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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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이 모 일간지에 연재된 소설이라 해서 사서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용은 궁금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검은꽃>인데 아마도 아리랑을 읽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감동이 반으로 줄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제와 든다.

<키친>의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은 고아가 된다. 다 자란 어른이니 고아는 아니겠다. 어쨌거나 대학원생 여친과 헤어지고 다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도 잘리고 고배의 연속인 주인공에게 '벽속의 요정'이 나타난다. 일순간 구원과도 같은 사랑이 찾아왔으나 이 친구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퀴즈쇼에서 만난 이를 따라 '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기이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다시 벽속의 요정과 조우하게 된다는 걸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고시원에서 만난 옆방 처녀의 죽음을 목도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는 옥상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답게 묘사되는 부분이라 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 처녀는 낮에는 일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어느 날 자살하고 만다. 우리의 주인공이 빌린 이십 만원을 갚기도 전에 말이다.

소설은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배운 세대지만 취직하기는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고시원 쪽방의 삶이 남일 같지가 않다. 오늘날처럼 불안정한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안정된 삶을 좇는 현대인들에게 그것은 한갓 꿈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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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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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해서는 충동구매를 잘 하지 않는데, 어쩌다 충동구매를 했다. 제대로 살피지 않고 책을 구입한 내 잘못이랄 밖에. 결론은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거다. 도무지 접속되지 않는 이야기들이라니,, 어쨌거나 내게는 심리치유라는 개념에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었다.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사야 할 책은 수도 없이 많고...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다른 좋은 책에게 밀릴 만큼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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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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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동안 선생의 대표작들을 많이 들어는 왔으나 정작 제대로 읽은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수많은 동화들을 이제부터라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다.

동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지만 어른들도 동화를 통해 마음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 세파에 눌려 살다보면 동심을 잊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동심과 마주할 때 얼마나 깊은 감동을 받게 되는지.

이 책은 선생의 산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전쟁으로 황폐화된 조국으로 건너와 야만적인 시대를 온몸으로 견디며 힘겹게 살아온 삶의 이력이 켜켜이 녹아 있었다.

평생을 낡고 허름한 공간에서 몸의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그토록 아름다운 동화를 쓸 수 있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돈을 잔뜩 벌어 남을 구제한다는 마음보다 내가 좀더 가난하게 덜 차지하기만 해도 그게 바로 이웃을 위하는 일인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이런 물질의 평등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함께 있는 사회구조로서는 절대 민주주의가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부자는 그 부를 지키기 위해 권력과 결탁을 할 테고 가난한 사람은 굶어죽을 수 없으니 자연히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하니까요. 가난한 사람들의 목숨도 목숨입니다. 살기 위하여서는 누군들 자기 몫을 찾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 <우리들의 하느님> 70쪽

텔레비전이나 지면을 통해 우리는 '부자'라는 말, '재테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직장인들의 소망을 들어보면 대게 '잘 먹고 잘 사는 거'다. 넓고 좋은 집에 살며, 비싸고 고급인 차를 가지면 잘 사는 걸까? 겉으로 보기에는 잘 사는 게 맞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기에 잘 사는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면 그런 행복은 아주 잠깐 느끼는 희열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공허'가 자리하고 있다.

'공허'를 이기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선생의 수많은 저작을 통해 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와 <무소유> 같은 책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공통된 것은 청빈한 삶이다. 우리가 성직자처럼 살 수 는 없지만 그들이 사는 모습의 얼마만이라도 닮고자 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과 바다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그들은 수세식변소도 없고, 일류 패션디자이너도 없고, 화장품도 없는데도 어째서 그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울까? 물 한 방울, 공기 한줌도 그들은 더럽히지 않는다. 수천만 원씩 들여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저 그날 살아갈 만큼 먹으면 되고 조그만 둥지만 있으면 편히 잠을 잔다. 절대로 쩨쩨하게 수십 채의 집을 가지거나 수천만 원짜리 보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처님께 찾아가 빌지 않아도, 예배당에 가서 헌금을 바치고 설교를 듣지 않아도 절대 죄짓지 않고 풍요롭게 산다. - <우리들의 하느님> 80쪽

선생은 평생을 산골에서 소박하게 살며 수십억에 이르는 재산을 북한 어린이와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시아의 어린이에게 모두 기부했다고 한다. 이 책은 풍요로운 시대에 결핍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새겨야 할 책이다. 진리를 이토록 쉽고 감동적으로 쓸 수 있는 게 참 놀랍다. 더 많이 가지지 못해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나 욕심이 자꾸 늘어간다고 생각이 될 때, 불평 불만이 쌓여갈 때 우리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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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전희식.김정임 지음 / 그물코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가만히 있어도 눈물겹도록 좋은 봄날이다. 좋은 책의 요건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않고 대책 없이 밀려드는 감동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감동’이란 것이 문학적 장치일수도 있겠고, 지식에 대한 갈구일수도 있겠고, 진리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겠다.

전희식의 <똥꽃>을 읽으며 얼마나 많이 웃고 울었는지. 나도 모르게 피어나는 웃음과 뭉클해지는 순간을 여러번 경험하고서야 책을 덮을 수 있었다.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언젠가 우리의 부모는 늙는다. 우리도 언젠가 부모의 모습이 된다. 장수하고 계시는 나의 두 분 할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다.

두 분 다 모진 세월을 감내하고 살아오셨다. 특히 나의 외할머니는 저자의 어머니처럼 나이 마흔 즈음에 남편을 여의고 육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몇 해 전 문지방에서 다리에 힘이 없어 고꾸라지는 사고로 튼튼하던 이가 많이 손상되어 응급실 신세를 진 이후로 할머니가 많이 쇠약해지셨다. 이대로 할머니가 잘못되시는 건 아닌가 걱정을 했었는데 점차 회복하셔서 이젠 예전의 기운을 차리신 것 같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다리에 힘이 없어 문지방을 넘다가도 그리 크게 다칠 수 있구나, 나는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을 하시는 터라 우리 자매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우리는 늘 심부름을 하고, 늘 혼이 났다. 그래서 가끔 만나는 친할머니가 더 좋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외할머니가 우리를 돌보느라 참 고생하셨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라도 치려고 하면 어디 가서 오지도 않아 할머니 애를 많이 태웠다 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새로운 기억들이 차지하는 탓인지 별로 남아있지 않다. 호되게 야단치시던 무서운 할머니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제 얼굴에 그어진 수많은 주름과 더불어 약한 모습뿐인 할머니가 그저 짠하다. 그만큼 우리는 자랐고 할머니는 늙으셨다. 

노인들도 그걸 안다. 당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기가 죽어있다. 시선도 멀찌감치 밖으로 향하는 때가 많다. 혹 실수라도 해서 자식이 난처해지지는 않을지, 또는 자기가 곁에 있는 것을 자식이 창피해하지는 않을지 눈치부터 살핀다. 자식을 따라온 부모가 행사장 구석에서 모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자꾸 어린애처럼 보채는 것을 많이 봤다.

언제 끝나냐고, 왜 이런 데 데리고 왔느냐고, 부모 구경시키려고 데려왔냐면서 집에 어서 가자고 자꾸 보채면 자식도 짜증이 난다. 방에만 있는 게 딱해서 바람 좀 쐬라고 모시고 나왔는데 그걸 못 참고 그러느냐고. -74쪽

노인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어떤지 가감 없이 잘 나타내고 있는 부분이다. 할머니는 외롭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지만 노년의 외로움이 더 애처로운 것은 진정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지 않는 데 있다 하겠다.

책 속에는 자연이 있고, 사랑이 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자식이 있고,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다. 그 속에서 가늠하기 힘든 감동이 켜켜이 녹아 있다. 저자와 어머니가 구사하는 사투리는 시골집 아랫목보다 더 따뜻했다. 싱그러운 봄날, 햇살보다 더 따뜻하고 눈부신 책을 만나 행복하다.

이 책은 자식들에게 효도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 뿐이다. 부모가 가장 편해서 온갖 투정부리고 홀대하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 부모와 조부모의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게 하고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몸으로 행동하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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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 플라워링 파우더 팩트 - 21호- 라이트 베이지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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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체험단 화장품 후기.

넓적한 파우더팩트만 사용하다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되니 우선 부피감이 작아서 좋았다. 처음 용기를 열었을때 꽃모양이 굴곡있게 그려져 있어 넘 이쁘기도 했다. 21호는 내 피부에 잘 맞았고, 사용감도 좋았다. 화장품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이라면(화장을 잘 안하는, 또는 많이 바르지 않는) 이 정도 용기가 적당할 것 같다. 큰 용기를 오래 쓰다보면 식상해지기 십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다. 팩트 전 단계에서 자외선 차단 제품을 발라 주는 것이 좋다. 여러단계에 걸쳐 바르면 오히려 자극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자외선이 강한 봄이니만큼 각별히 신경쓰면 좋겠다.

비싼 화장품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요즘 저가 화장품들도 얼마나 좋던지. 화장품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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