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닥터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허형은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새로운 스카페타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참 오래 기다렸다. 번역되어 출판되기를. 시리즈를 중도에 읽다 말아야 하는 독자의 심정을 출판사가 한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일은 좀 줄어들겠지만 경제 논리가 빠질 수 없으니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작가는 케이 스카페타에게 모든 사건을 맡긴다. 법의학자로서 검시하고 결과만을 내놓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법의학자나 검시관들이 시체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기는 하겠지만 범인을 잡는 형사나 탐정의 역할까지 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 왜 스카페타만은 유독 범죄의 한 가운데서 혼자 범인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걸까?

그것은 케이 스카페타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도 나오지만 간호사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여자 의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내지는 질투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의대에 떨어졌다.’고 화를 낸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 여성이 여성에 대한 질투와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케이 스카페타는 더욱 높은 곳에서 고독하지만 빛나는 인물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을 새긴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케이 스카페타의 주변에 그를 도와주는 동료는 그의 조카 루시를 빼고 모두 남성이다. 벤턴 웨슬리, 피터 마리노, 부국장 필링에 자문을 해주는 많은 사람들까지. 왜 그의 주변에는 그를 돕는 여성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여성이며 외롭게 싸우는 투사라는 반증이다. 스카페타는 혼자 범인과 늘 맞서게 되어 있다. 그가 범인과 맞설 때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혼자뿐이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스카페타가 영웅이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여성이며 고위 공직자로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세세하게 나타내서 대비시킨다. 이 작품에서 스카페타가 벤턴의 프러포즈에 망설이는 것 또한 혼자서 쌓아올린 것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본다. 여자이며 높은 지위에 있는 그를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누군가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 이것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일하는 여성, 더 높은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여성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이 점이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스카페타 시리즈가 롱런하는...

이제 작가는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한다. 스카페타의 조카 루시에게 한 가지 짊을 더 얹어준 것이다. 동성애라는... 앞으로 사회나 사회 구성원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뒤집어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아마 루시는 스카페타보다 더 잘 헤쳐 나갈 지도 모른다.

스카페타 시리즈의 작품은 마지막에서 약가 시시해지는 감이 있다. 앞부분에서 잔뜩 무언가를 심어 놓고 뒤에서 바람 빼듯이 그냥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범인이 그냥 순식간에 후다닥 잡힌다. 그것은 이 작품이 지향하는 점이 범인 검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줄거리나 추리적 요소보다는 케이 스카페타 박사, 법의학자를 통해서,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통해서 독자에게 날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 있다. 대리만족인 셈이다. 이렇듯 캐릭터 하나만 잘 만들어도 시리즈는 잘 나아간다. 그 공들인 캐릭터 스카페타에게서 우린 오늘 어떤 점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될지... 그건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5-11-1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멋있잖아요. ^^

물만두 2005-11-1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멋있다는 건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2005-11-1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는 꼭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2번째 나온 소설가의 죽음을 지금 빌려다 놨거든요. 1번째인 법의관은 우리 도서관에 없더라구요. ㅠ-ㅠ

물만두 2005-11-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서대로 봐야 하는데요. 그래야 인간관계의 변화를 알 수가 있어요. 시리즈도 변하지 않는 시리즈가 있고 인물들이 시리즈 안에서 변하는 시리즈가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라서 반드시 첫권부터 봐야 합니다만 기억력이 좋으시다면 우선 2권부터 보세요^^;;

바람돌이 2005-11-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절망적인 대답을.... 저 기억력 무지 나쁜데요. ㅠ-ㅠ

물만두 2005-11-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보세요~ 법의관과 소설가의 죽음에 스카페타의 사생활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었나 생각하는 중인데 생각이 저도 안납니다 ㅠ.ㅠ

mong 2005-11-1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즐겁게 누리는 중이죠 ^^

물만두 2005-11-1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그렇죠^^

메이즈리크 2005-11-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요즘 몇년 동안 콘웰이 발표한 스카페타 시리즈는 평가가 정말 좋지 않네요. 아마존에서 별 3개를 넘는게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트레이스 팔아 버렸습니다. - -;;

물만두 2005-11-15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히 정체기가 나타나는 거 아닐까요? 그동안 좋았으니까요... 그래도 잘 팔린다고 하던데요...

물만두 2005-11-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추리님 기다렸다 보면 더 좋죠^^

sayonara 2005-11-1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예전에 많이 나오던 '법의관'이나 '악의 경전'이 아닌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네요. 하지만 요즘은 왠지 CSI소설같은 '지나치게' 간결한 작품들이 더 끌려서... 귀차너... -,.-;;;

물만두 2005-11-1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떽~ 보셔야지요~ 그래야 새로운 책 또 보지요~ CSI는 안나오잖아요^^:;;

검둥개 2005-11-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퍼센트 동의하는 리뷰에요. ^^ 만두님의 리뷰는 정말 너무 훌륭하세요. 방금 법의관 읽구 리뷰 썼는데 흑흑 넘 부끄러워요. ;)

물만두 2005-11-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제 리뷰가 훌륭하다심은 음... 부끄럽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