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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실화에 바탕을 둔 논픽션 소설이다. 어디까지가 진짜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가 만들어 각색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확실한 것은 1959년의 가을에 켄자스 주의 작은 마을인 홀컴에서 부모와 남매가 살해되었고 그들을 살해한 범인들이 가져간 돈은 40달러와 약간의 물건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냉혹해질 때가 있고 때로는 살인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별의 별 일들을 다 벌이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현실에서 실해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냉혹하다는 것도 죄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런 일을 벌인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희생 당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일을 찾아서 책으로 쓰고 명성을 얻는다.
어느 사형수에게 왜 살인을 했느냐는 질문을 하자 “세상을 증오하니까.”라는 답을 했다. 세상을 증오하는 사람들은 많다. 억울한 일을 당해 세상이 증오스럽고 뼈 빠지게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 세상이 증오스럽고 남처럼 보통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세상이 증오스러워진다.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범죄 신호>를 지은 작가 가빈 드 베커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란 인물이다. 그가 범죄자들을 면담하러 교도소에 가서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죄수가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한다. “당신과 나는 같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지금 왜 당신과 내 처지는 이렇게 다른가?” 물론 그렇다고 모든 불우한 환경 속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의문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진짜 어떤 인물이었는지, 각색되고 왜곡되어 사실은 그게 아니었는지 그건 모른다. 이 책만 남았고 이 책 안에 그들만이 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쩌면 살아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린 소녀와 소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명은 제천이라 그 뒤 그들이 진짜 벼락을 맞아 죽었을지도 모르고 교통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목숨을 허무하게 단 돈 40달러 때문에 빼앗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별로 없다. 작가도 죽고 살인자들도 죽었다. 남은 자들은 없고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이 모든 일이 신께서 행하신 일이라면 인간이 사형 제도를 만들어 그들 손을 피로 더럽히게 하신 것 또한 신의 뜻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면 세상이 점 점 수렁에 잠기는 느낌이 세월이 갈수록 더해지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픽션보다 더한 논픽션이었다. 누가 추리소설을 잔인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저지르는 짓은 더욱 잔인한 것을. 상상보다 더 끔찍한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그 끝은 어디일지 죽은 이들은 알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