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교육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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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다로는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의료 천국 쿠바를 가다> 등을 쓴 쿠바 전문가이다. 우리 나라에서 쿠바에 관심있는 이치고 그의 책 한 권 읽지 않은 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래 전 <몰락..>을 읽고 언젠가 쿠바에 가리라 결심했고 지난 20161월에는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기는 비행기 안에서 <교육 천국 쿠바를 가다>를 읽었다. 쿠바 여행은 책 속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가난하고 따뜻한 나라였다. 불편하지만 푸근한 여행이었다. 학교라고는 멀리서 들여다 보는 수준이었고 하교하는 학생들과 몇 마디 나누어 보거나 공터에서 뛰노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게 다였으니 책의 진실을 다 확인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쿠바의 그 유명한 무상교육의 힘을, 그 기운과 아우라를 느꼈다.

 

이 책 내용 자체가 흥미로워서 요점정리한 것을 그대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 기회가 된다면 책 속 내용만 가지고 강독회라고 하고 싶다. 물론, 글자로만 읽은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반론에 부딪힐 것을 잘 알므로 나는 나의 경험과 생각을 설파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요점정리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될 만큼 쿠바의 교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만은 강조하고 싶다. 20161월에 간 쿠바 여행기를 써놓은 것 중에서 교육 관련된 부분을 먼저 옮겨본다.

 

 

풀꽃의 쿠바 여행기 11. 뜨리니닷 광장의 학교 수업

 

아름다운 열대의 하늘과 나무가 어우러진 뜨리니닷. 이들의 색채감각은 정말 탁월하다. 같은 채도의, 서로 다른 선명한 색채의 회벽들이 정말 아름답다. 색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조화롭다는 게 더 중요하다. 마요르 광장에 도달해 보니 동네 초등학생들이 무용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에 운동장이 없고 대부분은 동네 공터나 주변 놀이터, 광장, 공공 체육시설에서 수업을 하는 것같이 보인다. 누군가의 말대로 쿠바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은 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건강하고 밝고 깨끗하다. 어른들 중에는 허름한 옷을 입은 이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쿠바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은 사람은?

아바나에서는 오비스뽀 거리를 향해 걷던 중 작은 공터(그래 뵈어도 바닥에 경기장 선도 다 그려져 있었다.)에서 초등학생들이 피구 시합 하는 장면을 보았다. 일반 남학생과 선수 여학생들의 시합인 듯 보인다. 여학생들만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입은 운동복은 자기 몸매에 꼭 맞춘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것들이었다. 운동화도 새 것이다.

 

말레꼰 근처의 공원에서 방과후수업을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모두 하얀 발레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어느 주말 아바나 프라도 거리 한쪽 공터에서 농구를 하는 고등학생들,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중학생들을 본 적도 있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가 꽤 좋아 보여서 좀 놀랬다.

뜨리니닷의 마지막 날 해질 무렵에 본 중학생들은 인라인 스케이팅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아도 장구를 제대로 갖춰서 제대로 수업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 작으나마 그 공터 하나를 오롯이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도 아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중고등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있는데 여학생들 치마가 굉장히 짧다. 대체로 다리가 길고 상체가 짧아 짧은 치마가 자연스럽고 예쁘다. 설마 한국 아이들처럼 세탁소 가서 줄여 입은 것은 아니겠지? 여학생들은 대개 짙은 화장을 하고 귀걸이나 네일 아트 등으로 멋을 부리고 다닌다. 우리 나이로 중1이나 되었을까, 아직 초딩 티를 벗지 않은 어린 학생들도.

산타클라라에서 화요일이었던가, 점심시간 막 지날 무렵 중고등학생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았다. 오후 3시 정도 돼야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수업 프로그램도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수업이 일찍 끝났나 싶다. 궁금해서 결국 말을 걸어 보았다. 영어로.

 

너네 중학생이니?”

~”

벌써 학교 끝난 거야?”

아니오.”

그치? 아직 안 끝난 거지? 그런데 어디 가?”

여기까지는 영어로 YES or NO 대화를 했는데 그 다음에 뭐라뭐라 스페인어로 한참 설명을 한다. 당연히 나는 못 알아들었다. 으흠~? 이런 표정으로 알홈다운미소를 지어보였을 뿐...

아이들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어디론가 몰려가는 걸 보니 아마도 체험활동이나 방과후수업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나 아빠가 초등학생이나 유치원 아이들은 데리러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아빠가 분홍색 인형이 그려진 여자아이 유치원 가방을 어깨에 메고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우리나라와 어쩜 그리 비슷한가 싶어 손뼉을 치고 웃은 적도 있다.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오후면 엄마아빠와 어린 아이들이 마차택시나 트럭택시 같은 데 오밀조밀 붙어 앉아 집으로 향하는 게 우리와 다르다면 다른 풍경이다.

 

동네 공터에서 축구하던 여학생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산타클라라의 변두리 마을을 돌아다닐 때 본 모습이다. 쿠바에는 아직도 우리가 자랄 때 동네마다 하나쯤 있던 공터같은 게 많이 있다. 산타클라라에도 외곽으로 나가 보니 자그마한 유기농 농장, 야채 시장 등이 있고 그 옆에 공터가 하나 있었다. 그때가 아마 오후 3시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나 보다. 학교를 마친 중학생들이 공터에 모여 있는데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어우러져 축구를 한다. 하교 시간이면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이나 pc방에 들어가 있어 학교 운동장은 운동부 학생들이, 동네 공원은 담배나 피려고 모인 소위 일찐들이 차지하고 있을 뿐 보통의 아이들이 웃고 뛰노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 우리나라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렸을 때 저런 비슷한 풍경 속에서 뛰어놀았던 것 같다. 아주 작은 아이들은 물웅덩이 근처에서 놀고, 공터 한 복판엔 가장 힘세고 숫자 많은 남자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또 다른 구석에는 여자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했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은 뛰어노는 대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수다를 풀었던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남자아이, 여자아이 넘나들며 서로를 살펴보며, 놀며, 눈치도 보며, 알아서 성장하던 복닥복닥하던 그 공간. 바람을 가르며 볼이 빨개지도록 놀다가 정신차려보면 어둑해지던, 바람의 느낌을 배우던 그 공간. 우리 아이들의 잃어버린 공간...

 

우리 집 아이들은 그런 공터는 못 가졌어도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라도 했다. 피아노 말고는 사교육을 거의 안 받아 시간이 많았던 우리 아들, 딸은 피아노 학원을 마치면 저희들이 다니던 학교 운동장에 가서 바람을 가르며 뛰어놀았다. 그때만 해도 학교 운동장은 넓었고 흙도 많았다. 비가 오면 도랑이 생겨 거기 쭈그리고 앉아 물장난을 했다.

교장이 바뀔 때마다 운동장의 모양이 바뀌긴 했지만 한때는 야외수업을 하는 곡선형의 정원을 가꾸기도 했고 펜스를 모두 떼어낸 자리에 조팝나무와 찔레로 담장을 만들기도 하더니... 몇 년 전에는 운동장 지하에 공용 주차장을 짓고 그 어여쁘던 야생화 담장 자리에 스포츠센터를 지었다. 물론 그 위에 학생들 체육 수업을 할 체육관을 얹었다고 하지만 반 토막이 된 학교 운동장을 보면 숨이 막힌다.

 

앞이 탁 트여 지나가다가도 6학년 교실이 멀리서나마 보여 거기서 공부하고 있을 아이들을 상상하게 하던 학교 정문에는 스포츠 센터가 가로막고 서 있어 본의 아니게 러닝머신 타는 아저씨들을 봐야한다. 이제 다 커서 대학생이 된 아들딸은 초등학교를 지나다닐 때마다 아쉬워한다. 나는

그나마 벽돌을 빻고 풀을 잘라 소꿉을 놀던 아이들은 너희가 마지막인가 보다하면서 그렇게 커온 걸 다행으로 여기자고, 씁쓸함을 달랜다.

 

솔로의 시기어린 시선으로?

오며가며 교복 입은 학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묘하게도 남학생 한 명에 여학생 여러 명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눌아(집에서 부르는 딸 이름 한누리이 줄임말이다), 쟤들 봐~”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애들을 가리키니 남자친구가 없는 딸냄은

우쒸~, 쪼끄만 것들이... 다 깨져라~!” 하고 시기한다.

엄마, 쟤네 뭐지?”

해서 보니 잘생긴 남자고등학생 하나랑 여고생 둘이랑 재잘거리며 간다.

우째 여기 애들은 저런 남자 하나에 여자 여럿, 이런 조합들이 많냐? 친구들이겠지 뭐.”

아냐, 근데 이상해. 손은 저 여자애랑 잡았잖아? 근데 이어폰은 다른 애랑 같이 꽂고 가.”

연인끼리 이어폰 하나로 음악을 같이 듣는 우리식 풍경으로 따지면 그 남고생은 양다리? 유치원생들이 어디론가 줄맞춰갈 때 보니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이 남자아기랑 여자아기가 손을 잡고 가는 걸 보면 남녀 비율이 안 맞는 것도 아닐 텐데 남학생 하나에 여학생 여럿이 몰려다니는 건 뭘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이들과는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었건만, 그러려면 스페인어를 엄청 잘해야겠지? 미국이나 캐나다를 가더라도 그곳 학생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도 못 나눌 텐데 스페인어라니! 십년도 넘게 공부한 영어도 영 꽝인데 스페인어로 뭔 대화를! 그런 아쉬움에 하염없이 애틋하게 바라보다 눈이 마주친 쿠바의 아이들은 모두 내게 예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조는 아이 없이, 떠드는 학생 없이

한 번은 아바나 시내를 걷다가 학교 옆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 학교들은 우리처럼 커다란 운동장을 품고 있는 큰 건물들이 아니다. 혁명 시기에 쿠바를 버리고 미국으로 도망간 부자들의 건물을 접수한 정부가 가장 좋은 건물들을 주로 학교로 사용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운동장 없이 시내 한복판 길거리에 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로변 바로 옆에 교실이 보인다. 좀 좁은 듯한 교실에 20여명 정도의 중학생들이 앉아 있다. 앞에는 젊은 여선생님이 온몸을 사용하여 열정적으로 뭔가를 설명한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가 학교라는 생각을 채 하지 못했다. 여기 왜 학생들이 앉아있는 걸까, 여긴 뭐하는 델까? 이러면서 창문 안을 들여다보았다가 나중에서야 거기가 학교임을 깨달았다. 자기들을 빤히 들여다보는 이국의 아줌마와 눈이 마주친 창가의 학생들 두엇이 눈을 돌려 우리와 눈인사를 나누었을 뿐, 떠드는 아이도, 자는 아이도 없이 학생들은 모두 앞에 서 있는 선생님에게 집중하고 있다.

 

<교육 천국, 쿠바를 가다>를 보면 쿠바 학생들이 수업 참여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공부를 즐기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엄격한 학교 규율이나 낙제제도 때문일 수도 있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배움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화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공부의 의미, 즉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은 사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호세 마르티가 독립운동을 할 때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일으킬 때도 지도자들은 민중에게 배우지 않으면 자기 삶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호세 마르티는 교육으로 자유를강조했고 피델 역시 혁명 직후 국방비를 아껴 교육 예산에 쏟아부었다. 말하자면 온 국가와 역사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할 명분을 설득하는 셈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에 맞는 것임을 미리 각인시키는 것인데,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결기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법이다.

 

물론 여기에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다. 쿠바의 교육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본질적으로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쿠바에서는 학생이 지각을 하거나 무단결석을 하면 학교와 지역이 결합하여 그의 행방과 가정에서의 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득을 한다니, 이것을 두고 관리가 잘 되고 있다 할지(우리나라처럼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고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도 모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이게 지나쳐서 국가와 공동체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아야 할지, 헷갈린다.

지각을 하면 학생 자치회 같은 데서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반성하게 만든다 하는데, 표현이 좋아 학생들끼리 스스로 규율을 잡아가는 것이지,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쿠바는 전반적으로 엄격한 규율이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물론 그럼에도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이 넘치는 면, 규율이 엄격하다면서도 횡행하는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존재하는 점, 국민들이 국가나 경찰을 그다지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분위기는 또 모순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규율과 자유, 엄격함과 다정함 사이에서

교복을 입히는 이유가 학생들이 빈부격차를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란다. 우리나라에서도 교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빈부격차를 드러내지 않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지만 적어도 교복이 규율의 상징이지 자유의 상징이 아님은 분명하지 않은가.

, 학생 자치회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학생이 스스로 자치적 힘을 가져야 하고 그걸 학교가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학교 안의 자치 조직은 어느 만큼까지 학생들 스스로 안에서 영향을 지닐 수 있을까, 또 어떤 모습이어야 같은 학생들끼리 권위를 느끼지 않으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학교에는 자치라는 것 자체가 별로 없으니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학생자치의 한계가 잘못 규정되거나 그 목적이 잘못 설정되면 과거 우리가 가졌던 학생회, 학도호국단, 애향단, 선도부 같은 형태를 학생자치라고 호도했던 기억처럼 본질이 훼손될 수도 있다.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에도, 학교가 어차피 조직인 바에는 개인의 원하는 바와 공동체의 가치가 부딪칠 때 설득과 공감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꼭 친절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 다정함은 다른 교사에게 피해를 주고 자칫하면 학생들을 방치하는 것이 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교사들 대상으로 상담연수를 하면서 아이들 마음에 숨겨진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듣기 싫어하는 선생들이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봐줘야 하느냐, 혹은 들어주라고만 하면 언제 가르치라는 말이냐,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학교 밖을 나오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주기를 요청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 개개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학교를 원망하는 이도 있고, 교육운동을 하는 이들은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를 탓한다. 그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최소한의 엄격함이나 약속 지키기조차 없으면 학교에서 오히려 가장 약한 아이들이 피해를 입음을 강변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은 아마 학교를 퇴직하는 날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무엇이 옳음이고 무엇이 균형인가를. 누군가의 말처럼 학교가 죽어야 교육이 산다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아예 학교 자체가 자본의 계산에서 만들어진 구조물이라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학교라는 틀거리를 유지한다면, 그렇다면 어떤 학교를 만들어야 하며 어떻게 학교라는 공동체 조직은 유지하면서도 즐겁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할까라는 고민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아래는 <교육 천국 쿠바를 가다>에서 요점정리한 부분이다. 주옥같은 구절이 많음에도 추리고 추렸음을 밝히는 바이다.

 

숙제는 아주 많지만 학교는 재미있고, 모르는 부분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른 과제를 내준다고 아이들은 대답했다.” - 다구치 마사토시가 전하는 말.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일정한 규모가 필요하므로 폐교나 통폐합을 진행(학생 성적과 투자 예산을 상관관계 하에 두고...미국의 경우도 그러함) 하지만 쿠바는 전국 169개 무니시피오(지자체) 가운데 47개는 산촌에 있고 그 안에 많은 학교들이 있으며 과소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농촌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특별계획을 가지고 있고 소규모 학교를 더욱 충실히 유지하도록 결정함.

 

칠레는 쿠바와 달리 자유국가이므로 부모가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이런 자유로운 권리가 사실상 무의미하다. 선택은 자유일지라도 사회경제적 자위에 따라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거의 정해져버리는 것. 저소득층 자녀가 다니는 학교일수록 수업의 질이 낮다.

 

미국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너무 가까우면 이상한 사람으로 비친다. 무슨 일이 생기면 고소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예의범절 문제도 부모나 지역사회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므로 교사는 퇴학이라는 해결책을 곧바로 사용. 하지만 쿠바에서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가정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체크해서 부모나 심리학자와 함께 대응책을 결정. 범죄 위험이 있는 청소년은 미성년자대책위원회’(지역 각 조직위원회 학생대표, 내무부 책임자, 노조, 여성연맹, 당원 등등)에서 지역이 총동원되어 함께 지원한다.

 

학력저하를 최소화하는 교정 캠페인 : 지나친 과학적 사회주의 수용을 비판(규율이나 복장의 표준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수업 암기 일변도의 학습, 형식적인 지식 주입 등을 수정하려 노력함), 지나친 중앙 전담 집중관리에서 학교, 교장, 교사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수정, 지역과의 연관성 강화한다.

 

쿠바는 경제 붕괴로 에너지 40%로 살아가야 하고 소련 해체로 무역거래 85%를 잃어버린 나라에서 단 한군데의 학교도 문 닫지 않은 나라.

 

공원 한 켠에 15명 정도의 어머니와 아이들이 모여 6살짜리 가정교육 중 (커뮤니티 자원봉사) 어머니들에게 질문하고 가정교육 방법을 교육함.

 

설탕노동자 교육에 대해.

사탕수수 수출이 막히게 되어 전국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연 횟수 8000회 가까이 94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에 대해 회의를 거침.

 

이에 대해 카스트로는 이렇게 연설함.

각 공장은 대학이 될 것이다. 중학교와 직업훈련학교가 있는 모든 마을이 대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학이든 일반교양이든 전인적인 교육이든, 전문적 기술지식뿐만 아니라 고학, 예술, 인문학에 관한 모든 지식을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교양이 높은 국가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200210월 아바나 아르테미사에서 열린 집회에서 1만여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을 앞에 두고 한 연설).

 

쿠바의 국민적 영웅인 호세 마르티는 교육받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쿠바 교육 정신을 관통하는 정신이다.

 

학교위원회 학부모와 피오네로가 밀접하게 연계하여 숙제, 각종 규율, 등교거부 등에 대해 협의. 지각 등도 엄격하게 상급학생이 관리함(존 듀이의 아이들중심교육에 대해 가리야 다케히코 교수는 존듀이가 유복한 가정 출신의 학습의욕이 높은 아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배우려 들지 않는 아이는 내평개쳐 버린다고 염려. 쿠바의 예의범절이 엄격한 것은 아이는 어른보다 무조건 착하다라는 미국의 낭만주의와 정반대 교육관이다).

 

레닌고교 같은 각 학교 교내에 오르가노포니코’(유기농장)에서 학생들이 농사를 짓게 함.

아바나 농업대학의 경우 중학생때부터 취미동아리(시르쿨레 데 인데레사)에서 농업을 배워온 학생을 선택함. 쿠바에서는 농업을 좋아하는 학생이 전문학교에 입학하고 더욱 심도 깊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 (

 

전국 식자교육 캠페인

1960년 카스트로는 유엔총회에서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인류의 유산을 강탈당하고 있다.”라고 말함.

전국적인 식자교육운동을 벌임. 19614, 바라데로에 천명의 학생 자원봉사자 1진이 찾아와 1일주일간 철저히 훈련을 받고 농민들에게 글자를 가르침(두 권의 책, 지도서와 학습서, 그리고 한 켤레의 신발, 두 켤레의 양말, 올리브 그린 색 베레모, 두 벌의 셔츠와 바지, 견장과 모포를 짊어지고 학생들은 두메산골로 흩어져 낮에는 농민들과 더불어 일하고 밤에는 랜턴 불빛 아래서 글자를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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