 발라줄 것을 생각하며 우울해 하는 마티유를 물구나무 세워서 흔들어주는데 이란 녀석들, 머리카락에 딱 달라붙어 어지간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얼른 참빗을 책 속으로 넣어주고 싶어진다. 그 옛날 빗살이 촘촘한 참빗으로 머리를 빗고 나면 얼마나 시원하고 개운했던가..

  마티유의 친구들이 이를 퇴치할 목적으로 만든 특효약은 역효과만 난다. 그래서 이번에는 별 다섯 짜리~ <이 호텔>을 만들어 큰 효과를 보고-실제로 그런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이만- 나중에 이것을 아주 요긴하게(?) 쓰기도 한다. 4권의 그림책 시리즈에서 늘 쌍둥이들이 친구를 놀리는 밉살스러운 행동을 하던데 이 책에서도 쌍둥이들이 이가 있다고 마티유를 계속 놀려댄다. 그러나 "마지막에 놀리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이나니, 친구를 자꾸 놀려서야 되겠는가. 
 - 2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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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발일까? - 세계의 신발 그림책은 내 친구 21
정해영 글.그림 / 논장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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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전통 신발을 소개해 놓은 지식 그림책으로, 글과 그림 속에 신발과 더불어 전통 의상과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 있는 작품이다. 요즘은 운동화나 구두 등의 현대적인 신발이 보편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어 전통 신발을 신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진 각국의 전통신발을 책을 통해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으니 참 좋다. 알록달록한 문양과 색감, 각양각색의 모양새 신발들을 보느라 눈이 즐겁고, 톡톡 튀는 다양한 의성어들 덕분에 귀가 즐겁다.
  

 신발의 재질이나 모양 등은 기후나 풍토 같은 자연 환경, 생활 방식이나 문화 등과 관련이 크다. 땅이 질퍽한 곳에서 적합한 나무 신발(클로그, 나막신 등) 눈과 얼음에서 발을 보호해주는 가죽 신발(머클럭, 고탈) 같이 기능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신발도 있고, 주티나 꽃신 같이 외형적인 미를 강조한 신발도 있다. 우리가 신는 신발은 바닥을 디디는 발을 보호하기도 하고, 옷과 어우러지는 장신구 역할도 한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신발들과 보충 설명으로 그런 점들을 잘 부각시켜 놓았다.
 
 


 신발에 촛점을 맞춘 장면의 글은 의성어와 동시 시구 같은 짧고 간결한 문장과  ‘누구 발일까?’라는 질문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퍽질퍽한 진흙길을 걸을 때 나는 소리는 철벅 철벅, 눈을 밟을 때 나는 소리는 뽀드득뽀드득... 이처럼 느낌과 소리를 절묘하게 표현해 내는 우리말의 풍성한 어감이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신발이 땅에 닿을 때 나는 소리나 신발의 모양을 표현한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에 그 신발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의 글자체의 색이나 기울기를 다르게 연출한 점도 특색이 있고, 글자 아래쪽에 땅의 특성을 포함한 땅 그림을 얄팍하게 배치하여, 밑줄을 그은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하면서 한 번 더 눈길을 끌게 만든 점 또한 글자를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다음 장을 넘기면 그 신발을 신은 아이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신발과 더불어 입고 있는 전통의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클로그'라는 신발을 신은 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서는 배경에 보이는 풍차와 튤립을 통해 네덜란드임을 짐작케 한다.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든 '오키'를 신고 두꺼운 옷을 입은 아이는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이글루로 향하고 있다. 나무 굽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게다'를 신은 여자 아이는 댓살이 보이는 우산을 들고 분홍빛 벛꽃잎이 내려앉은 다리 위를 걸어간다. 다양한 꽃무늬로 장식된 기모노 치맛단이 참 어여쁘고 화사하다.  



  전통 신발을 신은 여러 아이들의 모습을 양 책장에 걸쳐 담은 그림이 중반과 후반에 나오는데, 개별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은 신발도 있다. 의성어, 의태어와 신발 이름을 짝지어 놓아서 여러 차례 보다 보면 저절로 짝 맞춰 외어질 것 같다. 처음에 신발에 관한 책인데 왜 제목을 '누구 발일까?'라고 지었을까 의아했는데 마지막에 소개된, 아무 것도 신지 않은 아이의 발을 보고서야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마사이족은 5킬로미터도 넘는 거리를 맨발로 걸어 다닐 수 있다니, 참 대단하지 않은가. 신발 신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



  본문 마지막 장에는 발자국 소리와 신발 그림을 보고 누구의 신발인지 맞춰 보는 코너도 마련해 놓았다. 그림 속의 신발들이 금방이라도 저 혼자서도 타닥타닥~움직이거나 춤출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 뒤에 실린 "세계의 신발"에서 앞서 나온 신발들의 특징과 재질, 형태 등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설명을 보충해 놓았다. 신발 코가 위로 솟은 '고탈(몽골 신발)'의 신발 코는 말의 등자에서 발이 빠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성스러운 땅을 짓이기지 말라는 종교인 라마교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한다. 

 종이, 털실, 가죽, 천 등의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들을 보니 작가가 그림 하나에 정성을 참 많이 기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종이의 재질과 색감을 이용하여 동물의 모습과 특징을 재현해 내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스티브 젠킨스의 그림책들을 볼 때면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재능 있는 작가가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신발과 땅의 여러 가지 느낌을 잘 살리고 지식도 녹아 있는 이 그림책을 보니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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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기획부터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이에요. 각국의 전통과 풍습, 문화를 알게 하는 이런 책들이 좋아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콜라주 기법도 이 책에 딱이군요!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참, 당선 축하해요. 이 바쁜 와중에 멋진 리뷰도 써주시공...^^

올리브 2010-03-1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을 축하드려요 ^^
이 책 정말 좋더라구요.
여기 있다보니 이런 책들은 영어로 얼른 번역이 되어서 세계 각국 아이들에게 우리작가들의 멋진 솜씨를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짧은 그림책에 참 많은 내용이 함축된 책 같아요. 다양한 흉내말도 환상적이고요.
연우 양도 엄청 좋아하는 책이 될 것 같고요.

다음에 나올 책들도 기대된답니다. 또 한 분의 멋진 작가를 알게 된 것도 기쁘고요.
 
누에가 자라고 자라서 - 곤충아줌마가 들려주는 누에 이야기
정미라 지음, 박지훈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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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블로그 이웃 분이 아이가 원해서 누에를 키우고 있다며,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을 보면서 어떻게 키울 엄두를 냈을까 싶어 대단하게 여겨졌었다. 실은 작은 아이가 키워보자고 한 생물 중에 하나가 누에인데, 꿈틀 꿈틀~ 거리며 기어 다니는 족속을 매우 싫어하는-손으로 만져야 되는 것도 아닌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키우기 싫은 곤충이다.

 이 그림책은 주인공이 친구에게 얻은 누에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일들을 담고 있는데, 이야기 속에 누에의 생활환- 알에서 깨어나 나방이 되고 알을 낳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곤충아줌마라 불리는 작가가 실제로 누에를 키우면서 관찰한 경험을 이야기로 탄생시킨 이 작품이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한다. <똥떡>, <고무신 기차>등의 그림을 그린 박지훈씨가 그림을 맡았는데, 전반적으로 정적이 느낌을 주는 화풍이라 더 생동감 있게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곤충박사로 불리는 아들(재진군)과 더불어 작가 분도 곤충을 무척 좋아해서 '곤충 아줌마'로 불린다는데 본문에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소개글을 보니 곤충 아줌마 네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 호랑나비 등 별별 곤충들을 길러 본 모양이다. 누에는 쉴 새 없이 야금야금 먹고, 싸고, 한 잠 푹 자고, 또 먹고 싸고 자고~ 하는 일을 반복하는 동안에 자고 나면 (허물을 벗고) 큰 것을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속도로 쑥쑥~ 자라는 모양이다. 재진이 동생이 누에를 "먹보에 편식쟁이, 똥싸개"라고 지칭하였는데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





 누에가 먹는 먹이는 오로지 한 가지, 뽕잎이다. 아무 잎이나 주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뽕잎만 주어야 하는데, 뽕나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닌지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싶다. - 본문 글을 보니 재진이네 가족이 '국사봉'이라는 산에 가서 뽕잎을 딴다는 설정이던데, 그 곳이 거제에 있는 산이 아니고 국사봉터널 근처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집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이다. - 먹다 보면 손이며 입이 꺼매지는 오디(뽕나무 열매)를 우리 아이들도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먹어본 적이 있을 텐데 무슨 맛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누에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신기한 단계가 바로 누에들이 제 몸에서 하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 때가 아닌가 싶다. 꼬리에서 실을 뽑아내는 거미와 달리 누에는 입에서 하얀 실을 뽑아내어 집(고치)을 짓는다. 그 하얀 고치 속에 들어앉은 것은 번데기이다. 번데기... 과자가 흔치 않던 시절에 뜨끈하게 데워지고 있는 솥을 걸고 다니는 리어카에서 신문지나 폐지로 만든 종이 고깔에 담아 팔던, 하나씩 입에 넣던 그 것. 요즘 아이들은 징그러운 모양새 때문에 안 먹을 것 같다. 



 후반부에서는 고치를 뚫고 나온 나방이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는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본문 뒤에 '곤충 아줌마가 들려주는 누에 이야기'에서는 누에가 어떤 곤충, 양잠의 역사가 얼마나 되는지 알려 주는 정보페이지가 추가되어 있다. 누에의 일생을 그림을 곁들어 설명해 놓기도 하였고, 누에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도 알려준다. 마지막 쪽에 누에 박물관 및 체험관 정보도 담아 놓았다. (앞 속지의) 작가 및 그린이 약력을 적은 글 아래쪽에 적힌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에를 기르며 관찰한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관찰일기 양식을 다운받을 수 있다.

-  즐거운 관찰 활동을 도와주는 관찰일기 양식 다운로드: www.inbumo.com

 

 누에는 40여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알에서 유충, 그리고 성충으로의 변화를 모두 보여준다고 한다. 작디작은 알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조금씩 자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하는 과정을 관찰하다 보면 알 하나하나마다 깃든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생명의 경이로움을 절로 깨달을 것 같다. 이 책을 본 아이의 반응은 당연히 "키우고 싶어요!!"였는데, 다른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누에가 환경이 더러우면 잘 자라지 못하는 곤충이라고 했는데, 책의 그림을 보면 누에들이 뽕잎을 먹고 나서 배출한 초록똥으로 주변이 지저분해 보인다. 누에가 배출한 오물들을 치워야 하는지- 새 잎을 줄 때 한 번씩 청소를 해주는지- 그냥 두는지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없어서 궁금증이 인다.  (별점은 4.5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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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과 재주 많은 일곱 형제 국민서관 그림동화 101
마거릿 마이 지음, 홍연미 옮김, 무시엔 쳉 그림 / 국민서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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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혹 작가가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재주 많은 형제들을 데려다가 역사 속 실제 인물인 진시황과 결합하여 이야기를 꾸며낸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더랬다. ^^ 그런데 본문 뒤에 실린 글을 보니 중국에도 재주 많은 형제가 등장하는 옛이야기가 전해지는 모양이다. 동서양의 옛이야기들을 비교해 보면 세부적인 사항은 다르지만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등과 같이- 내용의 유사성을 찾아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는데, 이 옛이야기 또한 그런 케이스인 모양이다.
 미국어린이도서협회 '블루 리본 북'을 수상하였으며,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주목할 만한 도서'로 선정도기도 한 작품.  



 일곱 형제는 제각기 신체적인 면에서 놀라운 재주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천리 밖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둘째는 천리안을 지녔으며, 셋째는 산을 옮길 만큼 힘이 장사이다. 뼈가 단단한 쇠로 되어 있는 넷째, 쑥쑥 자라는 다리를 지닌 다섯째와 불길 속에서도 타지 하는 신체를 지닌 여섯째,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이 마을을 잠기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막내. 똑같이 생긴 사람을 여럿 그려 놓은 한 장면을 보면서 처음에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동작을 하는 모양새를 그렸나 싶었는데, 본문을 읽고 보니 생김새가 쌍둥이처럼 비슷한 일곱 형제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중국 최초로 통일 제국을 이룬 진시황이 중국을 다스리던 시절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거대한 만리장성을 축조하기 위해 많은 백성들에게 힘든 노역을 시킨 탓에 후대에 악명 높은 황제로 알려져 있다. 
  



 첫째가 만리장성 쪽에서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둘째가 만리장성에 난 큰 구멍을 메우기 위해 사람들이 밤낮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막내가 사람들을 가여워 하여 울음을 터트리려 하자 힘이 장사인 셋째가 만리장성으로 간다. 재주 많은 형제들은 움직임도 초고속으로, 다들 30초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신출귀몰함을 지녔다. 오, 역시 대단해!! 셋째가 한나절 만에 만리장성에 난 구멍을 메워 놓자 진시황은 힘이 센 장사를 그냥 두면 훗날 화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에 셋째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아랫사람이 지나치게 뛰어나면 윗사람은 행여 자신을 넘어설까 싶어 불안감을 느끼게 되나 보다.





 이후로 진시황의 명령으로 한 형제가 죽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다른 형제가 가서 서로를 바꿔치기 한다. 황제가 목을 베라고 하면 넷째가 가고, 바닷물에 빠뜨려 죽이려고 하면 다섯째가 나선다. 이는 형제들이 걸음걸이며 말투, 무엇보다 생김새가 비슷하기에 가능한 일. 깊은 물에 빠진 다섯째가 다리가 쑥쑥 자라 얼굴을 물 밖으로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요즘 아이들이 한창 즐겨 보는 '원피스'라는 애니에 등장하는, 고무처럼 몸이 죽죽~ 늘어나는 주인공이 생각나서 아이들과 그 이야기를 하며 한 차례 웃었다. 




 본문 중에 진시황의 막강한 위엄을 강조하는 다양한 수식어-'떠오르는 태양보다 더욱 눈부시고 거룩하신', '속삭이는 소리도 ... 천둥소리 같은 막강하신' 등등-들이 인상적이다. 황제를 어찌 보면 살짝 비꼬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진시황은 천하를 호령하는 막강한 권력과 위세를 지닌 존재인 반면 일곱 형제는 일반 평민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들이 지닌 재주를 발휘하여 목숨을 지켜내었으며, 황제를 물리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는 사람들을 가여워 하는 막내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옛이야기는 힘을 합쳐 위기에 대처하는 협동심과 서로를 아끼는 형제애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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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2-2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어요.^^
설 잘 보내셨죠?
이쁜이들이랑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향기로운 2010-02-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을 고르다 아영엄마님 서재까지 오게되었네요^^ 협동심과 형제애를 일깨워 줄 책이라니 귀가 쫑긋하네요^^ 잘 지내셨지요^^
 
칠면조를 부탁해! - 크리스마스 파티 맹앤앵 그림책 5
나탈리 다르정 지음, 박정연 옮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 맹앤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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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벌써 12월이라니! 11월의 마지막 날을 보낼 때만 해도 한 해가 다 가고 있다는 느낌이 덜했었는데 마지막 장인 12월 달력을 보니 연말이 다가온 것이 실감난다. 아이들에게 12월 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뭐니 뭐니 해도 겨울 방학과 크리스마스! (시험도 있겠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을 듯) 특히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먹음직스러운 요리도 먹고, 선물도 받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크리스마스는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생일잔치만큼이나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다. 

 


  우리나라야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히 준비해서 먹는 음식이 없지만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칠면조 요리가 빠질 수 없는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기로 한 늑대, 여우, 족제비. 여우가 제일 미모로운 칠면조를 납치(?)해 오긴 했는데 집에 도착하자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진다. 여우에게 잡힌 칠면조라면 고양이 앞의 생쥐 마냥 발발~ 떨어야 정상이겠지만 이 칠면조 아가씨는 뭔가 다르다! 자루에서 나온 칠면조가 집안 꼴이 엉망이라며 청소부터 하라고 엄명을 내린 것이다. 집안이 난장판인 것은 파티 준비 준비에 임하는 자세가 아니긴 하다. 손님 초대해서 맛있는 요리를 먹는 날에 청소는 기본이지~. 


 


 칠면조 아가씨는 안락의자에 떡 하나 자리 잡은 자태가 영락없는 안방마님 포스이다. 청소하는 여우가 투덜거리며 본분을 다하여 집안이 깨끗해질 무렵에 도착한 족제비와 늑대. 이들은 칠면조 요리 빼고는 다른 음식은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파티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들통 날까 칠면조가 시키는 대로 음식 재료를 구하러 갔다 온다. (배경이 눈 내린 겨울인데 새싹을 구해오는 설정은 조금 애매하게 여겨진다.) 


 


 칠면조가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카드놀이도 하며 멋진 시간을 보낸 세 동물은 이까지 닦고 잠자리에 든다. 와우~ 잠자리에 드니 책도 읽어 준다! 그 뒤로 여우, 늑대, 족제비는 칠면조가 시키는 대로 빨간 열매가 달린 장식용 호랑가시나무, 큼지막한 트리용 나무, 장식 줄 등을 준비하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한 마디로 칠면조가 시키는 건 다 열심히 해~~. 


 


 마침내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 되자 칠면조는 자신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물어보고는 포도주에 익혀지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겁게 준비하며 이제껏 잘 지내온 세 동물들로서는 밤잠을 설칠 만큼 당황스러운 이야기. 새로운 친구를 어찌 구워 먹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늘 자기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주는 존재이거늘... 
-  잡아먹으려는 쪽과 잡아먹히게 된 쪽이 함께 지내게 된 <화요일의 두꺼비>라는 동화책을 보면 심술궂던 올빼미 역시 결국 두꺼비를 잡아먹지 못한다. 그게 다 함께 지내며 쌓은 정(우정이든 인정이든)때문 아니겠는가~.  



   

 그러자 칠면조는 일 년의 유예 시간을 갖기로 한다. 세 동물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 같이 지내온 정 때문에라도 잡아먹을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게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요리를 해주는 칠면조라니, 상전으로 떠받들고 모실만 하다니까~. 그러고 보면 칠면조도 참 영리하다니까. 세 동물을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기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 칠면조가 되는 것을 뒤로 미룬다고 했다지만 따지고 보면 자기 목숨을 스스로 구한 셈이지 않는가. 칠면조가 이 책에서 보여 주는, 어디 가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과 지혜로움은 우리 삶의 커다란 원동력이다. 해피엔딩의 결말과 등장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함께 웃음 짓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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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미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