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 방송을 볼 때 제일 기다린건 울랄라세션 무대였다. 뮤지컬처럼 화려하고 퍼포먼스적인 무대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투개월과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였다. 서정적인 발라드나 신나는 음악도 좋지만 두 사람의 음색, 그들만의 색깔이 좋았다. 어떤 노래든 자기식으로 해석하지만 그러한 해석이 과하지 않고 적절했으며 제시한 포맷은 독특하고 흥겨웠다. 몇달 동안 투개월의 'the romantic'과 버스커버스커의 '동경소녀'를 자주 들었다.


 버스커버스커의 음반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연일 음원 차트 휩쓸이를 하고 있다. 세고 강한 가사의 가요와 파워 보컬들의 노래 말고 흥얼대거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호응을 얻는 것 같다. 물론 기획사의 물량공세 때문인지 하이에나 같은 언론의 집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일 버스커버스커의 기사를 접하는게 좋지만은 않다. -대체 누가누가 버스커버스커 좋아하나 대회라도 열렸나-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가봤을 공간, 누구나 한번쯤 가져본 설레임, 나른한 오후의 감성, 쉽게 부르는 노래처럼 쉽게 쓴 가사 같은데 들을수록 좋아지는 이 앨범을 싫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화음은 조마조마하고 조금 높은 음이라도 내려하면 혹시나 실수할까 염려되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으로 여는 봄날은 기운차고 신난다. 셋이 친한 것 같진 않은데 묘하게 잘 어울리는 멤버들을 보는 것도 좋고, 범준의 웹툰도 재미있다. 카로스키에 가본 사람, 손!




 찰스 부코스키는 처음이다. 서재에서 다른 분들이 언급할 때 호기심이 생겼지만 소설이 잘 읽히지 않아 미뤄두기만 했다. 그러다 읽었는데, 와, 나는 부코스키가 완전 좋아지고 말았다. (내가 이래서 책 얘기 하기가 싫어. 좋다, 안 좋다라니)


 몇몇 도덕군자들은 이 소설을 쓰레기 같다고, 이래서 사서 안 읽고 훔쳐 읽는거란 근거를 댔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소설 경험을 한 나로선 더더욱. 쓰레기인 이유라도 알 수 있게 하던가. 소설에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마술적인 공간, 기이한 상황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역사 속으로 피하지 않고 미래로 점프를 한 것도 아닌, 동시대를 그리면서 작가의 분신이라 일컬어지는 1인칭 화자인 치나스키의 입을 빌어 말을 한다. 


 그동안 읽어온 소설 속 화자들은 답답했다. 소설 속에서조차 이 사람들은 평균적인 도덕감과 때로는 염려될만큼 고압적인 모습들을 보여줬다. 혹은 바람에 날라갈 정도로 가벼웠다. 최악은 지루하게 자신의 내면을 설명해야만 독자가 납득할거라고 고지식하게 믿는거였다. 우체국의 화자 치나스키는 동물적으로 행동한다. 반노동을 얘기하지만 문장 어디에도 주장이나 설명이 들어있지 않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는다. 치나스키를 이해할 수 없지만 이토록 막무가내로 쓰여진 소설이 재미있고 의미있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내가 좀 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면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에 대해 아주 길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좋은걸 어떻게 풀어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누구를 선택할지, 어떤 당을 지지할지 정하지 않았다. 소중한 한표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중하기보다 투표 자체가 기만적이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당이나 진보신당의 정책과 면면을 들여다보니 오로빌이나 어쩌면 귀농에서만 찾을 것 같았던 적은 노동, 인간적인 삶, 자연에 해 끼치지 않으며 사는 삶도 가능할 것 같은거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정당이고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막연하게 일자리 창출한다며 신물나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사람들을 속이는 행태보다 열배 백배는 낫다. (둘 다 속이는 거라도 속는 맛이 다르다) 엘리트끼리 서로 콩고물 나눠먹는 정치는 끝내고 이번엔 노동자와 일반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공생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음 좋겠다. 후지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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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7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7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2-04-07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코스키! 부코스키!

Arch 2012-04-07 17:54   좋아요 0 | URL
네네, 부코스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