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 작품 가운데 읽기 껄끄러운 작품 소재가 몇 있다. 그중에 가장 껄끄러운 것이 성폭행을 다룬 작품과 아이의 유괴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 중에서 아이의 유괴를 소재로 엮어가고 있다.


아이가 아무도 모르게 자기 방에서 사라진다. 그 엄마는 행실 나쁘기로 자자한 사람이고 그래서 아이의 실종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출연한 티비 프로에 더 신경을 쓰는 인간이다. 그래서 아이의 숙모가 켄지와 제나로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아이가 사라진 시점에서 72시간이 지나면 찾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한다. 아이는 살해당했거나, 어떤 미치광이 성도착자에 의해 이미 모진 학대를 당해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태로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정신이 피폐해졌다면 그 아이와 그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일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또한 아이를 찾는다고 해도 앞날이 뻔한 행실이 나쁜 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 만약 입양할 수 없는 사람이 있어 아이를 훔쳐 나쁜 부모보다 더 잘 키운다면 그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 범죄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작품을 단순한 유괴를 다룬 작품이라고 지레짐작한다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하게 유괴를 다루고 있지 않다.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자, 이제 첫 번째로 생각해보자. 아동학대나 아동 성폭행범을 사형해야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인권이란 것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형기를 마친 다음 풀어줘야 할까? 만약 그가 풀어나고 나서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 경찰, 사형 반대론자의 아이가 납치당했다면 그래도 당신들은 그들을 풀어줄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어린 아이들, 이제 막 말을 하고 예쁜 짓을 할 아이들, 다섯 살에서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살해당하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가 바로 당신이라면 그래도 그들의 사형에 반대할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은 교도소에서도 많은 보통의 범죄자를 이상한 자신들과 같은 성범죄자로 만들 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교도소로 보내는 것조차도 더 많은 아이들을 범죄자에게 노출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번째, 나쁜 부모 밑에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할 것인가. 이것을 묻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동안 미국이라는 나라는 아동학대에 대해 유별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친부모라도 아동을 학대하면 양육권을 박탈한다고 하던데 여기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죄로 성립되지 않는 경우 친부모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 죄를 지은 부모라 해도 친부모라면 양육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를 방임하고 무책임하게 방치만 해도 아이를 빼앗긴다고 봤는데 백인이어서 그런지 여기서는 아니었다. 아니면 시대가 변해서 그런 걸까. 예전에 내가 본 작품에서 등장한 흑인 엄마는 아이의 양육권을 박탈당해 미쳐버렸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국가에 빼앗긴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하더라도 과연 아이를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비교육적인 친부모에게서 자라게 놔두는 것과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양부모에게 맡기는 것 중 어떤 것이 나을까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철저히 아이의 선택이 배제된 상태에서 어른들이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실에 살고 있지도 온실 속의 화초도 아니다. 그래서 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악과 싸우기 위해 악인과도 친하게 지내는 탐정들 때문이다. 켄지와 제나로에게 범죄자 친구가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하면 서로 돕는다. 로렌스 블록의 <백정들의 미사>에서의 매트 스커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다. 만약 이 작품에서와 같은 사악한 범죄자, 용서받지 못할 인간의 탈을 쓴 자가 있다면 나도 덜 악한 자들의 손을 빌어 그들을 응징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참 생각을 많이 하게하고 마지막까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작품 속 세상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이를 어디로 가라고 한 것일까? 천국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으로? 좋은 세상으로? 도대체 어디로 가라고 한 것일지 몰라도 그의 제목이 마치 기도처럼 울린다. 가라, 아이야, 부디 더 좋은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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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1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서평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내공이 부족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내용이 나오면 손을 대기가 꺼려집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과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백야행을 손을 못대고 있네요. 영원의 아이도 도서관에 있는데도 빌려다보지 못하고 있구요.ㅜ.ㅜ 그래도 물만두님 추천으로 외과의사를 읽었는데 상당히 좋았어요.

물만두 2006-09-1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부러 그런 작품을 더 많이 봅니다. 물론 마음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하다는 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한다는 것이니까요. 보세요. 세상에서 보느니 그래도 픽션으로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뭔가 할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거친아이 2006-09-1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처럼 책을 많이 읽으면 저도 이런 리뷰를 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잘 쓰시네용~이 작가 책 한번도 못 읽어봤어요.
지금 13계단이나 살인자의 섬 중에 한권 사려는데 고민되네요, 즐거운 고민이죠
고민중이어요. 뭐가 재미날까요?

물만두 2006-09-1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재미있는데 살인자의 섬이 좀 더 재미있어요^^

Apple 2006-09-1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긴 했는데, 마지막에 마음이 너무 아파지지요?ㅠ ㅠ
보고나서 한동안 멍하니...있었다는...
오히려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살인자들의 섬보다 더 슬펐던것같아요. 둘다 괜찮은 작품이지만...

Milkchoco 2006-09-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작품 <비를 바라는 기도>는 이 작품하고 달리 상당히 스피디하고 세련된 전개더라고요. 심리전을 쓰는 악당도 나오고. 그래서 신나게 읽었지요.

물만두 2006-09-1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글쎄요. 맘 아프지요. 아이들에게 하는 일은 더 맘 아프지요. 근데 이런 작품이 의외로 많은지라...
monochrom님 그렇다고 하더군요. 1권부터 바라고 있습니다^^;;;

KNOCKOUT 2006-09-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서평을 보고 사야되나 말아야 하나........ 애플님 서평도 그렇고... 에효...
겁난다. ㅠㅠ

물만두 2006-09-1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넉아웃님 보세요~!!!

2006-09-19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9-1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