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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우리 시대 여성 멘토 15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편지
김미경 외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 저기 강원도에는 폭설이 펑펑 내리는 중이라죠? 으실으실 목덜미가 스잔한데
갈라파고스 소인이 찍힌 이 사랑스러운 책 한권이 저를 녹여주네요. 밑에 소인을
잘 봐주세요. 적도선상에 있는 그 갈라파고스가 맞죠?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구요? 이 책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은 새로운
챕터 즉, 새로운 편지를 만날때마다 이 갈라파고스섬의 소인을 찍어놓으셨더라구요.
아마 에콰도르에 있는 섬이 맞을 꺼예요. BBC에서 죽기전에 반드시 가봐야한다는 자연의 보고이자,
살아있는 화석의 섬.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왜 갈라파고스의 소인이 찍혔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덮고나니 잘 알겠더군요.
우선 종이질이 마치 진짜 편지지처럼 정갈하고 이뻐요. 책의 옆면을 한번 보세요.
정말 이쁘죠? 이 책을 디자인하신 분들께 박수를! 너무 근사했어요.
다시 책으로 돌아가볼까요? 이 책<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은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멘토로 불릴만한 여성 15인이 쓴 편지입니다. 누구에게 썼냐구요? 흔들리는
청춘시절의 자기 자신에게요.
예상한대로 지금은 성공한 인물로 알려진 이 그 분들도 한 때는 모두 고뇌하고
넘어지고 시련속에서 아파하고 주저앉을까 말까 마음에 바람이 불던 시절이 있더군요.
마치 우리들처럼 말이죠. 그래서 자기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들은 한결같이 위로와 격려,
그리고 따스함이 가득합니다.
대부분 미래는 잘 풀리니 힘내라는 메세지가 많더군요. 꼬장꼬장하게 해석하자면 인간극장을
살짝 보여주고 그 다음은 자화자찬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편지뒤에는 이 분들의 소개를 다시
삽입하여 성공담이 반복되는 게 좀 부담이 되긴 했어요. 책 제목이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기 보다는 <인생에서 조금 더 허우적대봐도 좋을 것들>이 낫지않나
싶기도^^...
또 한가지 흠이라면 이 편지들의 문체가 너무도 비슷해요. 페이지가 얼마안남았을 때에는
'대필작가가 이야기를 듣고 다 써주셨나? 왜이리 비슷비슷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몇몇 편지는 빼고요. 하지만 주옥같은 멘토들의 격려는 귓가에 멤돕니다.
저는 윤석남님과 심상정님, 원수연님과 임오경님의 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문에서 심상정님이 자유에 대해 신선하게 정의를 내려주시더군요. 자유는 '자기 이유'의
줄임말이라고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기 이유가 분명한 삶이 자유로운 삶이라는 구절이
참 가슴이 와닿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시대가, 당면한 현실과 대중의 구호가 힘들게 하더라도 스스로의 실력 있고없고를
의심하지말고 예술이 가진 힘에 집중하라!는 윤석남님의 조언도 정말 뭉클했고요.
자신을 몰아세우지말라고, 지금은 단지 엔진이 과열되어 잠시 멈춰선 자동차와 같으니
자신을 아끼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행복하지않거나 앞으로 좋아질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손에 쥔 뜨거운 돌을 던지라!는 오경님의 조언은 또 얼마나 힘이 나는지요.
이 분들은 모두 완벽하고 치열하게 살려고 앞만 보고 나가다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감추고싶었던 어린시절의 상처와 진로에 대한 방황,이혼의 아픔,
무능한 자신에 대한 열패감,자살을 시도할 만큼 절망에 빠졌던 불투명한 미래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나즈막하게 회상할만큼 이젠 강해져있다는 점도 공통점이겠지요.
다시 이 책<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의 갈라파고스 소인으로 돌아가볼까요?
왜 자꾸 그 소인이 눈에 밟힐까 생각해봤습니다. 갈라파고스에는 다른 대륙에선 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한 곤충과 동물들이 많잖아요. 오래전 대륙에서 큰가지를 타고 떠내려 오거나 폭풍에
떠내려 온 표류자들이 이 섬에 도착해 갖은 고생끝에 이 섬에 맞게 진화하여 아주 독특하고
고유한 형태의 "종"이 태어났잖아요.
그렇게 우리보다 한발 앞서서 거친 인생을 걸어간 언니들도 갈라파고스같은 섬에 도착한
생명체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독립적이고 씩씩하게 살아낸 표류자의 영광의 상처도 느껴지고
말이죠. 인생의 굴곡을 통해서 삶에 대한 견고한 통찰을 발견하고 성공까지 거머쥔 생명체랄까요?
"누구나 그렇게 힘든 때가 있어. 나도 물론 그런 통로를 거쳐왔지. 그런 장애물이 없었다면
나중에 자서전이 너무 밋밋하자나? 무엇보다도 너는 분명히 니 꿈을 이룰 수 있을꺼야."
라고 토닥여주는, 마치 파문이 번지는 10톤의 따뜻한 물 같은 그런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