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이 소중하다 - 한 뉴요커의 일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서동수 옮김 / 세미콜론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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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다. 아내가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됐다. 그리고 삶이 변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도 흥미롭지만, 편하게 그린 그림, 손글씨 모두 다 잘 어울린다. 글도 좋고.
부인 이야기가 궁금하지만.....남편이...이 정도까지 본 건.....그림을 그려서가 아닐까....
그림도 그리고 쓰고, 글도 쓰고 싶고, 더 씩씩하게 살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내 삶과 나를 둘러싼 세계를 깊이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발견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패티와 잭과 프랭크와 나는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괜찮은 아파트에서 아마도 평범한 생활이라고 불러야 할 삶을 살고 있었다. 스타일리스트인 패티는 사진촬영을 위한 옷과 소품을 찾아 온 맨해튼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바쁜 광고쟁이였던 나는 회의와 촬영으로 정신이 없었다. 태어난지 이제 겨우 10개월된 잭은 열심히 걸음마를 배우고 있었다. 프랭크는 여덟 살 먹은 개인데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존재였다.
만일 당신이 그때 우리를 만났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행복하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지금 좀 바쁘다고 말했을 것이다.
어느 덥고 바쁘던 아침, 패티는 잭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겨두고 집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사진 촬영에 쓸 케이크를 구하러 업타운의 유명제과점에 가는 길이었다. 전철을 기다리는 도중, 그녀는 플랫폼에서 떨어졌고 하필이면 그때 역으로 들어오던 9번 열차가 그녀를 치었다.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지만 너무 늦었다. 열차 세 칸이 패티의 몸 위로 지나가면서 척추뼈를 부서뜨렸고 그녀는 허리 아래가 마비되어 버렸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패티는 쾌활하고 귀엽고 멋진 여자였으며, 이제 막 엄마가 된 참이었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병원에서 패티는 내게 물었다.
"왜지?"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야 하는 걸까? 나는 말했다. "그런 건 상관없어." 이것이 신의 교훈이든, 전생의 업보이든 글쎄, 나는 관심없었다. 어차피 내 마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설명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혼란스러웠고 미칠듯 화가 났다. 알고 싶은 것은 "이제 어떻게 하나." 뿐이었다. 어떻게 다시 살아가며 어떻게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내가 삶의 의미를 찾아 발버둥치고 있는 동안 패티는 자신의 삶을 되찾고 있었다.
그녀는 일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잭과 시간을 보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해 온 모든 것에 새로운 용기와 결단력이 더해져, 내게 그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내게 놀랍고 어쩌면 두려울 정도였는데, 그래서 나는 더욱 슬퍼졌다. 결국 사고는 그녀 자신의 것이었으며 나는 제3자일 수밖에 없었으므로.

나의 처음 시도들은 형편없었다. 그러던 어느 조용한 저녁, 나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소파에 앉아있는 패티를 그리게 되었다. 그 그림에는 내가 이전에 그렸던 어느 그림과도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어느 순간 나는 다른 세계로 빠져 드는 듯했다. 마음이 비워지고 호흡은 느려졌으며, 마침내 종이를 내려다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데 놀랐다.
...
차이는 그리는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법에 있었다. 나는 내가 그리는 대상을 눈으로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듯 했다. 내 시선은 모든 굽이와 도드라진 곳들에 정성스럽게 머물렀고 표면을 따라 그늘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렇게 바라볼 때,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고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경험은 언제고 되풀이되었다. 서두르지 않고 마음이 가는대로 내버려두면 아주 에로틱한 그 경험은 언제나 찾아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이유는 실제로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기 때문이다. 코는 대체로 삼각형이다. 눈은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가 하나 더 있다. 귀는 주름이 있는 동그라미다.
사람은 머릿속에 사물에 대한 정리된 이미지를 담고 있어서, 우리는 그것을 그리게 마련이다.
사람이란 원래 그렇다. 이미지와 기호를 사용해 모든 것을 나누고 구분한다. 이것이 우리가 짐승들과 다른 점이다. 불행하게도 이 상징들은 우리들이 세계를 보는 데 있어 하나의 장막이 된다.

나무그리기를 공부하는 좋은 방법은 가지들이 서로 연결되어 나간 모양새를 잘 관찰하는 것이다. 겨울엔 나무그리기 공부를 하러 손가락 없는 장갑이라도 사서 공원에 나가봐야겠다. 수은주가 떨어질 때도 펜이 부드럽게 움직여 줄지 모르겠다.

나는 영국에서 태어나서 호주, 파키스탄, 이스라엘...에서 자랐다. 어릴 때 하도 이사를 많이 해서 이내 여행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래서 직업상 여행을 꽤 많이 하면서도, 한번도 낯선 곳을 탐험한 적은 없다. 일본에 가서는 버거킹에서 식사했다. 멜버른에서는 호텔방으로 음식을 시켜다 먹었다. 하지만 이제 그림을 그리니, 새로운 곳들이 보고 싶어 못견딜 지경이다. 심지어 공항도 즐겁다!

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내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헛된 생각들이다. 몽테뉴가 말한 것처럼, "나의 삶은 지독한 불행으로 가득한데, 그 대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다." 중요한 것은 앞날을 예측하며 상념에 잠기는 것이 아니다. 이론을 세워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아니다.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하고 궁리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내 삶의 충만함을 있는 그대로 360도 모든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 말이다. 병원 대기실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나는 보았다. 장례치르는 집에도 묘지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나는 보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내게 일어났다. 하지만 내가 두려워하던 그 흉한 일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은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것을 당신에게 하지 못한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과 척추를 다쳐 불구가 된 사람들을 놓고 그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를 알아본 연구가 있다. 처음에는 두 그룹간에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예상할 수 있듯이,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은 미칠듯 기뻐했고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절망했다.
그러나 1년 후의 조사에서는 두 그룹간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다. 불행한 백만장자와 행복한 불구자가 있는 것이고, 행복한 백만장자와 불행한 불구자도 또 그만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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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백만장자 삐삐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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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에 잔뜩 좋은 부분을 옮겨놨는데 사라졌다. 허무하다.

다시 제정신 차리고, 어제 오늘 <꼬마 백만장자 삐삐>랑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를 읽었다.

뭐든 까먹는 내 머리로는 어렸을 때 읽었어도 까먹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책으로는 처음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던 삐삐보다 훨얼~~씬 더 멋지다.

삐삐는...

대단한 허풍쟁이에 거짓말 잘치는 삐삐의 말솜씨를 보자.

"우리 할아버지 코는 세상에서 가장 길어요. 할아버지가 키우시는 앵무새 다섯 마리가 코 위에 나란히 앉을 정도라고요."

"맞아요. 거짓말이에요."

"제가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거짓말을 했어요."

"왜냐하면 다섯 번째 앵무새는....다섯 번째 앵무새는 한쪽 다리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제대로 놀 줄 아는 삐삐. 자기 일을 알아서 할 수 있는 아이.

그 좋다는 스웨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복지국가라는 의미로) 삐삐때문에 스웨덴이 멋지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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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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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가시고기 이야기 네버랜드 자연 그림책 1
박지훈 글 그림, 이완옥 감수 / 시공주니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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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동물과 사람이 보는 동물이 얼마나 다를까. 재야 동물학자인 분이 사람들이 동물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지도 않고, 그냥 자기들 의도대로 이야기하는 게 많다고 했는데, 소설 <가시고기>가 크게 히트쳤을때도 그 생각을 했다. 뭐 그 현상을 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었으니 재미나고 감동이었겠지만,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

이 <큰가시고기 이야기>는 그게 가시고기가 아니라 큰가시고기 종의 이야기라며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지훈이라는 작가가 글, 그림을 다 했는데 먹선이 좋다. 그런데 글은 중간중간 간지럽다.

'솜이는 이런 움이를 바라보며 몸은 지쳐도 마음만은 행복했습니다.'

사실 수컷은 둥지가 다 찰 때까지 다른 암컷들과도 짝짓기를 해서 둥지를 채우는데, 뭐 그것 역시 살 수 있는 새끼를 많이 치려는 본성인데 그걸 저렇게 닭살로 표현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자식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는 거...그게 순리인가. 그래야 삶이 이어지는 건가.

요샌 본성만이 진짠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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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올가의 꿈 미래그림책 61
니콜레타 코스타 글 그림, 음경훈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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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를 보니 '니콜레타 코스타'라는 이 어려운 작가 이름으로 아동복 브랜드가 있단다.

한번 찾아봤다. 정말 우리 나라에서 만든 것 같은데 캐릭터를 이용해서 만든 브랜드가 있다.

선이 간단하면서 재미있다. 캐릭터 들도...

비구름 올가가 자기 일을 하고(비를 뿌리고) 밤에는 달님이랑 구름 말을 타고 돌아다닌 이야기.

귀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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