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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완결 ㅣ 명탐정 홈즈걸 3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눈이 핑핑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아날로그를 꿈꾸게 된다. 우리의 아날로그적 추억, 느림의 아름다움, 속도가 아닌 기다림으로 살아가던 그런 것들 말이다. 여기에는 서점도 포함된다. 컴퓨터만 켜면 인터넷 서점이 있고 주문 버튼만 누르면 집앞까지 배송이 되는데 굳이 다리 품 팔며 서점갈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서점에 간다.
책을 천천히 고르는 맛에,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유로움을 누리기 위해, 친구와 잡담하며 공통 관심사를 주고받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서점에서는 소소한 일들이 일어나고 세후도 서점에서는 교코와 다에가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다. 그것이 아주 단순한 일이거나, 누군가 협박을 당하는 일이라해도 말이다. 서점 일에는 어눌해도 머리는 좋아 탐정 일에 제격인 아르바이트생 다에와 서점 직원으로 사건을 지나치지 못하는 교코 콤비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이상한 주문>은 책을 주문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주문하지 않았다는 황당한 답을 듣게 되면서 그 사연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너와 이야기하는 영원>은 초등학생이 서점 견학을 와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서 그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는 이야기다. <가나모리 군의 고백>은 사랑에 빠진 서점 직원 가나모리군의 이야기속에서 가나모리군의 사랑을 지켜주려는 이야기다. <사인회는 어떠세요?>는 스토커를 잡기 위해 사인회를 하는 추리소설가와 그 스토커를 잡는 다에의 이야기다. <염소 씨가 잃어버린 물건>은 편지를 잃어버린 고객의 편지 찾기를 내용으로 지금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간직해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는 기억이다. 안좋은 것도 좋게 기억하고 추억을 공유하고 작은 것도 나누는 정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것을 작품들마다 잘 담아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와 우정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하는 숙연함과 스쳐지나가는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의 평범함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아날로그지만 괜찮아.'라고 하는 것 같아 기분 좋아졌다. 나이가 들면 살아갈 날들보다 산 날들에 대한 아련함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3편이 마지막이라서 아쉽다. 그동안 서점 나들이 잘하게 해줘서 고마웠다. 아듀, 명탐정 홈즈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