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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그 삶과 음악 ㅣ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3
데이비드 비커스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9월
평점 :
우리가 보통 클래식하면 떠올리는 작곡가를 꼽자면 모짤트와 하이든이죠.모짤트의 천재적인
신동이라 어렸을때부터 명성을 쌓았었고 하이든은 아주 안정적이면서 오랫동안 상류사회속에서
살았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만나고 나니 좀 먹먹해지더군요.
하이든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독학과 성실을 무기로 아주 유명한 헝가리 귀족의 궁정악사부터
시작합니다. 그후 38년이나 후원을 받아 헝가리에만 처박혀서 악장이 되고 귀족모임을 위한
작곡을 하죠. 그후 작곡가로 유명해지고 유럽에 명성을 떨치기까지 이 책 <하이든, 그 삶과
음악>에서는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근데 보통의 평전이나 위인전의 성격이 아니라 이 책은 그 당시 하이든이 쓴 편지와 계약서,
영수증같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씌여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는 좀 증발되고 상세한
연대기를 쭈욱 훑어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너무 감정이입을 강하게 시키지않고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로 펼쳐나가는 저자의 뉘앙스는 신선하더군요.
묘한 것이 딱딱한 흐름이지만 그속에서도 분명히 하이든과 모짤트,그리고 베토벤의 관계가
잘 보이더군요. 하이든은 무엇보다 아주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이고 모짤트는 재기발랄하면서도
하이든과 코드가 잘 맞았던 사람이고, 제자였던 베토벤은 치기어린 골치덩어리로 그려지더라구요.
특히 왜 하이든을 '파파 하이든' 이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습니다. 38년을 한
명문가의 궁정악사(소위 '하인')로 의리를 지키는 근면함과 상냥함,거기에 유머까지 갖추어서
자수성가를 했던 하이든은 오만하지않고 100명이 넘는 제자 그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않았다고
하니 그 인품이 어느정도였는지 놀라울 뿐이죠.
우리가 소위 예술가는 괴팍하고 창작의 욕망에 의해 성격이 비사회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치 하이든은 성실한 공무원같았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굉장히 다작으로 유명한데 100곡이상의
교향곡이 사실 음악을 좋아하던 에스탈하지 공작의 분부로 그러니까 "일"로써 만들어졌더군요.
(책에서는 중간중간 '에스탈하지'와 '에스텔하자'란 혼용되어 오해의 소지가 좀 있긴 했어요)
해외에서 작곡가로 명성이 높을 때에도 에스탈하지 공작은 사교모임과 행사를 위해 헝가리
시골의 궁전에 박혀서 4월부터 11월까지 연주회와 연극, 마리오넷 오페라,가면무도회까지
아주 바쁘게 일을 해냈지요. 그 사이사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책에서는 악보하나당
얼마에 누구에게 팔았고, 공연하나로 얼마를 벌었고, 월급이 얼마였으며, 몇살때 연봉이 얼마로
올랐고 등등 경제적인 부분이 유독 세세하여 사실 좀 뜨악한 점도 있었습니다. 제가 하이든의
음악세계와 창작의 고통에 다가서는 게 아니라 일생동안의 하이든 통장내역을 보는 듯해서죠.
교향곡 천재가 아니라 가족과 형제들,애인들까지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그의 발버둥을
보는 것 같은 에피소드가 많아서 음악의 세익스피어라고 느껴지지가 않고 현실의 가장들을
대변하는 '프로메테우스'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는데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천지창조'와
'사계'는 일이 아니라 본인이 대중을 위하여 여유롭게 영국에서 생활할때 만들게 되었던 점이
넘 좋았습니다. 스스로 부와 명성을 가졌고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술회했는데
그 부분을 읽을때는 실제로 '천지창조'를 듣고 있었는데 벅차오르기까지 하더군요.
하이든의 그 '천지창조'의 오라토리오 '혼돈'부분을 막 만들어서 지인에게 들려주었을때
했던 말이 넘 기억에 납니다.
사람들이 거의 어김없이 예상할 결론을 내가 어떤식으로 피하는지 분명히 보았죠?
왜냐면 아직은 우주에 형태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넘 짜릿하다고나 할까요?
하이든은 죽기전에 많은 재산을 예전 애인들과 먼친척들에게까지 다 골고루 잘 살수 있도록
배려하느라 여러번 수정을 했습니다.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장수하였으며 특히 '18세부터
73살때까지 내가 작곡한 것으로 기억하는 모든 작품의 카탈로그'라는 하이든 본인의 작품들을
다 정리해서 출판사에 보냈을때의 감회는 어땠을까요?
맨뒤에는 세계사와 문화사가 한표로 만들어져서 하이든의 연표를 정리하며 읽을 수 있도록
해놓았고 2장의 CD에 대한 곡설명도 잘 나와있습니다.아, 전문용어와 실존인물들도 뒤페이지에
정리되어 나와 있는데 미리 알고 읽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뒤늦게 알아서 살짝 아쉽기도 했네요.
하이든의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기획의도가 넘 좋은 것 같습니다.
흥미롭게 잘 읽었어요. 선물하기에도 좋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