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집으로 취미를 바꿔볼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오래된 새 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책에 대한 책이다. 여러가지로 유의미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책에 대한 책이라 읽고 싶은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개되어 있어서 당분간 책 선택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 대부분 절판된 것들이라 내 목과 가슴을 애태우겠지만 뭐, 행복한 아픔이다. 책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이 책은 책 값 이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지게 하는 책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이 책을 읽으며 내 독서의 편식현상을 뼈저리게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과 취미 생활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서가에 꽂힌 책들 중 단연 압도적인 분야는 여행에 관한 책들이다. 가이드북, 여행기 등이 국가별로 구비되어 있다. 특히 인도에 대한 책들은 차고도 넘치는데도 늘 목이 마르다. 그러니 취미는 당연히 여행. 

여행이 최고의 취미라는 내 신념(?)이 이 책으로 인해 잠시 흔들렸다. 헌책을 수집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은 재미를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이 발품을 팔며 여행자로서의 낭만을 구가하는 재미 못잖게 일일이 헌책방을 뒤지며 한 권 두 권 갖고 싶은 책을 손에 넣는 작업 또한 무척 재밌어 보였다. 비용면에서는 어떨까. 아무래도 여행보다는 적게 들 것도 같은데,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도 남는 것이라고는 사진과 자질구레한 기념품 몇개에 불과한 여행보다는 책은 하나하나 쌓이면 눈요기도 되고 재산가치도 있을 터, 헌책 수집도 해볼만하다는 유혹이 들었다. 

세 번째는, 이 책을 읽는 중에 너무나도 헌책방에 가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추억의 헌책방은 있었다. 송탄의 오산미군부대 앞 골목에 있었던 대광서점(기억이 가물가물하네)은 내 청춘의 한 시절인 고등학교 때와 대학 때를 보냈던 곳으로 미군들이 처분하고 간 영문으로 된 잡다한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뭐 그렇다고 영문으로 된 책 몇권으로 내 인생이 달라졌느냐 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이국적인 것에 쏠리는 경향이 그 헌책방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헌책방에 대한 그리움을 몹시 자극하는 이 책을 읽으며 끝내는 동인천에 있는 아벨서점을 다녀왔다. 이 책의 저자는 인터넷 헌책방을 이용하여 희귀본 등을 구입한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내 발품을 팔아야 내 적성에 어울린다. 헌책방은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자극한다. 특히 이 서점의 주인은 헌책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라 그냥 서점에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고향에 온 것같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도 마음 저 깊은 곳에 조그만 헌책방 하나 갖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헌책방이 무슨 책이라도 되는양 '하나' 갖고 싶다니...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여러가지 상념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 행복한 즐거움이다. 그리고 며칠간 책수집이냐 여행이냐는 취미생활을 두고 곰곰히 따져본 결과 역시 나는 몸 움직이는 행위가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게는 읽는 것 보다는 걷는 것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