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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이화 지음 / 열림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두툼한 책 한권. 저자는 재야사학자로 왕성할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이이화 님. 그의 이름을 내걸고 나온 만화로 된 한국역사 책에서도 깊이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기에, 기대와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겼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권을 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쉽게 권해줄만한, 한권으로 된 우리 역사책을 펴내고 싶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외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에게 괜찮은 한국사 책을 선물하고 싶은데 마땅치 않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동감이다. 그리고 어디 외국에 사는 사람들 뿐이랴. 학창시절 접한 국사교육 외에 한국사를 다시금 접할 기회가 없었던 어른들에게도 권할 만한 한권의 책! 그래서 이 책의 기획 의도는 일단 높이 살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넘겨보았을 때 가장 놀란 점은 텍스트 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점이다. 국사교과서에도 필수로 등장하는 지도와 연표는 물론이고, 대중 역사서에 요즘 잘 나오는 사진도 없다. 게다가 각주도, 참고문헌도 없다. 적잖이 당황스러우면서도, 대중 역사서이면서 또한 단권으로 만든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지레짐작해본다. 그래서인지 오로지 ‘텍스트’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의도한 바 일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살펴보면 정치사가 중심이 된 가운데 문화사의 비중도 적지 않다. 특히 발해사에 할애하는 분량이 많은 편이고, 6월 항쟁까지 다룬 현대사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民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크다는 것은 고려 무신정권기의 ‘민중세력의 등장’, 조선 후기의 ‘비밀결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리 없이 술술 쉽게 읽히는 반면, 전반적으로는 여러 권으로 된 역사 개론서를 요약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러면서도 왜란과 호란을 각각 조일전쟁, 조청전쟁으로 부르자는 제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만의 고유한 색깔을 담으려는 인상도 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소제목과는 다른 내용이 간혹 눈에 띈다는 점. 가령 ‘후기 신라는 정통성을 계승하였나’라는 소제목에서 통일 후 신라의 역사적 사건 기록만 접할 수 있을 뿐이다. 답은 열어둔다 하더라도, 실마리는 던져주었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언급이 없다. 또한 종종 마주치는 ‘아무튼’ 이라는 접속어. 일반 역사서에서는 쉽게 볼 수 없기에 자꾸만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저자 특유의 말투라고 생각되기는 하는데, 역사란 이렇게 ‘아무튼’이 필요할 정도로 아직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