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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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책이 연말까지 팔린다고 하니 일단 독자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그 뉴스가 나기전 우연히 동네 서점에 가니 법정스님의 책이  

종류별로 한권씩'만' 다 있어 내가 가지지 않은 책들을 몽땅 쓸어오면서  

뒷골이 땡겼는데  

정말 다행이다. 

 

그때 대부분 쓸어오면서 '유이'하게 없던 것이 '무소유'와 '홀로사는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다시 판매가 되길 소망하다가  

우연히 책 꽃이에서 '홀로 사는 즐거움'을 발견하고는  

얼마가 기뻤던지...  

'어머 이책도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마 그 무렵이었던것 같다. 

두아이의 육아가 너무 힘들고 지루하여, 언제 크나, 언제 다 키우고 

홀로사는 즐거움을 누려볼까 하며 제목만으로도 대리만족 하며 샀던....^^  

 

이책 또한 스님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맑고 향기로운 책이다. 

은은한 녹차와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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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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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에 비해 서간체에다 별 수식도 없는 문체라  뜨아~했는데  

다 읽고 보니 모두 작가의 의도였었고나. 

카스트, 카스트 .. 세계사시간에 몇줄 배운 그 제도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인도. 

 

평소 영어로 말하는 인도 영화 몇몇을 보면 신뢰감이 안 들었는데 그 이유는 

영화속 인도의 주인공들은 너무 잘먹고 잘 살기 때문이었다. 

인도의 빈민가는 썩어가는데 영화속 성공한 인도인의 집은 너무 으리으리해서 

속이 다 울렁거렸다. 

  

옛날 우리네 민중들이 살다살다 못살면 민란을 일으켰듯이  

인도 빈민들도 쪽수로 밀어붙여 한바탕 들고 일어났으면 속이 후련하겠건만...ㅉ ㅉ... 

말도 안되는 노예와 같은 현실을 체념도 아니고 당연한듯   

몸으로 받아내며 사는 사람들 속에서  

'발람'같은 화이트 타이거(세상 잘 만났으면 개천의 용이 될..벋뜨, 재주는 있으나 끈이 없는 빈민? 흰 호랑이는 한세대에 한번 세끼를 낳기에 귀한데... )는   

승천도 못해, 

예속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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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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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홀로선 나무>에서 이미 한차례 선생의 글감옥 인생을 

피력한바 있어 별 기대 안했는데 비슷한듯 하면서도  

첨가된 내용들이 있어 또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인간이 만든것 중 최고의 3대 발명품을 일러 선생은 

' 정치 , 종교, 언어'라 하였다. 과연!  

 

일견 합리적인 발명품들이지만 파고들면 그것들 때문에, 

그것들이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물어뜯고 싸우고 폭탄투하하고.... 

그냥 새들처럼 지지배배만 하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종교없이 그냥 살었으면.. 

정치없이 중구난방으로 되는데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 

아무튼 이책엔 노년을 살고있는 작가의 안목과 지혜가 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 지금은 뉴라이트 대표(인가? 였나?)에 대한 얘기가 없다는 것. 

질문들을 안했나. 

 

박태준 포철 전회장에 대한 얘기는 조정래 선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한강>에서 김진홍 목사에 대해 아주 좋은 면이 부각되어서  

나름 감동받았는데... 지금의 김목사는 <한강>이후의 모습이라 어쩔수 없는 것인가. 

 

나는 지금의 김진홍 목사에 대해서 선생이 어떤 감회를 갖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누가 내 대신 질문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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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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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깎고 승복을 하나 얻어 입고 갔더니 깜짝 놀라시며 구참(묵은 중) 같다고 하셨습니다. 머리를 깎으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종로 거리를 걸어서 한 바퀴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 본문 198쪽 

스님 되는 일이 그렇게 좋으셨나요? 그 좋던 스님 생활을 그만두고 법정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 일기일회. 모든 것은 생애 단 한번뿐. 매일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듯해도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르기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하시며 스님은 갔다. 

이 책 <일기일회>(문학의 숲 펴냄)를 사놓고 오늘내일 읽어야지 하는데 스님이 입적하셨다. 스님의 '마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우리가 본대로다. 법정 스님은 만인의 가슴을 향기롭게 물들이고 소박하게 떠났다. 
    

책 절판하라는 말씀에 부랴부랴 책꽂이를 뒤져보니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와 <버리고 떠나기> 그리고 이 <일기 일회>뿐이네. 흐린 보랏빛의 <물소리 바람소리>도 분명 있었는데 누굴 주었는지 못 찾겠다. 

많은 사람들이 <무소유>를 말하지만 나는 20대 시절 <텅빈 충만>으로 처음 법정 스님을 만났다. 텅 빈 충만. 그 형용모순이 주는 감동과 따뜻하고 정갈한 글에서 한없는 충만감을 느꼈다. 

그러나 당시는 20대라 당장은 나 자신을 그렇게 비우고, 또, 그렇게 충만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허나 이 다음 언젠가는 그 비움의 미학을 다시 꺼내어 내 삶의 등불로 삶아야지 하며 '텅, 빈, 충, 만' 네 글자만은 가슴에 새겼다.

그러다 내 나이 30대는 가톨릭 사람들에 아름다움을 느끼느라 잠시 불교도 잊고 스님도 잊었다. 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2000년 무렵부터 우리나라 절들은 대형 금불상, 석불상 건립에 앞을 다투었다. 대형 불상이 돈 되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바른길이 아니라면 부처님이 꿈에라도 스님들에게 나타나 '내 이름 팔지 말라' 죽비를 내리쳐야 되는데, 왜 바라만 보시나 원망스러웠다. 때문에 한국식 불교가 싫어 부처님의 가르침도 매력 없었다.

얼마나 베풀고 나누었는가만 재산으로 남을 뿐, 다른 것은 다 무상

그랬는데, 이렇게 바야흐로 봄인데, 꽃이 채 피기도 전에 법정 스님이 돌아가니 새삼 사무친다. 스님도 사무치고 부처님의 가르침도 사무치고. 스님을 모르고 산 지난 십여 년이 헛헛하다. 하여, 어리석은 중생이 뒤늦게 스님의 지난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마디마디 향기로 가득 차 있고나. 

특히나 이 책은 내가 불교에 관심 '없던' 지난날들(2003년~2009년)이자 스님이 마지막 생의 불꽃을 태우던 시절에 한 말씀들이라 더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글의 내용은 물론 문장의 형식, 법문을 하시는 숨결까지 걸림 없이 아름답다. 

물이 흐르고 꽃피는 것이 보이는 '수류화개실'에서 고요하고, 소박하고 정갈하게 사는 것이 스님이 제일로 추구하는 삶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님은 나눔을 통한 깨달음을 가장 강조하였다. 사람은 늙을수록 '성숙'해져야 되는데 그 성숙은 '나눔'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또 사람은 성숙해질수록 '젊어'진다고 하였다. 

때문인지 스님은 세속 나이 78세에 입적하였지만 나눔을 통해 성숙해지고 젊어져서 내 느낌에는 스물넷 머리 깎았던 그 파리한 젊은 나이로 돌아가서 입적하신 듯하다. 

맑음은 개인의 청정과 진실을 말하고, 향기로움은 그 청정과 진실의 사회적인 영향력, 메아리입니다. 도량에서 익히고 닦은 기도와 정진의 힘으로 자기 자신은 물론, 가정이나 이웃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시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니 절이나 교회를 습관적으로 다니지 마십시오. - 본문 21쪽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 삶 자체가 수행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거듭거듭 성숙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혜와 용기가 생겨서 휩쓸리지 않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 본문74쪽

내안의 샘에서 아름다움이 솟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남과 나누는 일을 통해 나 자신을 수시로 가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참선하고 염불하고 경전을 읽는 것은 자신을 가꾸는 추상적인 일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나눔의 삶을 살아갈 때 내안에 들어있는 자비심이 샘솟듯 생겨납니다.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는 영원한 기쁨입니다. - 본문 96쪽 

자비심에서 지혜가 싹틉니다. 자비가 없는 지혜는 지극히 메마른 것입니다. 한국 불교는 깨달음을 우선시하면서도 깨달음의 행을 할 줄 모릅니다. 행을 통해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지, 깨달음의 행 없이 정상에 이를 수 없습니다. 끝없는 자비의 행을 통해 지혜가 싹트고, 지혜와 자비가 하나가 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행의 길입니다. - 본문 194쪽 

결국 한 생애에서 무엇이 남습니까? 얼마만큼 사랑했는가, 얼마만큼 베풀고 나누었는가, 그것만이 재산으로 남습니다. 그 밖의 것은 다 허무하고 무상합니다.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 본문 228쪽

사람은 살아온 세월만큼 인간적으로 성숙해야 합니다. 성숙할수록 젊어집니다. 성숙해져야 모든 것이 제대로 보입니다. 전에는 결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이를 먹고 안으로 여물기 시작하면 새롭게 다가옵니다. 산마루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자기가 한 걸음 한걸음 밟고 올라온 길이 한눈에 내다보입니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 본문295쪽

이처럼 스님은 매 법회 때마다 관념적으로 수행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선행'과 '나눔'을 실천하길 거듭거듭 강조하셨다. 때로는 같은 말로, 또, 때로는 다른 비유로 복을 짓고 마음을 써서 깨달음에 이를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승복 입은 채 다비해주고

사리 찾으려 하지 말라

탑도 세우지 말라

책은 절판해라.....' 

마지막 가는 길에서까지 스님은 '무소유'를 말씀하셨다.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순간 속에서 살고 순간 속에서 죽으라. 자기답게 살고 자기답게 죽으라.'

'집이든 물건이든 어디에도 집착하지 말고 그날그날을 감사하면서 순례자처럼 살라'고도 하였는데 그래도 책마저 절판하라 함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아직은 안 되는군요. 그 소중한 잠언들을 절판하라 하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가란 말인지요. 흐려진 우리들의 눈과 마음이 좀 더 맑아질 때까지 만이라도 절판의 때를 미뤄주면 안될는지요.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뜨거운 장작불에서 한줌 재로 말끔히 소진 되신 그 '텅 빔'만큼 또 다른 세상에서도 그 '비어있음'만큼 '충만'으로 영원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스님의 맑은 향기는 두고두고 우리네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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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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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씀, 사회평론 펴냄). 나도 가끔은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은 정말 노조 없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과연 삼성 직원들은 노조 없이도 행복할까. 임금 협상 때마다 머리띠 두르고 신경전 벌이는 다른 기업들보다 아무런 투쟁 없이도 월급이 상당한 자기들이 훨씬 이득이고 신사답다 만족하는 것일까. 

아니면 삼성에서 노조 설립하면 어떻게 되는지 '김성환 위원장'의 인생역정이 웅변으로 말해줘 용기고 뭐고 혼비백산 말도 꺼내지 마라 뭐 그런 것인가. 정말 물어보고 싶은데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하도 서민이다 보니 주변에 삼성 다니는 사람을 구경 할 수 없어서다. 그런데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록을 보니 노조의 '노'자도 꺼낼 수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네.  

이를테면, 삼성 공장 관할 관청 공무원을 매수해서 노조 설립 신고서를 아예 수리 자체가 되지 않도록 했다. 매수된 공무원은 신고서가 들어오면 신고서 수리를 일단 미루고 바로 삼성에 알려줬다. 그러면 삼성은 재빨리 유령노조 설립 신고를 했다. 이런 작업은 구조본뿐 아니라 계열사 차원에서도 이루어졌다. 계열사마다 노조 담당이 있었고, 이들은 노동자들을 면밀하게 감시했다. 노동조합 설립 기미가 보이면, 관련 주동자를 사실상 납치해서 회유, 협박했다. 이런 식으로 한 명씩 각개 격파하면, 결국 노조 설립 시도는 불발로 끝나곤 했다.

- 본문 139쪽

노조가 없어도 (김용철 변호사는 10조라 했지만 많이 양보해서) 삼성특검이 밝힌 4조 5천억씩이나 되는 비자금 같은 것을 모으지 않는다면 나름 고개를 끄덕여 주겠으나 그렇지 않으니 우려가 되는 것이다. 

4조 5천억. 비자금 규모로 볼 때 전두환은 이건희에 비하면 아래도 한참 아래다. 김용철 변호사는 과거 검찰 재직시절 전두환 비자금을 직접 조사하였던 바 전두환의 비자금은 '1조원에서 450만원이 모자랐다'고 한다. '1조'라 하니 감이 안 오는데 숫자를 바꿔서 한번 써보자. 1조는 얼마나 큰돈인가 하니 '9999억+1억'이다. 

이건희의 비자금 4조 5천억 원은? 9999억+9999억+9999억+9999억+5000억+1억+1억+ 1억+1억= 4조 5천억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1억만 해도 꿈의 숫자이거늘.  

이건희 일가와 25만 삼성 임직원은 별개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한다. 첫째, 김 변호사가 하는 말이 다 참이라도 삼성하고 붙어서는 백전백패다. 둘째, 삼성의 비리를 밝히는 것은 좋지만 삼성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가 무너지기 때문에 반대한다. 

이 책은 우리의 이런 그릇된 우려를 말끔히 씻어준다. 이건희의 비자금을 몰수하면 삼성이 망하고 그리하여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 어쩌냐고? 천만에.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자꾸 비자금 건으로 몰아붙이면 삼성이 한국에 있는 공장들을 해외로 다 이전해 버릴 거라 던데, 그런 걱정도 염려 붙들어 매시라. 

왜냐하면 삼성은 해외로 화끈하게 가고 싶어도 못가는 이유가 있으니 그것은 노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세계 50위 그룹 안에서 노조 없는 회사는 아마도 삼성뿐 일 것인 바. 세계 500대 안에 드는 기업이라면 설령 노조가 없다 하더라도 제멋에 산다지만 '국제 표준'을 부르짖으면서 '노조는 없어요'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삼성이 노동자들에게 노조의 권리를 안 주고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다 비자금 때문일진대, 가계의 비자금은 비상시 천군만마이지만 기업의 비자금은 타락의 지름길일 뿐.

모든 일에는 뿌리가 있기 마련이다. 삼성 비리의 뿌리는 비자금이다. 비자금이 없었다면, 삼성이 권력을 매수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비자금은 결국 삼성 임직원들이 흘린 땀의 대가를 빼돌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은 생산 현장에서 흘린 땀의 대가를 빼돌려 정치인과 관료, 법관, 언론인, 학자를 매수했다.

- 본문 346쪽

그리하여,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재용에게 삼성그룹 전체를 넘겨주기 위해 임직원들이 온갖 불법 탈법행위를 저질러야 했던 게 삼성의 최근 상황이었다. 나는 이런 현실과 역사를 고발했다. 삼성을 해롭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오히려 삼성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치우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건희 일가와 소수 가신집단이 걸림돌이다. 이들은 기껏해야 100~200명 정도다. 한줌도 안 되는 이들 때문에 25만 삼성 임직원들이 범죄행각의 공범으로 몰리게 됐다. 오히려 멋진 포부를 품고 삼성에 입사한 임직원들이 이건희 일가에게 배신을 당한 셈이다.

- 본문 20~21쪽

이건희가 빼돌린 비자금을 모두 토해내어 투명한 회계를 지향하고 노조를 허용한다면, 삼성은 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통'은 있을지라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부패상은 우리 모두의 탓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쉬운 언어와 진솔한 고백으로 채워져 있다. 김 변호사가 첫 고백성사를 정의구현 신부님들께 했다면 이번 책은 이 땅의 시민들에게 하는 고백성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양심가인지 배신자인지는 책으로 된 이 조금은 긴 '고백성사'를 읽어보고 결정함이 더 타당할 것이다. 

심리 분석가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김 변호사의 마음결을 느낄 수가 있다. 삼성그룹에게나 이건희 개인에게나 김 변호사의 고백이 약이 될지언정 해는 안 되리라 생각하는데 글쎄 당사자들은 여전히 쓸까. 쓰다고 느낀다면 안타깝다. 

사실, 내 경우는 문화방송 간판 뉴스진행자가 삼성으로 갈 때부터 이유 없이 삼성이 싫어졌다. '뭐 좋다 싶은 사람은 다 빼가는 거야?' 털린 기분이었다. 덥석 홀려서 가는 사람도 미웠다,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화는 사라지고 진정으로 삼성이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때문에 이 책의 추천글을 쓴 전종훈 신부님의 말씀이 깊이 와 닿았다. 

'이 책은 일종의 고백록입니다. 특정인들을 향한 원망이나 미움 때문에 만들어진 기록이 아닙니다. 공연히 남의 치부를 공개해서 망신을 주자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함부로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부패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간절했던 꿈이 경제의 민주화로 열매 맺는 날을 고대하며 기도합니다.

- 추천의 글 7쪽' 

맺으며

광고도 없이 출간 보름만에 8만부(추정)를 육박한다면 진실에 목마른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내친김에 쭉 나가서 3월엔 30만부, 4월엔 40만부, 5월엔 50만부…. 그렇게 계속 읽혀졌으면 좋겠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진정으로 삼성이라는 기업에 애정을 갖고 싶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식이 엇나가는 것을 보고도 계속 옹호만 하는 것은 진정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삼성의 비리를 보고도 눈감아 주는 것은, 세계적인 비웃음거리이자 궁극적으로는 삼성에도 도움 안 되고 오히려 삼성을 더 큰 '대도'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잘못된 부분을 도려내어 더 이상 삼성이 곪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고백록을 일러 역사도 못되고 신화도 못되는 '야사'라고 하였으나, 천만에, 당신의 고백은 훗날 반드시 '역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야사보다 재미(?)있었고 진솔했으며 진실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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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진 2010-03-1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이멜로 들어온 알라딘 뉴스레터, " 지난달에 산 책 중에서 읽은대로 리뷰를 올리면 좋은 글을 선정하여 알라딘 적립금 1만원을 드립니다. " 를 읽다가 들어와본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이 리뷰를 읽고나니 다시 가슴이 찌르르울립니다. 구정 연휴에 읽고 찜질방엘 들고가서 읽고 하며 5일만에 그 두꺼운 책을 다 읽고나서 역시 김용철 변호사는 '난사람' 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 데....이번의 도요다 사태를 보면서,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가 세계적으로 엄청난(?) 리콜사태를 보면서 품질관리, 인사관리 제대로 하지않아서 곪고 곪아서 터진 사태를 보면서 삼성도 이와 다르다고 생각하지않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본의 모 신문 편집장이면서 도요타의 어두운 암날 (?) 이라던가 하는 책을 낸 사람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저도 잠시 삼성을생각했었습니다.
그의 인터뷰에 의하면 메이저 출판사나 신문에서는 그 책을 내지않아서 중소출판사에서 책을 내다 보니 많이 읽이지는 않았다고 하는 그는 도요타가 매년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쓰면서 언론도 광고주 눈치를 보느라고 아픈 소릴 쓰지못했다고 하더군요 바로 그분도 도요타가 우리나라의 삼성같은 회사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언론과 정부, 소비자단체들에 재갈을 물리고 도요타의 아픈 부분을 지적하지못하는 바람에 오늘나로가 같은 사태를 맞게 되었다고 하는 데 글쎄 삼성은 주요 제품이 자동차가 아니라서 덜할까요? 이런 아픈 소리도 수용 할 수 있는 기업과 사람만이 다가올 위험을 스스로 막는 매개가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김용철변호사의 고백록은 정말 역사가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글 잘 읽고 갑니다. 꾸우벅~~

폭설 2010-03-11 14:37   좋아요 0 | URL
도요타사장은 나름 다른줄 알았는데 언론플레이를 그러코롬 했군요.
수년전 직원들 자를수 없다며 울기에 좀 다른줄 알았는데 ....
삼성의 미래는 도요타고 도요타의 과거는 삼성이군요.

진솔한 댓글 감사해요. 김용철 변호사의 책 정말 대박났으면 좋겠어요.~~~
<인 빅터스>에서는 공을 매개로 흑백의 화합을 도모하던데
우리는 김변호사의 책으로 이'더러운 세상' 뒤집어 엎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