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 비키니 선거운동 기사를 보다가 누군가 변희재 운운하는걸 보고 얻어걸린 동영상. 
 연예인의 사회 참여 발언, 운동이 정파에 영향을 받고 이는 나중에 차기 정권 때 잘 보여서 좋은 자리 꿰차려는 의도라고 보는 변희재에게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죠라고 묻는 대신 강용석, 전여옥, 나경원이랑 친구라면서 왜 밥을 같이 안 먹느냐, 왜 전쟁이 날거란 가정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 하느냐고 되묻는 낸시랭. '정파적인 입장'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낸시랭 참 멋지다.















 '서늘한 미인'에서 낸시랭에 대한 글을 본적이 있다. 낸시 랭이 (노출이 있는) 퍼포먼스를 할 때 언니들은 눈 마주치고 즐거워하며 응원하는데 몇몇 분들은 인상 쓰면서도 훔쳐본다는 얘기를 한적이 있다.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며 솔직해지기보다는 엄숙해지고 싶은 한국 사회의 일면이 엿보인 해프닝이었다. 


 김경이 쓴 에세이에서도 낸시 랭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꾸미는 대신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도 좋지 않냐란 식의 이야기였다. 김경은 그 얘기 끝에 알량하게 밥값 분담을 하는 것보다 낸시 랭 같은 태도가 더 괜찮아보인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아서 찾아봤는데 즈질 검색 실력이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 기사가 눈에 띄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27417.html )


 쓰고자한 이야기를 기사에서 대부분 해준 것 같다. 나 역시 낸시랭을 어떤 진영에 놓고 볼지 고민하는 수준이었다. 자신이 어때야한다는 주장 대신 그렇게 사는 사람을 지켜보는건 즐겁다. 요즘은 낸시랭이 그래보인다.


 나는 이효리가 예측 가능한 선행의 틀 위에서 상찬 혹은 비난을 들어가며 ‘개념 연예인’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개념 연예인’이라는 말의 허상을 파괴해주길 바라는 쪽이다. 진영 논리에 따라 자기 입맛에 맞으면 ‘개념’으로, 아니면 ‘수구’로, 이도저도 아니면 계몽이 필요한 ‘백치’로 연예인 집단을 매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의 사회참여에 장벽을 쌓는 건 연예인 당사자들의 계몽 여부가 아니라 바로 그런 타자화된 시선 자체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의 ‘뱃살 논란’이 점화된 직후 ‘아 그거 의상 때문인데’가 아니라 ‘나이 먹으면 배 나오는 게 당연하지’로 응대한 그녀의 총기가 외부의 진영 논리에 영향받지 않길 바라며. 혹여 저렴한 책사가 필요하다면 <한겨레21> 편집부에 제 연락처를 문의해주세요. 님 파이팅. (허지웅의 글,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6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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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2-04-1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전에 변희재를 보고 와, 얜 진짜 못생겼다. 고 생각했고 역시 10년전에 낸시랭을 보고 와, 미술계에도 미녀가 있네. 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니까 다들 평범해지네요. 미와 추도 엔트로피 증가 법칙의 영향을 받는거죠. 아, 언젠가는 제 미모도 평범해질까요? 우울하네요.

이 둘은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는거 같애요. 둘 다 중증 노출증에, 전공분야에는 무지하나 밥그릇 포지셔닝엔 일가견이 있고, 사회적 관심은 많은데 별로 생산적이진 않고.. 차이점은 확고하죠. 호감과 비호감.

인용할려고 하신 김경의 에세이는 '뷰티풀 몬스터'에요. 전 이 책을 두권 샀는데 다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밥값? 낸시랭정도면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죠. 진중권은 눈도 높아. ㅎㅎ

아,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낸시가 진중권에게 과민반응하는 건 어느정도는 아티스트로서 본질을 간파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일거같애요.

Arch 2012-04-16 13:37   좋아요 0 | URL
오 미잘이다! 아차차, 말미잘이지 (밥 먹고 오면서 생각해낸 유머란게 헐)

못생겼다고 말할줄 아는 댓글이라니! 막 신나요. 톡식의 슬옹이가 미잘을 좀 닮은 것 같아요. 생긴 것보다 하는 짓이나 말하는게. 은근 귀엽더라구요. 미잘 미모도 알고보면 은근과지...

그 책인지 당근 알죠. 한겨레에서 찾아보려고 하는데 잘 못찾겠어서 말이죠. 진중권이 하는 말, 정말 웃겨요.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감당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얘기한 부분이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미잘, 꼬마 니콜라가 그런 애였어요. 지희는 요새 그 책만 봐요. 난 잘 모르겠던데

뷰리풀말미잘 2012-04-16 19:23   좋아요 0 | URL
슬옹이가 누구에요? 검색하면 나오나? 제 미모가 은근과라구요? 아뇨, 제 미모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지 않은가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 마돈나 흉내내는거 있잖아요 왜. ㅎㅎ 이쁜척, 맹한척.

아, 꼬마 니콜라 제가 지희한테 선물한 책이죠? ㅎㅎ 짜식. 요즘도 그렇게 왈가닥이에요?


Arch 2012-04-17 11:10   좋아요 0 | URL
물론 아니죠. 미잘 미모는 은근과예요. 자꾸 보고 하는 짓 보고 또 보고 해야 배어나는, 아, 이게 미모구나. 이런거?

아티스트로서의 본질? 이건 미잘 설명으로도 모르겠어요. 알겠지만 나는 다아 설명해줘야 알아들어먹는 감없는 아치라. 방금 화장실 갔다와서 든 생각인데 전 이미지메이킹이랑 진짜랑 잘 구분이 안 돼요. 미잘이 말한 것처럼 예술로서 만들어진건지 원래 사람이 그런건지 모르잖아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에 두개 다 해당되는건가.

ㅇㅇ 지희가 왈가닥이었나요? 왈가닥은 지민이쪽이죠. 지희는 여우과^^
 
고양이를 쥐라고 우긴들 세상이 바뀌니?





 빵가게 재습격님 페이퍼에서 링크 걸린 영상을 가져왔다. 마우스랜드에서 더 이상 고양이를 뽑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캐나다의 사례로 보자면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도 점점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판적 지지란 말로 소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주장도 이번엔 잘 안 먹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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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4-1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야권연대를 해서 '비판적 지지'가 쏙 들어갔다는걸 모른건 안자랑
 

 슈스케 방송을 볼 때 제일 기다린건 울랄라세션 무대였다. 뮤지컬처럼 화려하고 퍼포먼스적인 무대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투개월과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였다. 서정적인 발라드나 신나는 음악도 좋지만 두 사람의 음색, 그들만의 색깔이 좋았다. 어떤 노래든 자기식으로 해석하지만 그러한 해석이 과하지 않고 적절했으며 제시한 포맷은 독특하고 흥겨웠다. 몇달 동안 투개월의 'the romantic'과 버스커버스커의 '동경소녀'를 자주 들었다.


 버스커버스커의 음반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연일 음원 차트 휩쓸이를 하고 있다. 세고 강한 가사의 가요와 파워 보컬들의 노래 말고 흥얼대거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호응을 얻는 것 같다. 물론 기획사의 물량공세 때문인지 하이에나 같은 언론의 집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일 버스커버스커의 기사를 접하는게 좋지만은 않다. -대체 누가누가 버스커버스커 좋아하나 대회라도 열렸나-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가봤을 공간, 누구나 한번쯤 가져본 설레임, 나른한 오후의 감성, 쉽게 부르는 노래처럼 쉽게 쓴 가사 같은데 들을수록 좋아지는 이 앨범을 싫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화음은 조마조마하고 조금 높은 음이라도 내려하면 혹시나 실수할까 염려되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으로 여는 봄날은 기운차고 신난다. 셋이 친한 것 같진 않은데 묘하게 잘 어울리는 멤버들을 보는 것도 좋고, 범준의 웹툰도 재미있다. 카로스키에 가본 사람, 손!




 찰스 부코스키는 처음이다. 서재에서 다른 분들이 언급할 때 호기심이 생겼지만 소설이 잘 읽히지 않아 미뤄두기만 했다. 그러다 읽었는데, 와, 나는 부코스키가 완전 좋아지고 말았다. (내가 이래서 책 얘기 하기가 싫어. 좋다, 안 좋다라니)


 몇몇 도덕군자들은 이 소설을 쓰레기 같다고, 이래서 사서 안 읽고 훔쳐 읽는거란 근거를 댔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소설 경험을 한 나로선 더더욱. 쓰레기인 이유라도 알 수 있게 하던가. 소설에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마술적인 공간, 기이한 상황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역사 속으로 피하지 않고 미래로 점프를 한 것도 아닌, 동시대를 그리면서 작가의 분신이라 일컬어지는 1인칭 화자인 치나스키의 입을 빌어 말을 한다. 


 그동안 읽어온 소설 속 화자들은 답답했다. 소설 속에서조차 이 사람들은 평균적인 도덕감과 때로는 염려될만큼 고압적인 모습들을 보여줬다. 혹은 바람에 날라갈 정도로 가벼웠다. 최악은 지루하게 자신의 내면을 설명해야만 독자가 납득할거라고 고지식하게 믿는거였다. 우체국의 화자 치나스키는 동물적으로 행동한다. 반노동을 얘기하지만 문장 어디에도 주장이나 설명이 들어있지 않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는다. 치나스키를 이해할 수 없지만 이토록 막무가내로 쓰여진 소설이 재미있고 의미있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내가 좀 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면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에 대해 아주 길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좋은걸 어떻게 풀어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누구를 선택할지, 어떤 당을 지지할지 정하지 않았다. 소중한 한표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중하기보다 투표 자체가 기만적이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당이나 진보신당의 정책과 면면을 들여다보니 오로빌이나 어쩌면 귀농에서만 찾을 것 같았던 적은 노동, 인간적인 삶, 자연에 해 끼치지 않으며 사는 삶도 가능할 것 같은거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정당이고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막연하게 일자리 창출한다며 신물나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사람들을 속이는 행태보다 열배 백배는 낫다. (둘 다 속이는 거라도 속는 맛이 다르다) 엘리트끼리 서로 콩고물 나눠먹는 정치는 끝내고 이번엔 노동자와 일반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공생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음 좋겠다. 후지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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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7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7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2-04-07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코스키! 부코스키!

Arch 2012-04-07 17:54   좋아요 0 | URL
네네, 부코스키! ^^
 

  

 '술꾼의 품격'이 영화 속 술을 설명하는 고품격 안내서라면 '내가 만난 술꾼'은 술, 사람, 그들과 부대끼며 먹어온 술자리에 대한 에세이다. 임범은 줄곧 집요하거나 껄렁하지 않은 시선으로 지인들의 이야기를 썼는데 간혹 불편한 지점들이 있다. 자신이 학창시절을 보낸 공간이나 학연으로 얽힌 사람들과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부분에선 특히 그랬다. 서울대라는 상징적인 공간-저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람들의 일화를 들려주는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지잡대라고 일컬어지는 어떤 사람이 자신이 만난 술꾼이란 타이틀로 글을 쓴다면 어떨까. 책을 출판하는 것은 물론, 아무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방대의 누군가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인물 에세이에서는 저자의 관찰력과 글쓰기 실력만큼이나 '누가'도 중요하니 말이다. 모처럼 나온 술 에세이가 문제라고 말하는게 아니다. 임범이 작정한 듯 학교 얘기만 하는 것도,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특권의식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오히려 그는 시종일관 소탈한 문체로 술꾼 이야기를 했고 담담한 시선으로 일화를 풀어냈다. 그런데도 왠지 이런 기획이 먹힐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알만한 사람들만 아는' 술자리에 끼고 싶다기보다는 자꾸만 그래야했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readercolumn/410710.html


 윗 기사는 김의겸의 사설을 비판한 글이다. 비판받은 사설처럼 이 책이 직접적으로 자기성찰이 부족하고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애써서 쌓고 관리해야할 '인맥'을 '친목질' 하나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게 불편하달까. 


 

  한의원에 갔다. 몇마디 끝에 약 지어준걸 먹으면 된다고 한다. 침은 안 놔도 되냐니까, 맞을거면 맞으란 식이다. 침을 맞고 접수 창구에 갔더니 약값으로 몇 만원을 내야한단다. 의사한테 왜 이 약을 먹어야하는지, 어떤 성분인지 설명 들은게 전혀 없었다. 결국 건강보험 되는 치료만 받고 나왔다. 그 순간, 왜 나는 대범하게 몇 만원 정도 약값으로 낼 수 없는지에서부터 시작해 왜 의사들은 설명을 해주지 않는지 등등을 생각하다 귀까지 빨개져버렸다.


 서문부터 맘에 든다. '철학자 가다머, 현대의학을 말하다'와 같이 보고 있는데 완전 쑝 간다. 의약분업 이야기만 나오는게 아니라 한국 의사들의 전반적인 비리와 관행에 대해 예리한 칼날을 대고 있다. 설마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제 얼굴에 침 뱉기'를 할 수 있나 싶은 대한의사협회의 말바꾸기와 국민을 인질로 해서 벌이는 의료수가 인상과 의료파업, 리베이트와 탈세, 치료 오남용까지. 차라리 저자가 너무 비판적이라 글이 센게 아닐까 싶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물론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겠지만 반절만 믿는다고 해도 기가 찬다.  


 기가 찬 건 이 책의 리뷰 역시 마찬가지다. 예스보다 알라딘의 리뷰가 좀 더 세고 재미있다. 그렇게 깔거면 제대로 까던가, 인신공격은 김빠진 콜라처럼 맥없고  논리는 허술하다. 도리어 이 책이 화제가 되었다면 비난이든 또다른 고발이든 온갖 얘기들이 풍성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본의 아니게 두 분야 직업군의 사는 법이나 산다는 것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문학사상 주간 권영민이 소설가들에게 창작론을 의뢰했다. 소설가들은 각자의 색깔에 맞는 창작론을 보내왔다. 이 책은  그 글들을 묶은 것이다. 작가간 어떤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고 각각 따로 봐도 무리가 없으며 소설 창작론 같은 기획 의도에 맞는 글을 찾으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엮인 글, 기획된 주제로 묶인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그건 바로 글쓴이가 간절하게 쓰고 싶어서 쓴 글이 아니란 것. 정말 쓰고 싶어서 쓴 글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주문에 따라 쓰는 글은 얼마나 더하겠는가. 물론 때때로 예기치않게 영리한 기획자의 의도로 꽤 괜찮은 책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완성도나 글의 성격은 물론 기획에 맞는 글인지조차 오리무중. 결국 이름빨로 독자를 낚고 작가들은 원고료를 받고 출판사는 책을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너무 거칠게 말하는걸까.


 김경욱의 글을 볼 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괜찮잖아! 미시마 유키오와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에 대한 글은 3인칭 관점과 화자가 저자인 관점의 차이를 명료하게 보여주잖아. 식견이나 경험의 잉여가 아닌 해석의 잉여를 통해 소설이 열린다는거지. 왠지 다시 소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부푼 희망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계속 덜커덩거린다. 여름과 작별하는 일은 마흔여덟 번도 더 남았다던가, 마음이 시큰했다는 감상이 공감 안 되는 김애란의 글에서부터 조사에서 말문이 막힌다는 김훈-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훈이 조사의 선택에서 망설이는 것마저 사랑하겠지만 나는 그의 소설이 인상적이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그럴 때면 어떤 조사를 사용할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닌가.- '소설가가 아닐지라도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란 얘기를 하기 위해 문을 잠근 남편 때문에 밖에서 밤을 지세운 얘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는 서하진, 콜라에 정액을 빠트리면 어떨까란 시답잖음식의 자유연상법으로 희롱하듯 글을 쓰는 박민규까지. 아직 책의 반절도 읽지 못했는데 더 읽고 싶은 맘이 안 생긴다.


 헐렁한 창작론에도 관대했는데 왜 이러는걸까. 헐렁한 창작론, 글쓰기 방법론에 관대했던건 그 글이 짚고 있는 부분이 실용적이기도 했지만 괜히 이름값에 기대어 무리를 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애초의 기획의도대로 글을 취합하겠다는 집념마저 없다. 그렇다고 당당하게 책 팔아보려고 이 책을 냈다고 하지도 않는다. 솔직하지 못하다. 결국 이 책을 삐딱하게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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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4-0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셋 다 안 읽은 책인데, 왜 다 아치 님 말씀에 깊은 공감이 가는 걸까요?!

Arch 2012-04-02 16:18   좋아요 0 | URL
^^ 치니님. 무플을 방지해주셔서 고마워요. 꼬옥 (=\ \=)<--안는걸 표현해봄. 역시 아니군
 
사공이 많은 아토피 - 에세이 작가 총서 164
최명숙.김세윤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우보 한의원에서 펴낸 이 책은 EBS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활성산소를 병의 발생기전으로 본다. 이 책에선 활성산소가 체내에서 지질과 결합, 과산화지질 형태로 피부를 공격한 결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긴다고 본다. 활성산소란 호흡을 하면서 들어간 산소가 인체 내에서 여러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변질된 산소분자로서, 일반 산소분자보다 매우 불안정하다. 활성산소는 자기와 결합한 물질을 강하게 파괴하는 힘이 있어 우리 인체에서는 세균이나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활성산소를 배출해 이들을 녹여버리는 데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주변의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해서 녹여버린다. 활성산소는 각종 질환을 발생하게 하는데 이때 우리 몸에선 항산화효소를 만들어내 활성산소를 무력화 시킨다. 활성산소는 1초도 안 돼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데 지질과 결합하면 과산화지질이 되어 피부에 영향을 준다. 피부의 각질층은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과산화지질이 각질층에 작용하면 각질층 세포들이 파괴되어 보습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부는 점점 건조해지고, 피부가 건조하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방어하지 못하니 염증은 반복되고, 그 결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활성 산소에 대항할 수 있는 항산화효소의 섭취와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유도해내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필요하다. 효과가 뛰어난 고분자 항산화효소는 가열하거나 위장 속에 들어가면 사멸하므로 몸 속에서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몸 속에서 소화를 통해 중합(효소들이 엉켜있는 것)을 풀어야하는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섭취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정의 내리는 아토피 체질은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유도해내는 능력을 약하게 타고났으며 그로 인해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원적외선(물체의 아주 깊은 곳까지 열을 전달)을 방출할 수 있는 세라믹 계통의 뚝배기나 돌솥으로 조리를 해서 중합을 풀 수 있도록 하고 발효 과정에서 중합이 풀린 대두, 유자, 녹차, 루이보스티를 먹음으로써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아토피 체질은 항산화효소 부족뿐 아니라 만들어내는 유도능력도 떨어져 있다. 따라서 식이와 환경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증상 완화 사례도 나와 있고 내용도 알차다. Q&A의 경우 궁금했던 사항을 자세히 설명해줘서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하지만 ‘우보 한의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만 책에 나온대로  시행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원적외선의 효과는 확실한지, 정말 항산화효소 때문에 아토피가 생기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아이를 밸 때부터 아토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는 부분에선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가지로 나가는 것 없이, 절대적으로 한방만 좋다는 독단적인 주장 없이, 아토피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 것만으로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



 * 병원에서 하는 알레르기 검사는 몇 가지 항원을 환자의 피부에 자극하는 스킨 테스트나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항원, 항체 반응을 살펴보는 혈액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즉시형 알레르기만 알 수 있고 지연형 알레르기는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특정 몇 가지 음식물의 알레르기 검사로 다른 음식물에 대해서도 100% 알레르기가 없다고 믿을 수는 없다. 그리고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알레르기 테스트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알레르기 검사는 하나의 참고 사항으로 여기도록 하며, 환자가 평소 음식을 섭취했을 때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종합하여 자신에 맞는 알레르기 리스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현명하다.


 * 아토피와 스테로이드 연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눈도 나빠지고, 신장이 나빠지고, 내성이 생긴다고 하니 바르기가 겁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먹는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이다. 염증이 심할 때 연고를 일시적으로 몇 번 바르는 정도로는 내부 장기에 침투하여 누적이 되지 않으므로 부작용이나 내성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다. 그렇다고 연고를 장기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요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이 가려워서 많이 긁다보면 그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여(2차 감염) 농이 차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반드시 항생제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연고를 사용하지 않고 참다가 혈관까지 세균이 침투하여 패혈증으로 입원해야 할 상황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있어서 너무 극단적인 고정관념을 버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양약의 도움도 받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지는 게 현명하다.

 일반적으로 양방병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토피성 피부염 체료제는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면역억제제 등이 있다. 이러한 약들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가려움증이나 염증을 비교적 빨리 억제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문제는 이들 약제 치료를 하다가 갑자기 중단할 경우 증상이 급격이 악화되는 리바운딩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양약치료를 하던 사람은 치료제를 단번에 끊기 보다는 용량과 농도를 서서히 줄여가면서 인체의 면역력이 조금씩 회복되도록 해야 함.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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