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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 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소설가 김연수는.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그토록 좋아하는 작가의 글은 어떤 글일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메리 올리버. 단숨에 읽게 되리라 생각했던 얇은 책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 읽게 되었다. 일단 메리 올리버의 문장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단어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가 너무 반짝거려 쉬엄쉬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치 책상 서랍 속에 맛난 간식 감춰두고 몰래 빼 먹을 때처럼.


"Let's Beautiful!" 2010년 외국 여행길에서 마주친 그녀. 좁은 오솔길을 가는데 마주 오던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Let's Beautiful!" 그 말이, 여행길에서 풍경을 눈에, 마음에 담고 누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녀는 잘 모를 것이다. 

여행 길 그녀처럼 메리 올리버도 경이롭게 묻는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147쪽) 이 짧은 말이 우리 곁에 있는 풍경을 새롭게 보게 한다. 참 신기하게도 풍경을 새롭게 보게되면 풍경에 담긴 생의 의미를 다시 가다듬게 된다. 그것이 아름다운 언어의 힘이고, 메리 올리버의 능력인 것 같기도 하다. 

무심히 흘러가는 삶의 흐름을 가만히 응시하고, 사소한 풍경에 마음을 담그고,  먼지와 같은 날들이 사실 '완벽한 날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다 보면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라는 메리 올리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은 몇몇 글귀들을 따로 떼어 보관해두었다. 하지만, 살면서 다시 이 책을 읽을 때 떼어 보관하고 싶은 글귀들은 바뀔지도 모르겠다. 풍경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를 것처럼.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세상에 주어야 할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걸까? (27쪽)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49쪽)

-바람 없는 날 단풍나무들이 천개를 길게 드리우고 푸른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때, 어느 향기로운 들판에서 불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된 바람이 살그머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우리가 하는 건 무엇인가? 너그러운 땅에 누워 편안히 쉬는 것이다. 그리고 잠이 들기 십상이다. (62쪽)

-나는 평생 내면의 가장 심오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빛나는 교감의 도움을 받아왔다. 그 교감은 바로 내 마음과 풍경(물질계, 그중에서도 특히 세월과 함께 내게 친숙해진 부분)의 관계다. 내 교감의 대상은 나이아가라나 열대우림, 사하라 같은 거창한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아름답고, 비바람이 칠 때면 오대호 못지않게 활발히 물결친다. 이 풍경은 사소한 전환, 반짝이 장식, 일상적인 변화로 기쁨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듯하며, 실제로 그렇다. 나는 그 향상성, 법칙들에 대한 준엄한 복종에서는 상상이란 걸 할 수 없고 이해는 더욱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더 귀중한 동반자다. 나의 경박함, 무관심, 정신과 마음의 부재 같은 못난 기분 상태를 끊임없이 지적해주니까. (136쪽)

-시간이 사건과 함께 풍성해지고 즐거워져야만, 비로소 생각이 시작될 수 있다. (139쪽)

지난 주 남산에 올라 서울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동행한 지인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더랬다. 

"도시, 참 회색이다. 그치?" 
"그러게요. 색칠해주고 싶네요"

회색 도시에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내게 삶은, 세상은, 어떤 빛깔로 기억될까. 이 책 표지 색깔처럼 '코발트 블루'일까. 아니면 나에게 잘 어울리는 '핫핑크'일까. 나는 앞으로 어떤 빛깔을 가지고, 어떤 언어를 세상에 남기며 살아가게 될까. 무척 궁금해졌다. 이 책을 읽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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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두었던 '봄'이라는 단어를 마음껏 꺼내도 좋을 봄날, 4월. 책 한 권 들고 볕 좋은 까페나 공원에 나가 어슬렁거리며 책 읽을 게으른 4월 어느날을 소망하며 읽고 싶은 책을 담아본다.



최인호의 인생

최인호 지음 | 조금희 그림 | 여백미디어 펴냄

이 책을 먼저 읽은 지인은 이 책을 추천하며 '잠언집'이라는 표현을 썼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을 에세이나 소설이 아닌 '작품집'이라 표현할만큼 이 책은 특별한 책이다. 50년의 문학인생, 5년의 투병인생을 갈무리하며 한글자, 한글자 꾹꾹 담담하게 담아낸 잠언집이자 작품집. '최인호의 인생'이라는 제목만큼 이 책의 의미를 더 잘 표현할 제목이 있을까. 글을 더 빛나게 하는 따뜻한 그림은 이 책에 담긴 또하나의 선물이다. 마치 우리 인생이 '선물'인 것처럼.





김수영의 연인

김현경 지음 | 책읽는 오두막 펴냄

내 책상에는 항상 <김수영 전집>이 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 심산한 세상이 버거울 때 집으로 돌아와 <김수영 전집> 꺼내 아무곳이나 펴들고 읽다 잠을 잔다. 책을 읽으며 김수영이 지금 이 시대에 살아있었다면 어떤 시를, 어떤 글을 썼을까? 상상해보곤 한다. 이 책은 그토록 동경하는 시인 김수영의 아내인 김현경의 쓴 '김수영론'이다. 시인이기도 한 김현경은 김수영과 함께 한 날들, 영영 이별한 날들을 애틋하게 산문으로, 때론 시로 표현을 했다.  책의 제목을 <김수영의 연인>이라 짓고 "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중입니다"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김수영이란 존재는, 밤 늦게 내가 읽는 책 속 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산둥 수용소 제2차 세계대전 중국의 한 포로 수용소에서 기록한 인간 실존 보고서

랭더 길키 지음 | 이선숙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작년 가을, 독서모임을 진행했었는데... 본 회퍼, 서중식, 김대중의 옥중서한을 함께 읽으며 독서 모임의 주제를 '존엄'이라 이름붙였었다. 인간의 존엄이 가장 위태로운 갇힌 공간에서 도리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에 대해 글로 삶으로 깊게깊게 써내려갔던 기록들이 큰 울림을 줬다. 이 책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읽게 될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의 한 포로 수용소에 수용된 백인의 포로가 직접 겪어낸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해 더 세밀하게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국내에서 출간되기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지인들의 반가운 탄성이 이 책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책인시공 - 책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책에 대한, 독서에 대한 많은 책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책에 대해, 읽는 행위에 대해 무지할 때가 많다. 이 책은 그런 무지를 반성하며 정신이 반짝 들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의 존재를 '독자권리장전'이라는 책의 서문을 먼저 접하며 알게 되었다. 지은이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권리장전'을 보완하여 제시한 '권리장전'은 앞으로 독자들을 통해 수정되고, 보완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독자가 단순한 소비자 혹은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책읽기'라는 권리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입장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고마운 책이다.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되,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선 책의 매력, 독자의 권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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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주 잠깐 '소설가'를 꿈꾸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소설은 모든 것에 대해 '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인간에서부터 세계, 역사에 이르기까지 소설은 가장 예민하고, 집요하고, 치밀한 장르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나는 소설가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이론의 세계는 나의 세계가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실무자의 고백일 뿐이다. 소설가 각자의 작품에는 소설의 역사에 대한 어떤 함축적인 통찰이,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한 것 또한 바로 내 소설들에 내재한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이었다. (서문)


<소설의 기술>을 손에 들고 겁부터 났다. '소설'이라는 거대한 숲에서 길을 잃게 될까봐(그러고보니 표지도 숲이다 ㅜㅜ). 밀란 쿤테라의 작품이라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만 간신히 읽은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까, 길을 잃지 않고 걸을 수 있을까,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실무자의 고백일 뿐이다"라는 밀란 쿤테라의 선언(?)에 용기를 얻어 읽어내려갔다. 책을 읽은 결과, 우려는 사실로 입증되었으나.......... 그만큼 수확도 많았다. '소설'에 대한 밀란 쿤테라의 집요함이 고마웠다. 이를테면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유럽 소설들에 대한 꼼꼼하게 평가한달지, 자신이 쓴 작품의 구조(설계)와 발전 과정을 까칠하지만 친절하게 풀어주는 그의 대담, 연설, 기록이 촘촘하게 담겨있었다. 비유하자면 그는 '소설'이라는 숲길을 안내하는 성실한 숲 해설가같았다.


그가 인용하거나 밝힌 소설에 대한 단상들을 옮겨본다. 내가 이해하기론 소설에 대한 그의 철학은 존재의 기억이며 실존의 기록임과 동시에 그 무엇 이전의 무엇인 영역이다. 


소설은 근대의 시초부터 줄곧, 그리고 충실히 인간을 따라 다닌다. 후설이 서구 정신의 요체로 간주한 '앎에의 열정'이 이제 소설을 사로잡아 소설로 하여금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살피게 하고 '존재의 망각'으로부터 지켜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삶의 세계'를 영한한 빛 아래 보존한다. "오직 소설이 발견할 수 있는 것만을 발견하라. 그것만이 소설의 유일한 존재 이유다."라는 헤르만 브로흐의 말을 나는 이런 뜻으로 이해하며 그가 거듭 되풀이하는 이 말에 담긴 그의 고집에 공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4-15쪽)


소설의 존재 이유가 삶의 세계를 영원한 빛 아래 간직하고 우리를 '존재의 망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라면 오늘날 소설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게 아닐까? (32-33쪽)


살몽 : 당신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소설은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함정으로 변한 이 세계에서 인간 삶을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지요. (44쪽)


소설은 프로이트 이전에 이미 무의식을 알았고 마르크스 이전에 이미 계급투쟁이라는 걸 알았으며 현상학자들 이전에 벌써 현상학(인간적 상황의 본질에 대한 탐구)을 실천했습니다. 그 어떤 현상학자도 알지 못했던 '현상학적 기술'이 프루스트에게서는 얼마나 멋지게 나옵니까! (52쪽)


소설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겁니다. (56쪽)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존이란 실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인간의 가능성의 영역이지요. 인간이 될 수 있는 모든 것,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소설가들은 인간의 이러저라한 가능성들을 찾아내 실존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지요. (65쪽)



소설에 대한 위와 같은 그의 정의를 바탕으로 그가 인용한 얀 스카첼의 말을 소설로 바꿔 재인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소설가는 소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은 저 뒤쪽 어디에 있는 것

오래 오래전부터 소설은 거기에 있었고

소설가는 다만 그걸 찾아내는 것일 뿐. 



이 책은 밀란 쿤테라 입문서로 적당하다. 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다. 숲에 들어섰는데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를 보고 아득한 마음을 가지게 된달까. 그러나 적어도 길을 잃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미덕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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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디 흔한 '힐링책' ? 


며칠 전, 15년동안의 출판 흐름을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정리한 강의를 들었다. 15년 전과 지금은 분명 다른 시대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는 '힐링'이었다. 스님에게서, 성공한 멘토에게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위로를 받고 싶어했고, 힐링을 원했다. 이 책 또한 그런 흐름을 타고 잘 기획된 상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간결한 언어로 마음에 남은 시를 쓰는 정호승, 살면서 어디선가 보았을 문장들, 그리고 깔끔한 편집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 읽기 쉽게 만들어진 책. 다시 말하면, 흔하디 흔한 힐링책, 이라 여겼다. 이미 7년 전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낸 작가의 작품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꽤 비판적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 나의 비판적 시선과 무관하게 재미있었다. 담백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솜씨와 내가 좋아했던 작가의 시들이 성실하고, 촘촘하게 박혀있었으며 어디선가 보았을, 이미 알고 있는 문장들도 새로운 의미를 품고 다가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박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었다.1988년에 남편을 잃고, 넉 달 뒤 아들을 잃어버린 박완서 선생님에게 한 잡지사 기자가 물었단다.


선생을 인터뷰한 잡지사 기자는 "선생님, 그러한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하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그것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162쪽)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견디는 것입니다" 라는 문장은, 이미 알고 있는 문장이었을텐데 이상하게도, 책을 읽다 울어버렸다. 그 흔하디 흔한 문장이, 박완서 선생님을 통해 실체가 되어, 정호승 시인에게로 전해져, 나에게로 와 마음에 얹힌 것이다. 누군가의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 가 닿아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는 것. 이것이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흔하디 흔한 힐링책'이 아닌 특별하게 기억될 책으로 기억해도 될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우주에서 나에게로 온' 한마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세상 아무 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꽃힐 확률, 그 계산도 안되는 확률로 만나는게 인연이다." 나는 책과 사람도, 수많은 말과 글들과 사람도 이러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에게는 흔하디 흔한, 그렇고 그런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오래오래 기억될 책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의 첫 문장은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이다. 마치 하나의 우주가, 하나의 세계가 볼펜똥같은 나에게로 오는 것처럼... 정호승 시인은 수많은 문장을 엮어 세상에 내놓았다. 이 문장들은 다시 공기처럼 흩어져 누군가에게 밥같은 위로가 되고, 반짝거리는 지혜가 되고, 인연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어떤 문장들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정호승 시인은 자신의 시 '봄길'을 선물처럼 마지막으로 남기고 이 책을 마무리 한다.

이 책을 우주의 '볼펜똥'같은 우리 모두에게 추천한다. 우리 모두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봄길'이 되길.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476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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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낮잠처럼 봄은 느릿느릿 온다. 아니 따뜻한 햇살에 속아 밖으로 나갔다가 차가운 바람에 화들짝 놀라면 봄은 "내가 그렇게 쉽게 너의 곁으로 올 것 같니?" 새침하게 말하곤 다시 사라져버린다. 그래도 분명한 건, 봄은, 오고야 만다는 사실이다. 느릿느릿. 3월 봄보다 한발짝 먼저 우리곁으로 온 책을 읽으며 느릿한 봄을 기다려 보기로 하자.



젊은 날의 책 읽기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햄앤파커스 펴냄


이미 차고 넘치는 '책읽기'에 관한 책이지만 이 책은 새로워보인다. '젊은 날'이라는 수식어와 푸른 빛 감도는 표지가 봄처럼 싱그러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비주얼이 아닌 통찰,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 야심이 아닌 진심, 스펙이 아닌 통찰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젊은 날, 한 권의 책이 마음으로 훅- 들어왔을 때... 어느 한부분에 밑줄을 긋고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그 밑줄 그은 말들이 어느날 툭- 내 삶에 떨어졌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젊은 날 한번 쯤 읽어도 좋을 이 책의 선택에 주목해보자. 






자고 있어, 곁이니까

김경주 지음 | 난다 펴냄


아, 내게는 너무 어려운 시를 쓰는 시인. '아버지'라는 이름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남자, 김경주가 아이의 태동부터 태어나는 순간부터 쓴 글이라니. 이 책 출간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이 책은 반드시 사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이 엄마가 된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 '보통일'이 아닌 '기적'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런 기적의 순간들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기록한 글이라면 그것은 단지, 그와 그이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게도 울림이 될 것 같다. 





  • 3시의 나
  • 아사오 하루밍 지음 |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펴냄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듯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되고 인생이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되면 하루하루가 새롭다. <3시의 나>는 매일 매일 오후 3시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한 책이다. 참 매력적인 기획이다. 지루하고, 별 것 아닌 일상인데 모아놓으면 특별해지고 '별 것'이 되는 마법같은 책을 보면 나도 '3시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질 것 같다. 그나저나 최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읽고 일본 일러스트 작품에 흥미가 생겼는데 이 작품도 그 흥미를 이어가게 돕는 역할을 할까?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 김태성 옮김 | 흐름 펴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라고 드라마 여주인공은 말했다. 사람이 사람의 상처를 극복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로'다. 진정한 위로는 서로의 상처를 꺼내놓고 그 상처들끼리 만나게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가 연인을 잃은 상실의 슬픔에 빗대어 하나의 세계가 닫히는 고통을 그린 산문집"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을 보면 지은이와 함께 따뜻한 차를 나누며 그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고 싶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그 사람이 위로받는게 아니라, 내가 위로받게 될 것 같다. 지은이가 상처를 꺼내었으니, 이제 내 상처를 꺼내어 서로 만나게 하자. 그리고 묻자. "당신 상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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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3-03-06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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