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상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은 리스베트의 이야기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리스베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던 그녀의 후견인이 큰 일을 벌이려 한다. 그것도 모르고 리스베트는 유유자적 해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새 집을 장만하고 예전 집은 친구 미미가 살게 했다.  

미카엘의 잡지사 밀레니엄은 또 다시 대박 사건에 코를 빠트린다. 프리랜서 기자로 성매매에 대한 글을 쓴 남자를 고용하고 책을 출판하기로 하는데 그와 그의 여자친구가 살해당한다. 그 현장을 미카엘이 발견하고 흉기로 사용된 총에는 리스베트의 지문이 나와 그녀는 살인 용의자로 지명수배된다. 

작품은 국가 권력이 힘없는 개인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지 보여준다. 또한 편견에 찬 자신들이 평범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시민이라고 자처하는 주류에 속하는 자들의 위선도 보여주고 있다. 리스베트는 철저하게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에 비해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카엘은 주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가 정의로운 언론인으로 등장하지만. 

모든 일은 리스베트가 혼자서 해결한다. 미카엘의 그저 리스베트의 뒤만 따라다니다가 리스베트가 모아 놓은 자료를 가지고 기사와 책을 쓸 뿐이다. 완벽한 여전사와 바보 온달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상충하는 모습의 두 주인공의 모습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단 한번도 리스베트에게 먼저 도움을 주는 법이 없는지 원. 

하지만 이것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비주류는 주류의 도움없이 사회에 포함될 수 없다. 비주류는 사회에 포함되고 싶어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리스베트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이런 겉이 멀쩡해보이는 인물들이라는 얘기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두번째 작품은 세번째 작품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2부작으로도 충분했을 것을 왜 3부작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전혀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다. 정말 리스베트의 활약상이 아니었다면 속 터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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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데이즈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제임스 패터슨의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다. 우먼스 머더 클럽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린지 박서 강력반 부서장, 질 번하트 수석 지방검사보, 클레어 워시번 검시관, 신디 토머스 클로니클 범죄 전문 기자, 이렇게 네명으로 이루어진 친구들의 모임이다. 처음 만났을때는 서로를 의심하고 안좋게 시작했지만 만날수록 사이가 좋아져 소모임을 만들고 명칭을 그렇게 지은 것이다. 아주 사이가 좋은 네명의 친구들이 이끌어가는 작품 시리즈라는 이야기다. 

세번째 작품인 이 작품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조깅을 하다 린지와 질은 만나고 린지는 질의 멍 자국을 의심하지만 질은 변명을 하며 먼저 간다. 돌아가던 중 린지는 갑자기 집이 폭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소방서와 경찰에 연락을 하고 불 타는 집에 들어가 살아있는 아이를 구조하고 나오고 범인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오거스트 스파이스'라는 이름. 그리고 그 집의 막내는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폭발의 이유를 추적하던 중 다른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G-8 개최의 무산이었다. 과연 린지와 그의 친구들은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테러를 막을 수 있을까? 린지와 친구들은 개인 문제와 함께 테러와의 전쟁도 함께 해결하고자 뭉친다. 그들에게는 보다 강력하게 뭉쳐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린지와 나머지 친구들은 무고한 시민의 죽음에 분노한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은 가치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들은 저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한 저 너머는 버클리 대학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미국 이외의 가난한 나라, 부자 이외의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코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만이 잔인하고 세상에서 가장 나쁜 흉악한 범죄다. 그들에게 이들은 테러리스트이자 범죄자일뿐이다. 맞다. 이들은 테러리스트이고 범죄자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그리고 지금은 미국 국민도 분개하고 있는 회사가 망하고 사원들이 실직자가 되어도 CEO들은 엄청난 연봉을 보장받고 정부 구제금을 받아도 우선적으로 자기 몫부터 떼어놓고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다니는 이들때문에 자기 주변에 집에서 쫓겨나고 병원비가 없어 죽고 절망속에 살고 있는 이가 있다면 조금은 다르게 행동했으리라 생각된다. 

경찰은 정부만를 위해 일하는 이들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이들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모습은 누구를 위한 모습인지 생각하게 만드는데 작가가 의도한 것이 이것이었다면 제대로 썼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구나 마찬가지다. 제3세계 아이들이 굶어 죽는 것보다 내 친구가 남편에게 맞고 산다는 게 더 가슴 아플 것이다. 그것도 잘나가는 검사보라는 질이 말이다. 다른 매맞는 여성에게는 맞고 살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맞는 이유가 자신이 부족해서라고 말하며 더 노력하겠다니 원. 작품 속에서는 살인 사건보다 테러리스트가 민간인을 희생시키겠다는 협박보다 이것이 더 크게 부각된다. 이것도 본질적인 인간의 일상적인 진짜 모습일 것이다.  

시시각각 테러의 위협은 높여지고 그들의 소재는 파악이 안되고 그들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상 모임은 그대로 진행된다. 이들에게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 무고한 시민이 얼마가 살해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것을 이용해서 또 다른 무언가를 할지언정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권력자들의 생리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쩌면 일개 시민인 우리는 그저 놀아나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3차 세계대전은 2차 세계대전과 양상이 다르지 않을까 작가는 교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게릴라전, 테러리즘의 확대, 테러와의 전쟁, 복수가 복수를 낳고 전사가 전사를 양성하는 길고 지루한 국지전이 될거라는.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작가가 직접 각색까지 했다고 하니 작품이 마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휙휙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품의 전개보다 작품 속의 테러리스트들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이제 우먼스 머더 클럽의 앞날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또한 이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해없이는 화해도 없다. 살인과 달리 테러는 예방 가능한 일이다. 그들에게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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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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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웨덴 추리소설을 자주 접할 수는 없었지만 가끔 출판되는 작품들이 양질의 작품들이라 스웨덴 작품에는 기본적인 신뢰감이 있다. 펠 바르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한 작품인 <웃는 경관>과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는 아주 좋았다. 이제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대작 <밀레니엄>을 잡으니 설레기까지 하다. 또 어떤 스웨덴의 힘을 보여줄 것인지. 

실종된 손녀를 사십여년동안 잊지 못하고 있는 반예르 그룹 전 회장 헨리크에게 생일만 되면 어김없이 도착하는 손녀를 생각나게 하는 선물, 부패한 기업인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명예회손죄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밀레니엄>지의 편집자이자 기자인 미카엘, 미카엘에게 마지막으로 손녀의 실종 사건을 의뢰하기에 앞서 그의 뒷조사를 하는데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는 리스베트, 이들이 서로 만나 하나의 옛날 사건을 조사하면서 서서히 반예르 가문의 광기가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리스베트다. 정신이상 판정을 받고 후견인이 있어야 하는 처지고 별 볼일 없는 학력에 거식증 환자같은 몸이지만 그녀는 자존감있는 여성이다. 보호받는 길보다는 자신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여성이다. 모든 여성이 이런 강한 정신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이런 모습은 작금의 여성들이 앞날을 위해 선택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을 단순히 희생자로만 보는 범죄자들에게 희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은 여성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카엘의 놀라운 집중력과 리스베트의 더 놀라운 조사 능력이 합쳐져서 클로즈드 서클이었던 40여년전 그 날의 일들이 밝혀지고 더 놀라운 그 속에 숨겨진 끔찍한 사실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 연쇄 살인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스웨덴의 작은 섬에 자리잡은 재계의 거대 왕국과 스웨덴 전역에서 벌어진 사건, 그리고 경제의 문제점까지 하나의 사건 안에 잘 담아내고 있다. 물론 마지막에는 리스베트가 차려 놓은 밥상에 미카엘이 숟가락만 올려놓고 복수를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지만 말이다. 

부제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다. 리스베트도 이 말을 입에 올린다. 하지만 어패가 있다. 아니면 반어법이든가. 여자가 증오할 남자들, 혹은 여자가 복수할, 여자가 단죄해야 마땅한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히틀러를 연상시킨다. 광기로 인종말살을 저지른. 스웨덴에서 나치즘 신봉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그들의 인식 또한 주류와 비주류, 남자와 여자, 힘과 권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뿐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독자가 사건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점이 픽션의 극대화로 환상을 심어주는 다른 나라 범죄소설과 큰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읽는 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지, 일어나도 알 수 없는 방법들과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을 찾기가 얼마나 어렵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며, 단지 실종자 가족들만이 고통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다가왔다. 복지국가 스웨덴도 이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가장 큰 그늘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스웨덴은 그 특유의 각인된 자신들의 이미지를 추리소살 속에 담아내며 다른 나라 작품과 차별을 둔다. 북유럽이 가진 독특함이라고나 할까.  

영어권 나라에서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대단한 칭찬을 받았을까 생각된다. 경제와 범죄의 결합이라는 면을 제외하고는 특이점이나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대단해보이게 만든 것은 결국 작가의 뛰어난 능력과 생생한 캐릭터의 절묘한 조화, 세밀한 구성에 있다. 3부까지 다 보면 더 대단하게 느낄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내가 가장 기대하는 점은 리스베트다. 그녀를 계속 만나고 싶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인물이라 그녀의 활약을 더욱 보고 싶고 그녀의 과거를 알고 싶다. 이 점만으로도 1부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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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9-08-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평단에 선정되는 통에 바로 3부를 읽었는데, 정말 재밌게 푹 빠져서 읽었거든요~~ 밀레니엄 1,2부도 사려고 했는데 물만두님 리뷰에 완전 사고 싶어졌어요~~
서재브리핑에서 물만두님 리뷰 제목 보고 밀레니엄인 줄 알았어요~~^^

물만두 2009-08-24 11:58   좋아요 0 | URL
1,2부 당근 읽으셔야죠^^

무해한모리군 2009-08-25 08:46   좋아요 0 | URL
저에겐 3부가 가장 흡입력이 떨어졌습니다..
1,2부를 읽어보세요 오호호

물만두 2009-08-25 10:39   좋아요 0 | URL
3부는 아무래도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4부가 나왔다면 달리 보일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됩니다.
뭐, 리스베트의 활약이 적은 탓일 수도 있구요.

[그장소] 2013-08-0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날두르 인드리다손.해닝만켈..완전 좋아해요!!
 
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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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독자들과 두뇌 게임을 하기로 작정을 한 가가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가가 시리즈 중에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이 작품은 범인을 작가가 마지막까지 밝히지 않고 독자가 추리하도록 맡겨두고 있다. 

정말 충격적인 시도이지만 독자는 그렇게 똑똑한 사람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그래도 두번째라서 그런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보다는 좀 낫다.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범인을 알 수 있기도 하고 또 몰랐다 하더라도 봉인된 <추리 안내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간과한 점을 빨리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세 명의 용의자가 등장한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자신이 범인임을 말한다. 작품은 이들 세 명의 용의자가 화자로 등장해서 번갈아가며 자신에게 어떤 동기가 있고 어떤 일을 알고 있는지를 자신이 본 시각에서 알려주고 자신만의 고민도 독자와 공유한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세 명의 용의자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름과 동시에 자신만의 알리바이를 만들어놨다.

그래서 이들 가운데 범인은 한 명이고 나머지 두 명은 시도는 했으나 범인에게 밀려 실패하게 된 것이다. 누가 범인이라고 해도 될 말한 상황과 누가 범인이라고 해도 좋을 단서가 있지만 이들 세 명의 물고 물리는 두뇌 싸움으로 인해 독자만 머리가 아프게 되고 말았다. 물론 결혼식날 신랑을 잃은 신부와 범인을 끈질기게 쫓은 가가 형사도 힘들었겠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뺏어간 것도 모자라 그녀가 자살하게 만들고도 뻔뻔한 친구를 죽이고 싶은 남자와 죽은 남자와 몰래 사귀다 버림받고 자존심때문에 사귄 것을 숨기지만 용서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는 여자, 그리고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따로 떨어져 친척집에 살다 어른이 되어 만나 해서는 안되는 여동생을 사랑하고만 남자가 저마다 파렴치하고 용서할 수 없고 빼앗기기 싫은 신랑을 죽이고자 머리를 쥐어 짠다. 그리고 신랑은 결혼식 당일 식장을 걸어오다 죽는다.

여기에 전 애인의 동반 자살이 맞물려 전 애인에게 혐의가 가게 하고 싶었지만 가가 형사는 속지 않고 묵묵히 그들을 수사한다. 또한 신부도 그들 세사람 중 한 명이 죽였음을 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랑은 자신이 먹는 비염약과 같은 약 케이스에 넣인 독약으로 독살되었고 그 당시 그에게 그 약을 전달할 인물은 이들 세 명 중에 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가가 형사 시리즈를 보면서 정말 단어 하나도 무심코 넘겨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단어 하나, 상황 하나에 완전히 몰입해서 더욱 독자가 잘 읽어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본격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는 더욱 그런 심정일 거라는 것을 깨닫고 반성한다.

본격 추리소설은 추리 퀴즈 게임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서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본격 추리소설의 미학을 더욱 빛이 발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읽고 범인을 찾아내는 독자에게 있다. 진정한 본격 추리소설이란 이런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니 작가가 마지막에 굳이 범인을 밝힐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단한 작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불호를 떠나서 말이다. 이러한 대담하고 대범한 시도가 일본 본격 추리소설이 아직도 사랑받고 꾸준히 진화하는 힘이라 생각되어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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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12 2009-08-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두권 연달아 읽고, 아......도대체 누구인게야라고 머리 잡아 땅기고 있습니다. ㅋㅋ 뒤에 해설을 읽어도 전 확신이 없네요.^.~

물만두 2009-08-20 10:14   좋아요 0 | URL
이 작품은 마지막에 결정적 단서가 주어지는데요^^

[그장소] 2013-08-0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책장을 다시 앞으로 몇 번이나...ㅎㅎ;
 
죽음의 샘 미도리의 책장 10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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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품은 독특하게 시작된다. 작가가 마치 독일인의 작품을 번역한 것처럼 쓰고 있다. 책 속의 책이지만 그렇다고 액자구성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처음과 끝만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일본인이 독일의 2차 세계대전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쓴 것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독일 작가가 썼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작가의 고증과 등장 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 음악에 대해서까지 철저하게 조사한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의 탁월한 실력이 있었기에 그 모든 것이 잘 어울어진 것이겠지만. 

1940년대 전쟁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그 즈음 마르가레테는 선택의 여지없이 레벤스보른이라는 아동 보호소 겸 병원 겸 연구소인 곳에 출산을 위해 들어간다. 그리고 간호사로 일을 한다. 그곳은 크라우스라는 나치 SS대원인 박사가 불사의 연구를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었다. 그것도 카스트라토의 음악을 사랑했다. 어느날 폴란드에서 금발의 푸른 눈이라는 이유만으로 납치당해 그곳에 오게 된 프란츠와 에리히라는 독일식 이름을 부여받은 남자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그 아이들을 양자로 삼아 음악 교육을 하고자하지만 여의치 않자 마르가레테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아이들을 양자로 삼는다. 마르가레테는 아들 미하엘의 미래를 위해 그와 결혼을 하고 안락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패전 후 세월은 흐르고 마르가레타의 아들 마하엘의 친부인 귄터에게 크라우스가 접근한다. 그의 성을 팔라는 제안을 하는데 그가 데려온 아들은 너무 왜소해서 열일곱살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고 한편 공습 당시 헤어지게 된 프란츠와 에리히는 축제때 노래를 부르며 떠돌이 생활을 하며 지내다가 크라우스의 눈에 띄게 된다. 헤어졌던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운명처럼. 하지만 공습 이후 마르가레테는 정신을 놓게 되어 현실과 과거를 구분하지 못하고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대라는 이름의 강이 있다고 한다. 그 강에는 붉은 피가 흐른다고 한다. 인간의 역사는 기대라는 강에 흐르는 피의 역사다. 전쟁은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일어난다. 정치적 욕심, 경제적 욕심, 종교적 욕심.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복수와 증오를 대물림한다. 히틀러가 만들고자한 금발머리에 푸른 눈동자는 히틀러의 미의 기준이었을 것이다. 독일인중에 금발이 아니고 푸른 눈이 아닌 사람은 뭐란 말인가? 크라우스 박사의 카스트라토에 대한 집착 또한 마찬가지다. 남자가 내는 고음의 소프라노는 그의 음악적 아름다움의 기준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만의 기준을 위해 남들은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아름다움도 미치광이에게 사로잡히면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작가는 전반부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의 독일 내 삶을 세밀하게 표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나치가 어떤 일을 하는지와 함께 그저 전쟁의 참상을 같이 감내해야 한 여성과 어린 아이,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후반부에는 이 작품이 어떻게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이 되는 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마르가레타가 늘 생각하는 할머니에게 들은 전설이나 신화같은 몽환적 느낌이 전반에 걸쳐 하나의 강처럼 흐르게 만들고 있다. 작품은 독일 신화와 2차 세계 대전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전후 독일의 삶, 그리고 미국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이 미스터리인 이유를 마지막에 드러낸다. 한마디로 놀라웠다. 마르가레테의 꿈인지 현실인지, 과거인지 전설인지 그녀의 생각을 읽는 것처럼 책의 매력에 빠졌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공습 이후의 간극과 그들의 갑작스런 만남은 조금 뜬금없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마지막에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결국 어떤 시대든 되는 놈은 어떻게든 되고 안되는 놈은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이야기다. 나치대원으로 생체실험을 하던 전범 재판에 회부되어야 마땅한 인물은 거대한 부를 축적할 기회가 제공되고 어쩔 수 없이 납치당하거나 미혼모의 몸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 여성, 그리고 대다수 조국의 이름으로 전쟁터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전쟁 전이나 전쟁 당시나 전쟁 후나 마찬가지인 전혀 달라지지 않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중요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돈이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인간의 가치를 나눈다는 말이 된다는 사실이, 알고 있으면서도 씁쓸함을 남긴다. 

책을 덮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을 배경으로 같은 이야기를 작가가 쓴다면 어떤 식의 작품이 나올까. 물론 평범한 일본인은 평범한 독일인과 같으리라. 힘없는 여자와 아이들도 같이 그리리라. 그렇담뎐 전범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당한 전범의 위패가 있다는 야스쿠니 신사는 어떻게 표현할까. 아예 언급을 안하리라. 그나저나 히틀러는 자살했는데 일본 천황은 왜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어떻게 봐도 2차 세계대전은 여전히 민감한 소재다. 8월 15일이 지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더 그렇다. 좋은 작품이었지만 소재와 시기가 조금 다르게 작품을 보게 만들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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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3-08-0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질에서온 소년들+미세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