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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준것을 쉽게 잊을 수 있겠니.

다른 것도 아닌 마음인데...

 

김탁환 <나, 황진이>

 

 

 

 

 

 

 

 

 

 

 

 

 

 

모네, 양산을 든 부인, 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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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그녀는 버스로 읍내에 가서 주치의로부터 장기 처방전을 받았고 그걸로 백 정 가량의 수면제를 샀다. 거기에다 그녀는 비도 오지 않았는데 예쁘고, 손잡이가 약간 굽은 빨간 우산을 샀다.

늦은 오후에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거의 텅 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두 사람이 아직 그녀를 목격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딸이 살고 있는 옆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모든 것이 여느 때와 같았다. <우린 농담도 주고 받았어.>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그녀는 막내와 함께 텔레비젼을 보았다.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란 연속극을 보았다.

그녀는 막내를 자러 보내고 텔레비젼을 켜놓은 채로 앉아 있었다. 그 전날 그녀는 미장원에 갔었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했다. 그녀는 텔레비젼을 끄고 침실로 가서 갈색 투피스를 옷장 속에 걸었다. 그녀는 진통제를 몽땅 입안에 털어놓고 거기에다 갖고 있는 신경안정제도 모두 먹어치웠다. 그녀는 생리대까지 끼운 위생 팬티에 팬티 두 개를 더 껴 입고, 머릿수건으로 턱을 단단히 묶고는 전기 담요도 켜지 않은 채 무릎까지 내려오는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몸을 주욱 뻗고 양손을 가슴 위에 포갰다. 장례식을 어떻게 지내달라는 것만 씌어 있는 편지의 마지막 대목에 가서야 그녀는 <드디어 평화롭게 잠들게 되어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썼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그녀의 진심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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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미워하지마. 동지. 우리 같은 전차병들은 항상 시체더미 사이로 다니지. 우리 전차바퀴에는 시체에서 떨어져나온 살조각이 붙어다닐 정도야. 그 썩은 살덩이 냄새를 씻어내려면 전차를 통째로 강물에 넣어야 해. 그래서 그랬나 봐. 그놈이 여자시체를 내동이치고 함부로 하는 걸 보니 참을 수가 없었어. 그놈을 죽였어야 하는데. 하지만 정말, 네가 아니었다면 난 살인을 저질렀겠지. 그래봐야 소용도 없는 일인데. 우리도 똑같지 뭐. 시체 바로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자니까. 누구든 다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변명할 뿐이지...... ."

"됐어요. 그만 하세요."

"아니, 난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 어쨌든 그놈은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쳐 준 셈이 됐지. 최소한의 휴머니즘 말야."

바오 닌 지음 <전쟁의 슬픔>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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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 me to the end of love by Jack Vettriano

누구나 한동안은 자신의 운명과 싸워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지고 마는 것이 보통입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법칙은 인간의 의지보다 훨씬 강력한 것입니다.

아무리 열렬한 감정이라 할지라도 운명의 힘에 부딪치면 부서져버립니다.

자기 생각만으로는 어떻게든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모든게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때문에 언젠가는 이성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뱅자맹 콩스탕  <아돌프>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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