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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평점 :
『정욕』을 펼치기 전, 나는 문득 우리 사회가 정말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는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묻고 싶었다. 아사이 료의 이 소설은 그런 나의 의문에 대한 도발적인 초대장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에 내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페이지는 계속해서 넘어갔다.
이 책은 ‘바른 욕망’이 무엇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의 기준은 과연 무엇을 바탕으로 설정되는가를 질문한다. 이는 단순히 성적 취향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관습과 편견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아사이 료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과 욕망을 드러내며, 이를 사회적 ‘정상’과 대비시켜 보여준다.
소설은 세 인물, 히로키, 나쓰키, 야에코의 삶을 통해 각자 다른 욕망과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들의 삶은 서로 교차하며, 사회적 연결망 안에서 각자가 겪는 고립과 소통의 문제를 짚어낸다. 특히 나쓰키의 캐릭터는 대중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만의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아사이 료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지 않는 소수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의 욕망이 우리와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떻게 같은지를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그것이 사회적 ‘정상’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유사한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정욕』이 제시하는 ‘바른 욕망’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그보다는 각자의 욕망이 어떻게 사회적 규범과 부딪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욕망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도 이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각자가 그 다양성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이 어떻게 각자의 삶을 형성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정욕』을 읽은 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문구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그만큼 이 책은 독자의 세계관을 흔들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아사이 료는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바른 욕망’을 찾아갈 용기를 북돋는다.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답은 각자의 내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문학이 이토록 생각을 자극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값진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출판사(@readbi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