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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유언장
봅 가르시아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탐정을 꼽으라면 홈즈가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코넌 도일이 홈즈에 싫증을 느껴 글 속에서 죽이려 했지만 독자들의 열망 때문에 부활 시켜야만 했던 전대미문의 캐릭터이다. 그런 관계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작가들은 한번쯤 홈즈를 자신의 작품에 재등장시키고 싶어 한다. 어떤 작가는 홈즈가 환생한 단편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작가들과 독자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정작 홈즈의 창조자인 코넌 도일은 홈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잃어버린 세계>와 <마라코트 심해>의 SF 작품에 등장하는 챌린저 교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가 챌린저 교수로 분장하는 것을 즐겼다고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 엘리스 피터스는 사후에 자신이 창조한 캐드펠 수사를 다른 작가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유언을 남겼는데 반해 그는 홈즈를 누가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그 점을 상기하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
아무리 홈즈와 코넌 도일에게 바치는 오마쥬라고 해도 어느 정도 홈즈가 홈즈다워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작품은 21세기의 범죄를 19세기 탐정이 풀어내게 20세기 소질을 가진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게 무슨 <한니발>인지... 읽는 내내 도대체 이 작품이 홈즈에게 어울리기나 하냐고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거기에 왓슨에 대한 비아냥은 무엇이며, 홈즈의 추리를 상식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무엇이며, 레스터레이드가 그래도 좀 아둔하고 우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무슨 기회주의자처럼 만들어 경찰총감까지 올려놓다니 런던 경찰 총감은 아무나 되는 일인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다.
하지만 이런 점만 빼면 작품은 괜찮다. 오로지 홈즈의 유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자들이 둘러 앉아 하루 밤 동안 왓슨이 적은 사건을 읽어가는 형식인데 박진감 있고 스릴 있다. 아마도 한니발 스타일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홈즈와 한니발을 동시에 만나는 기쁨을 만끽하게 할 것이다.
맞다. 홈즈라고 모든 사건을 잘 풀고 해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약중독자였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점점 판단력이 흐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베이커 스트리트 221B번지가 아직 독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한 홈즈는 그 시대의 모습과 방식을 그대로 간직한 탐정으로 남아야 한다. 독자는 변형된 홈즈를 원하지 않는다. 코넌 도일 이외의 작가가 쓴 홈즈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작가는 홈즈를 기리는 독자들에게서 그의 모습을 퇴색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그 좋은 재능으로 자신만의 탐정을 만들기를 바란다. 차라리 동명이인의 홈즈였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홈즈를 만난 반가움보다 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