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특별판)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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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 서혜영 옮김


이 책의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지난여름 저자의 신간 『야행』이 나왔을 때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후 10년간의 집대성"이라는 책 소개글을 보았고 저자를 알고 있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야행』을 통해 소름 끼치는 공포감에 휩싸이면서도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던 만큼 저자의 10년 전 작품에 관심이 갔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심해어들
편리주의자 가라사대
나쁜 감기 사랑 감기


사실 처음에는 단편 모음인가 싶었다. 첫 장의 내용을 통해 그와 그녀가 어떤 관계인지를 알게 되었음에도 두 번째 장에서 "그녀는 대학 클럽의 후배이며, 나는 남몰래 그녀를 사모하고 있다."라는 문구가 나와있어서 새로운 커플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그게 아님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 책의 각 장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지나며 각 계절마다 벌어졌던 사건들을 담고 있었는데 그 사건들이란 것이 결국은 짝사랑하는 검은 머리 아가씨와 그녀에게 '최눈알 작전(최대한 그녀의 눈앞에서 알짱거리기 작전)'을 쓰며 해자를 메워가는 작업을 하는 선배의 이야기이다. 봄은 기야마치와 본토초에서, 여름은 시모가모 신사 헌책시장에서, 가을은 대학 축제에서 그리고 대학 생활 내내 끊임없는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며 얼굴도장을 열심히도 찍어댔다. 하지만 그때마다 "선배, 또 만나네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그녀는 둔해도 너무 둔한 것이 아닐까. 겨울이 되어 지독한 감기에 걸린 지인들을 병문안 다니며 그녀는 그동안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며 언제나 뒤에 서있었던 선배의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여전히 "그녀를 위해서"였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짝사랑하는 그녀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와 그의 관심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여자, 선후배의 이야기. 이렇게만 보면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 같아 보이지만, 이 이야기를 색다르고 매력적이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가득 채워져 있어 한 번 책을 펴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야행』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저자의 구성력과 상상력이 정말 뛰어난 것 같다.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는 사람인지 요괴인지 모를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텐구 히구치는 날아다니고, 이백 씨는 사람인지 요괴인지조차 알 수 없는 막강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헌책시장에서 만난 꼬마 역시 헌책시장의 신이라 불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처음에 형님은 『셜록 홈즈 전집』을 봤어. 저자인 코난 도일은 SF라 할 『잃어버린 세계』를 썼는데 그건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영향을 받은 거였어. 그 베른이 『아드리아 해의 복수』를 쓴 건 알렉산더 뒤마를 존경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일본에서 번안한 것이 《요로즈초호》 주간을 했던 구로이와 루이코인데, 그는 『메이지 바벨탑』이라는 소설에서 작중 인물로 등장해. 그 소설을 쓴 야마다 후타로가 『전중파암시장 일기』 속에서 '우작'이라는 단 한마디 말로 참수시킨 소설이 『귀화』인데 그걸 쓴 것이 요코미소 세이시. 그는 젊은 날 잡지 《신청년》의 편집장이었는데 그와 손을 잡고 《신청년》의 편집에 관여한 편집자가 『안드로규노스의 후예』를 쓴 와타나베 온. 그는 업무상 방문한 고베에서 타고있던 자동차가 전철과 충돌하여 죽게 되지. 그 죽음을 「춘한」이라는 글로 추도한 것이 와타나베에게서 원고를 의뢰받았던 다니자키 준이치로. 그 다니자키를 잡지에서 비판해 문학 전쟁을 전개한 것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인데 아쿠타가와는 논쟁 몇 개월 후에 자살을 해. 그 자살 전후의 모습을 모티브로 우치다 켄이 『중산모자』를 썼고 그 우치다의 글을 칭찬한 것이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가 스물두 살 때 만나서 '나는 당신이 싫다' 하고 맞대놓고 말한 상대가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는 자살하기 일 년 전에 한 남자를 위해 추도문을 써서 '너는, 잘했다'라고 했어. 다자이에게서 추도사를 받은 남자는 결핵으로 죽은 오다 사쿠노스케야. 봐봐, 저기 그의 전집을 읽는 사람이 있어."

소설의 전체 흐름에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 아님에도 문장 하나하나 대화 하나하나에 저자는 공을 들였고 그런 작은 부분들이 모여 탄탄한 소설이 되었다. 헌책시장에서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들. 그중에서도 작가와 작품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연결하여 책과 책, 사람과 사람을 잇는 부분은 참 인상적이었고 모리미 도미히코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책을 읽었는데 마치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청춘 남녀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이지만 판타지 요소가 가득하고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도 모두 특징이 뚜렷해서인지  줄 한 줄 읽어내려갈수록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몇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며 마치 책을 읽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것 같았다. 마침 지난 3월 말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개봉됐는데 인물들이 어떻게 묘사되었을지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또한 책을 읽는 동안 '아 나도 그때 그랬었지'라든지 '난 이랬었는데' 하며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 시절이 계속 끊임없이 떠올랐다. 1학년 때 나의 모습과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의 모습도 그려보았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이었을 때는 이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억압받았던 고등학교를 떠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좋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밴드부활동도 하고 일본어도 배우고 친구들과 미친 듯이 수다도 떨고 멍 때리고 앉아 있기도 하고 말 그대로 그냥 그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나에겐 이런 것들이 캠퍼스의 낭만이었다. 어찌 보면 여주인공도 하고 싶은 게 많고 그걸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그저 행복한 여학생이어서 선배의 관심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자 여주인공의 반응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책을 읽은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번졌지만, 덮었을 때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벚꽃이 흩날리는 이 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봄바람 난 처녀처럼 내 마음도 싱숭생숭 두둥실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야행』은 아직도 그 제목만 떠올려도 등골이 오싹해지는데, 어떻게 한 작가가 이렇게도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을 짜임새 있게 잘 펴낼 수가 있을까. 이러니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릴 수밖에. 차기작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탄복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고 서점대상 2위에 오른 원작과 이런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제28회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부분 그랑프리"와 "제41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책으로 즐기는 것과 영상으로 즐기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내가 머릿속에 그린 것들과는 얼마나 차이가 날지 비교해보고 싶기도 하고. 조만간 영화관을 찾아야겠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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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아이들이 스르륵 잠드는 책 - 육퇴를 앞당기는 최적의 수면 솔루션
슈후노토모샤 지음, 박경임 옮김 / SISO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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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7세 아이들이 스르륵 잠드는 책』
슈후노토모샤(주부의벗사) 지음 | 박경임 옮김

아이를 재우는 것이 쉽지 않아 매일 밤이 걱정이 되던 때가 있었다. 9시가 돼도, 10시가 돼도, 11시가 돼도 눈이 말똥말똥하고 심지어 자정을 넘어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잠이 들던 때도 참 많았다. 그런 아이를 억지로 재우자니 아이는 자는 것이 고역이라 힘들고, 나는 나대로 하루 종일 힘들었는데 어서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에 더 힘들어했던 때였다. 우리 아인 8시쯤 되면 잠을 잘 잤었는데, 아빠의 퇴근이 점점 늦어지면서 아빠를 보고 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어느 때부터인가 9시 10시가 돼도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점점 더 늦어지게 되었다. 아이가 이렇게 자라다 간 이후에 생활리듬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고, 나도 빨리 육퇴를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할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나뉜다.

Part 1 생활리듬 조절하기
Part 2 환경과 의식
Part 3 잠 안 자는 아이로 고민하고 있다면
Part 4 아이 잠재우기 성공 사례
Part 5 고민 해결 Q&A

이 책은 3월이 되어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잠을 자고 싶어 하는 아이와 깨워야만 하는 내가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만나게 되었다. "늦게 자니까 늦게 일어나지! 오늘부터는 일찍 자!!"라고 하는 나에게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더 자고 싶다고 어린이집 안 간다고 떼를 썼다. 그리고 밤이 되면 또 나는 어김없이 "내일 어린이집 가야 하니까 일찍 자야 한다"라고 말하며 9시 10시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낮잠을 안재우면 밤에 일찍 잘 거라는 생각에 낮잠을 안 재워보기도 했지만 9시가 넘어 잠을 자러 가는 아일 보며 낮잠도 안 잤는데 어떻게 9시 10시까지 버틸 수가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때론 일찍 잠이 들어 밤 9시에 일어나 한참을 놀고 난 후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을 자러 가기도 했다. 오 마이 갓! 도대체 왜 이렇게 안 자는 걸까. 이 아이는 왜 이렇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아이를 키우며 어디선가 들었던 "7세까지는 낮잠을 재워야 한다"라는 이야기에 나는 낮에 아이를 재우려고 애썼다. 그런데 책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아이가 속해있는 4세군을 살펴보면 "40% 정도의 아이는 낮잠이 필요 없어진다"라고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낮잠을 안자도 되는 아이에 내 아이가 속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낮에 잠을 자버리면 밤에 잠을 못 잘 수밖에. 게다가 나는 낮에 아이가 잠이 들면 되도록 아이를 깨우지 않고 푹 자게 두었는데 1시간-1시간 30분가량 낮잠을 자는 것이 밤잠에 영향을 덜 미치고 오후 3시 이후에 낮잠을 자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알고 나니 내 아이의 수면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점심을 먹고 1시쯤이면 낮잠을 자서 3시쯤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잠을 자기 싫어했다든가(너무 많이 잔 경우로 보임), 점심을 먹고 낮잠 자길 거부하며 놀다가 4시가 다 되어 피곤해하며 낮잠을 잔 경우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야 일어났으니 저녁 먹고 바로 다시 잠을 잔다는 것은 무리(오후 3시 이후 낮잠은 밤잠에 영향을 미친다)였을 듯하다. 결국은 규칙적인 생활리듬이 잡혀야 잠자는 시간도 어느 정도 규칙적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의 생활을 규칙적으로 만들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때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아이의 생활리듬을 바꿔줘야 아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테고 아침마다 깨우느라 고생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생활리듬이 바뀌지 않은 아이는 여전히 늦게 잠이 들었고 아침에 깨우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낮에 어린이집에서도 잠을 자지 않는다고 했다. 아.. 어쩌지.. 하던 때 읽게 된 내용은 밤에 재우려 하지 말고 아침에 깨우려고 하라는 내용이었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난다가 아니라 일찍 일어나야 일찍 잔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리였다. 그리고 이어진 성공 사례들을 보며 일주일 고생해보자고 남편과 마음을 먹고 아침마다 아이를 깨워댔다. 책을 읽기 전에도 아이를 깨울 때는 클래식 음악을 들려줬는데, 이번에는 책에 나온 대로 음악도 틀고 방도 환하게 하고 아이도 마사지해주면서 깨웠다. 일어나기 싫다고 온갖 짜증을 다 부리며 힘들게 일어났는데 점점 그 짜증의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수면 의식과 마사지를 통해서도 아이가 잠을 자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 배를 따듯하게 감싸 주다가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준다. 어떤 때는 3가지 모두를 해줘야 잠을 잘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머리를 쓰다듬고 배를 감싸주면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너무 피곤한 경우엔 이 모든 수면 의식 필요 없이 옆에 같이 누워만 있어줘도 잠을 자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혼자 잠을 자진 않는다. 낮잠을 잘 때는 몇 번 혼자 알아서 잠을 자곤 했는데, 밤에는 어둠이 무서운 건지 꼭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지만 잠을 잔다. 이제 앞으로는 알아서 스스로 잠 잘 시간이 되면 혼자서 자러 갈 수 있도록 알맞은 수면 의식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일주일 만에 잠자는 시간이 어느 정도 일정하게 바뀌게 되었다. 아침에도 특정 시간대(7시 반 전후)에 일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아직 완벽하게 생활리듬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 무척 기쁘다.

평소 궁금했던 내용들도 Q&A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나온다는 성장호르몬에 대한 이야기는 늦잠을 자는 아이의 부모라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그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 수면습관을 들이는 동안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아이와 실랑이를 할 때마다 성공사례를 보며 힘을 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학교에 가는 것이 힘들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내 아이는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줬으면 좋겠다. 늦잠을 자서 밥을 거르고 허둥지둥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생활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의 수면 습관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좀 힘들더라도 올바른 수면 습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습관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좋은 습관이 빨리 자리 잡을 테니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상쾌한 아침을 생각하며 힘을 내야겠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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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놀이가 답이다 -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초등교사의 영어 교육법
이규도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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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놀이가 답이다』
이규도 지음


최근에 아이가 영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처음 들인 영어책이 시발점이 되어 놀이가 되다 보니 알파벳을 보면서 문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아직 국어도 잘 모르는데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 되면서도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퇴근 후 집에서 자녀에게 영어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육아맘이다. 저자가 외치는 '고비용 저효율 영어 교육을 저비용 고효율로!' 탈바꿈하기 위해 저자는 어떤 노력을 교실 안팎으로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함께 실천하면 좋을 것 같았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록이 수록되어 있다.

1 엄마표 영어의 밑그림 그리기
2 영어가 어려운 엄마를 위한 조언
3 육아가 수월해지는 엄마표 영어 -0세부터 말 배우는 시기까지-
4 영어 학습의 기초 체력, 엄마표 영어로 단련하기 -3세부터 5세까지-
5 계획하는 엄마표 영어 -5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6 영어 교과서 펼치기 전, 딱 이만큼만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해-
부록 영어와 책으로 놀기


"(상략)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옆집 엄마도, 언어학자도, 교육학자도 아닌 엄마 자신이다. 내 아이에 대한 것만큼은 엄마가 전문가다. 아무리 수많은 정보를 찾아봐야 평균 수준이나 일반적인 이야기를 할 뿐 내 아이 상황에 맞지 않으면 다 소용없다. 따라서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시기란 정해진 것이 없다. 시도해 봐서 아이가 관심의 기미를 보이면 그때가 적기이다."

일단 아이가 알파벳뿐만 아니라 단어의 형태와 발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영어 단어나 문장을 읽어달라고 요청한 후 집중해서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보면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에 관심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관심과 호기심이 있을 때 적절하게 자극을 주면 아이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반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엄마표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엄마표로 준비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게 바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이다.

저자는 먼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단계별 계획(1~3단계)을 세우고 영어에 노출 빈도를 점점 늘려나갔다. 0세부터 시작된 영어교육은 어렵고 많은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동요를 몇 곡 들려준다거나 영어로 한두 마디의 인사말을 건네는 정도부터 시작해서 영어 동화책을 읽고 간단한 영어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거쳐 초등학교 입학 후엔 영어 일기나 편지를 쓰는 등의 심화 학습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저자는 매일 10분씩이라도 꾸준하게 영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조금씩 쌓인 시간들은 거대한 눈덩이처럼 불어나 언젠가는 효과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 했다.

3,4,5,6 장은 각각 시기별 엄마표 영어에 대한 내용인데,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영어 환경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 좋았다. 

 

 

"이규도 추천 동요 목록"이 난이도별(★~★★★)로 나와있어 영어 노래가 익숙지 않은 엄마와 아이 모두 차근차근 영어에 노출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고, 저자의 아이들이 즐겨봤던 영어책 목록도 수록되어 있어 처음 영어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엄마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난이도 ★ :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멜로디. 한 문장 안에 단어가 5개 이하이며 생소한 단어는 거의 없음.
난이도 ★★ : 가사의 대부분이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단어 7~9개로 이루어진 문장이 1개 정도 있음. 생소한 단어가 1개 정도.
난이도 ★★★ : 단어 7~9개 정도로 이루어진 문장이 1개 이상 있고 생소한 단어가 2~3개 있음.

 

 

 

 

뿐만 아니라 영어로 놀이를 진행할 때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영어 놀이 방법에 대한 안내와 놀이 시 엄마가 사용할 수 있는 영어표현(맘톡) 나와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용 가능한 스티커가 나와있고, 스티커 활용법도 함께 안내되어 있다.

칭찬 스티커는 아이가 크면 생활습관을 잡아줄 때 좋을 것 같아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영어 놀이에서 점수판 기능도 수행한다니 만들어두면 쓰임새가 다양할 것 같다. 

 

 

 

 

영어는 글로벌 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가 된지 오래다. 외국에서 생활하며 영어를 모국어로 습득한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어릴 때부터 부모의 관심으로 영어를 일찍 배우기 시작하면서 엄마들의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상황을 고려해서 꾸준하게 학습을 시켜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아이를 기다려주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도 부정적인 입장도 모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어 영어를 지금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 아닐지부터가 고민의 시작이었다. 특히나 고민의 핵심은 '영어를 가르치기에 너무 이르지 않을까'였고 또 만약 가르치게 된다면 엄마표로 시작을 하게 될 텐데 '무엇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고민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영어자료(동요와 책 목록)가 안내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또 영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와 함께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어 좋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엄마표 영어놀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엄마표 영어를 실천하는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는 초보 엄마들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교사들에게 좋은 안내서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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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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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이기호 | 구병모 | 권여선 | 기준영 | 김경욱 | 김애란 | 박민정 | 최은영 | 편혜영


"더 적나라하게 쓰는 작가가 되겠다"

책 소개글을 보고 한정희는 누구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이기호 작가의 수상소감을 보자마자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총 1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기호 - 한정희와 나(수상작),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자선작)
구병모 -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권여선 - 손톱
기준영 - 마켓
김경욱 - 고양이를 위한 만찬
김애란 - 가리는 손
최은영 - 601, 602
편혜영 - 개의 밤

이 책은 수상자 이기호를 비롯해 수상 후보작에 오른 8인의 작품들이 수록된 작품집인데, 수상작뿐만 아니라 후보작들 모두 읽는 내내 뛰어난 표현력과 작품성이 느껴졌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몇몇 작품들이 더 눈에 들어왔는데 아마도 내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간 사회적 문제라고 들어왔던 것들이 반영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한정희와 나"는 요즘 들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가족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가해자 집단이 피해자를 끊임없이 괴롭혀 피해자에게 크나큰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히는 것을 그저 놀이였다고 말하는 것이 비단 책에 나온 이 아이들만의 이야기일까. 이런 아이의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며 한정희의 고모부이자 저자인 나는 참다 참다 폭발을 하고 만다.

"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어린 게 염치도 없이……"

미디어를 통해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학교폭력과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울분을 토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였던 사람이 가해자로 바뀌어 자신이 받았던 모욕감과 고통을 고스란히 다른 이에게 전해주며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해내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했고, 실제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기도 했다. 또한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처벌받은 것이 부당했다며 마치 누구 한 놈 걸리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사소한 일 하나에 날을 세우며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며 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죄책감이나 뉘우침 없이 부모의 도움으로 그 상황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했는데, 책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해 쌍방 과실로 만들어버리며 아이들을 바로 가르쳐야 할 부모가 오히려 자기 자식을 감싸고 잘못된 길로 가도록 부추기고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아이들은 크면서 자란다는 것은 이제 옛날이야기나 다름없어졌다. 친구 간의 투닥거림은 이제 주먹다짐을 떠나 사이버 폭력으로 이어지고 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손에 피를 묻히며 타인을 괴롭히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영악하고 잔인하게 서로를 괴롭혔고 무감각하거나 때론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의 말 한 마디에 타인이 얼마나 아파하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듯했다. 이런 시대적, 사회적 문제를 "가리는 손"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상략) 애가 어릴 땐 집 현관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자연스레 단절됐는데, 지금은 그 '바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 아직까진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즐겨 보는 정도 같지만,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social'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평판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내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먼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지금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 굳이 '옥상으로 올라와'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니까. 아이가 지금 나와 식사를 하는 중에도 실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으며 피 흘릴지 몰랐다. 재이는 틀림없이 이런 나를 고루하다 할 테지만."

"가리는 손"의 주인공 재이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학교폭력과 차별이라는 틀을 넘어 사회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었다. 재이와 재이 엄마인 나를 통해 다문화가정, 편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말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벌어진 십 대들의 사건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노인에게 틀딱이라는 말을 하고 폭행을 한 십 대와 그런 모습을 보고 함께 낄낄 웃어대던 다른 십 대들의 모습을 보며 "공경"이라든가 "인간의 존엄성"은 이미 사라진 듯 보였다. 아무리 세대 간에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간극이 존재하고 갈등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누군가가 누군가를 비하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것이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를 인식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리는 손"에서 다루고 있는 또 다른 문제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재이가 엄마에게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과 그 답에 대한 재이의 반응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대화였고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아빠랑 왜 헤어졌나고?"
"응"
"음…… 생각이 달라서?"
"그럼 토론을 했어야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엄마의 대답은 엄마와 아빠의 생각이 달라서라는 뜻도 있겠지만, 그들(재이의 부모)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편이 동남아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기대 이상의 관심과 비난을 들어야 했을 테니까. 그 정도의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뭘 더 이상 바라겠냐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내가 누구를 사랑하고 어떤 삶을 살든 그것은 나의 선택이고 나의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덕성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사람들의 잣대에 의해 나의 삶은 원치 않는 평가를 당해야 했다. 그것은 여자가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들에겐 껌처럼 질겅질겅 씹다가 버리면 그만인 심심풀이 땅콩이고 타인의 삶이었던 것이었다.


타인의 삶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은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에서도 나타난다. 타 지역에서 이사 온 젊은 부부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임신 막달이 된 주인공 정주를 숨 막히게 했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귀를 가진 동네 어르신들의 쉬지 않는 방문은 정주에게 결코 달갑지만은  않았다. 정주의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삼아 자신들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요즘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어르신들과 그런 어르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주. 세대 간의 갈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일을 하다가 임신을 하면서 일을 그만둔 한 여성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관심과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부분을 읽으며 크게 공감이 갔고, 저출산 문제에 대한 노인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이 젊은 세대에게서는 공감을 사지 못해 갈등의 요소가 되는 것 또한 이해가 됐다. 출산과 관련된 갈등으로 고통받는 삶을 사는 이야기는 "601, 602"에서도 나오는데, 남아선호사상으로 기인한 가족 내 남녀 차별과 폭력, 그리고 아들을 낳지 못해서 집안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림을 당했던 우리 엄마 세대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나의 아빠는 맏아들이었고,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아들을 낳지 못한 엄마는 친인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늘 은근한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 잘난 맏며느리, 밖에서 일한다고 살림도 소홀히 하고 아들도 낳지 못하는. 그것이 엄마 이름 김미자 앞에 붙은 무겁고도 끈적이는 수식이었다.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을 수의처럼 입고 있었다. 아들을 낳지 않는 한 벗어버릴 수 없는 무거운 옷. 딸 아들 운운하며 효진이를 깎아내리던 효진이 엄마의 말은 사실상 아들 없는 엄마의 처지를, 아무리 잘 키워봤댔자 그저 '가스나'일 뿐인 나를 향한 말이기도 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것이 임신을 위한 퇴사였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 친척들에게 들어 알았다. 애미가 되어서 돈 번다고 애를 방치한다는 말을 듣던 엄마는 막상 직장을 관두고서는 남편 잘 만나 집에서 속 편하게 노는 여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의 정주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601, 602"의 저자의 엄마는 친인척들로부터 끊임없는 가족계획에 대한 관심과 간섭을 받아야 했고, 직장을 다니면 다니는 대로 안 다니면 안 다니는 대로 이야깃거리의 소재가 되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여자"에게 갖는 인식이 변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씁쓸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손톱"이었다. 청년실업과 저임금, 저출산이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면서 젊은이들은 이미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사포세대(인간관계 추가), 오포세대(내집마련 추가)라 불리고 있다. "손톱"은 흙수저로 태어난 소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빠가 다른 언니와 함께 살던 나는 엄마에게도 버림을 받고 믿었던 언니에게까지 버림을 받게 된다. 소희에게 남은 것은 스물한 살의 소희가 감당하기엔 벅찬 빚뿐. 이런 소희는 매일같이 돈을 계산한다. 한 달 월급에서 얼마를 모으고 얼마를 써야 빚을 갚을 수 있는지, 언제쯤이면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녀는 계산하고 또 계산한다. 울분이 쌓여 터져버린 손톱은 그녀의 아픔이고 고통이었지만 그녀 자체이기도 했다. 병원비 7만 원이 아까워 치료를 더 이상 받길 거부하는 그녀는 지칠 대로 지쳤고 그녀의 삶 역시 곪을 대로 곪아버렸다. 쇼윈도에 펼쳐진 고급 외제 승용차들을 보며 그녀가 피와 고름을 창에 묻히고 도망간 장면은 마치 너희 흙수저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너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소희는 어느새 빌딩 쇼윈도 앞에 바짝 붙어 서 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이 닦인 유리 너머로 외제 자동차들이 손에 잡힐 듯 반짝거린다.
내가 어쨌다고? 내가 뭘, 뭘, 뭘? 뭘? 뭘? 뭘?
소희는 다친 개처럼 유리에 대고 짖었다. 뭘, 뭘, 뭘, 외칠 때마다 유리에 김이 서렸다. 매장 안에서 남자 직원이 소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진수 씨를 닮았다. 온몸이 엄지손톱의 혹처럼 얼었다 녹으면서 뜨겁고 흐물흐물한 살덩어리가 된 것 같았다. 갯벌에 쑤욱 빠진 것도 같았다. 이대로 유리에 철썩 들러붙어버릴까. 직원이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걸 보면서 소희는 엄지손톱에서 거즈를 떼어냈다. 손톱 없어도 된다. 엄마 없이도 살았고 언니 없이도 사는데 그깟 손톱 없어도 된다. 됐다 뭘, 됐다고, 안 와도 된다고,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오지 말라고. 소희는 혹에 끈끈하게 고인 약과 피와 진물을 유리에 꾹 눌러 비비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소희 마음속에도 흉한 혹이 돋아났다. 다신 안 와. 다신 안 온다고. 언니…… 안 온다고. 언니 그년…… 안 와도 된다고. 영영 오지 말라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빚에서 허덕이는 어린 나이의 소희. 그녀는 최선을 다해 앞으로 달리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뒤로 가는 것만 같아 보였다. 이런 그녀가 모든 만물에 공평하게 뇌리 쬐는 햇빛을 보았을 때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빛의 따스함을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고 모든 것들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며 반짝일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얼마나 슬펐을까. 인생에서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그녀는 가난이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빛도 누릴 수 없었고, 가족에게서 느낄 수 있는 따듯함도 제대로 받아보질 못했다. 햇빛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값졌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그녀의 삶은 이 모든 것들이 결여되어 있었기에 슬플 수밖에 없었으리라. 책을 읽는 내내 힘들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무미건조하고 덤덤해 보이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상략)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날 소희는 찌르는 듯 따스한 빛, 강물이며 건물이며 만물이 스스로 빛나게 하는 빛, 무차별하면서 공평하고 무심하면서 전능한 빛을 보았다. 눈이 부셔 눈물이 고였지. 열차가 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을 때에야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손톱 절반 가까이를 부러뜨리고서야 맛볼 수 있었던 한낮의 햇빛은 그토록 짧고 강렬했다. 소희는 강변을 달리는 통근버스 차창에 바짝 붙어 않아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본다. 버스가 좋은데, 소희는 버스가 슬프다. 그러니까 슬픈 건 버스가 아니라 햇빛인데, 슬프면서 좋은 거, 그런 게 왜 있는지 소희는 알지 못한다."

왜 하필 엄지손가락이었을까. 많은 손 중에서도 엄지손가락이 아프다는 것이 많은 의미를 가져온다고 느꼈다. 일단 엄지가 없으면 물건을 쥘 수 없으므로 가장 중요한 손가락으로 생각되어진다. 게다가 잘했다고 표시를 할 때 우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손가락을 이용해 수를 셀 때도 엄지는 항상 1번에 해당된다. 아이들에게 손가락을 알려줄 때는 아빠 손가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엄지손가락이 아프다는 것은 이 사회를 이끌어가고 발전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활력이 넘쳐야 할 젊은이들이 가장 고통받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 피를 돌게 하고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부분을 말하는 듯했다. 그녀의 아픈 손은 청년 실업과 저소득층의 고통이자 눈물처럼 느껴졌다.

 

 

 

 

서로 다른 작가가 쓴 글들이지만 정말 놀라우리만치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했다.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우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보듬어야 할 것들을 지나쳐버리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과연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반추해볼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루었던 다양한 소재들 중에서도 "갈등"이라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서 생긴 사회적 병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너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갈등은 내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밖으로 분출되기도 하며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조롱까지 더해져 "존중"은 사라져버렸다. 학교폭력, 인종 차별, 성차별, 세대 갈등 등 인간관계가 변질되면서 사람들은 폭언과 폭력을 일삼게 됐다. 우리 사회는 많이 아프다. 하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그것들을 알리고 고치기 위해 이런 글이 쓰였다고 생각하니 우리 사회가 조금씩 건강하게 변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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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 - 제7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26
신소라 지음 / 현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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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
신소라 글 · 그림

예전에 제가 어렸을 적에는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선택에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그래! 결심했어!"라며 어떤 한 쪽을 선택하고 그 삶을 살아보고 다시 되돌아가서 다른 길을 선택한 삶을 살아보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인생은 그런 개그 프로그램처럼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항상 선택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게 됩니다. 매일 뭘 먹고 어떤 옷을 입을지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어떤 진로를 선택하고 어떤 회사에 입사하며 어떤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할지 등 크고 작은 것들이 모두 선택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이런 선택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있어 아이와 함께 읽어봤어요.

 

 

 

 

"어떻게 할까?"라는 책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책이에요. 이야기는 아침 자명종 소리가 울리면서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이 되면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졸리고 피곤하니까 조금만 더 쉬고 싶어서 꿈지럭꿈지럭. 주인공도 그만 일어날지 아니면 조금 더 잘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첫 번째 선택이에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매일 아침 아이에게 눈을 뜨며 물어봅니다. "잘 잤니? 이제 그만 일어날까? 아니면 조금 더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싶니?" 그러면 아이는 그때 기분이나 몸 상태에 맞춰 다른 대답을 해요. 본인이 피곤하다고 생각되면 조금 더 누워있겠다고 하고, 충분히 누워있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일어나고요. 그전까지는 일어날 시간이 되고 아이가 뒤척이면 제가 혼자 판단해서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했고 아이를 깨우는데 시간이 많이 드는 편이었는데 아이에게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니 오히려 기분 좋게 일어나고 생각보다 아이가 오래 뒹굴뒹굴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서 아침에 깨우는 게 한 결 수월해졌어요.

 

 

 

 

밥을 더 먹을지 그만 먹을지, 그리고 창밖 날씨를 보며 우산을 가져갈지 놓고 갈지를 선택한 후 주인공은 학교로 출발합니다. 학교에 빨리 가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갈지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갈지를 정해야 하는 주인공.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선택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 학생 때 많이 했던 선택 중 하나(특히 아침)가 무엇을 타고 갈지를 정하는 것이었어요.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자니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깝기도 하고 버스가 바로 올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더 기다리면 지각할 것 같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손을 번쩍 들어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워 타고 가기도 했거든요. 택시를 타고 가다 뒤를 보니 그렇게나 마음 졸이며 애타게 기다렸던 버스가 바로 뒤에 따라온 적도 몇 번 있었어요. 그럴 때는 '나는 목적지에서 더 가까운 곳에 내릴 수 있다'라며 위안을 삼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아이는 저와 항상 함께 다니니 교통수단은 제가 결정하고 아이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지만 종종 아이가 버스를 타고 싶다고 하거나 차를 타고 멀리 놀러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상황이 허락하면 아이의 선택을 따라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아이의 선택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주기도 해요. 아이가 커서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주인공과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비슷하게나마 경험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학교로 가는 길에 예쁘게 활짝 핀 꽃을 보면서 꺾을지 말지를 고민하며 길을 걷는 주인공은 학교에 도착한 이후에도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 것 같은데 손을 들지 말지, 점심시간에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는데 더 달라고 할지 말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군것질을 할지 말지, 놀이터에서 놀다 갈지 말지, 신호등 초록불이 깜박거리는데 건널지 말지, 골목길과 계단 중 어느 길을 선택해서 집으로 돌아갈지 등 다양한 선택의 순간이 나타납니다. 

 

 

 

 

이제 집에 다다른 주인공 앞에 놓인 강아지 한 마리. 지저분해 보이는데 만져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리를 뜨는 주인공은 뒤를 돌아보며 강아지를 데려갈지 말지 고민을 합니다. 

 

 

 

 

결국 강아지와 함께 집으로 가는 것을 선택한 주인공은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릴지 말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선택이 이 책에 나온 가장 마지막 선택이에요. 그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리고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매일 같은 일상의 연속이라 생각을 했는데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매일 같을지라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매일이 조금씩 다른 날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어제는 지하철을 타고 오늘은 버스를 타고, 오늘은 놀이터에서 놀고 내일은 바로 집으로 가고.. 결국 매일이 똑같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7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우수작 『어떻게 할까?』
아이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매번 다른 선택을 해봤습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물으면 아이는 저에게 다시 되묻곤 했는데 그럼 저는 "우리 이번엔 이렇게 해볼까?"하면서 그때마다 선택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야길 좀 더 채워 넣어 아이에게 들려주었더니 책의 이야기만 풍성해진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까지도 풍성해진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들이 선택입니다. 하지만 일상의 선택들은 진로 선택이나 배우자 선택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서 고른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결국 선택의 순간들과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쳇바퀴 돌듯 매일의 일과가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의 선택으로 채워진 시간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요. 좀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다채롭게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그저 지나가는 하루의 일과일 뿐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나의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까지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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