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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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서점 나들이는 9살때 아버지와 여동생과 함께 동네 서점에 간 거였다. 거기에서 아버지는 내게 톨스토이 아동용 전집을 사주셨고 동생에게는 팝업북을 사주셨다. 나는 물론 바보 이반이 나오는 내 책은 보지도 않고 동생 팝업북을 같이 보며 신데렐라 호박 마차, 과자로 만든 집을 움직이며 놀았다. 그때 이후로 나는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아홉살 어린 나이에 동네 서점은 큰 대형서점처럼 보였고 그 많은 책들이 보물처럼 느껴졌더랬다. 아마 그속에도 명탐정 홈즈나 홈즈걸이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쯤 그분들은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셨겠지만. 

정말  서점에서는 어떤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단편들로 구성된 책이다. 이야기는 세후도 서점의 베테랑 정직원이지만 서점에서 하는 일 이외에는 순발력과 추리력이 떨어져 사건만 맡게 되는 교코와 아르바이트생이지만 교코에게 사건이 의뢰되면 명석한 머리를 가진 다에가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명탐정 홈즈걸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탐정이 별건가 사건을 해결하면 탐정이지라고 생각하면 다에 탐정과 다에를 탐정으로 일하게 만드는 단 두명뿐이지만 우두머리라고나 할까 뭐 그런 존재인 서점이라는 곳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교코 언니의 활약상이 조화를 이루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교코를 왓슨 박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왓슨 박사가 사건의 의뢰를 맡는 건 아니니까. 무조건 홈즈와 왓슨이라는 콤비의 조합을 만들려는 생각은 이제 버렸으면 싶다. 차라리 분업, 각기 맡은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에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교코니까 말이다. 

모두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지만 <판다는 속삭인다>는 서점과 미스터리의 조화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이었다. 병을 앓고 치매기가 있는 할아버지가 어떤 책을 사다 달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마치 암호같아서 무슨 책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교코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누구에게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때 다에가 추리를 한다. 서점이 있는 동네를 생각한다. 그리고 서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본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는 서점들은 어쩌면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지켜내야만 하는 그런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병 든 할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책을 전달할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는 이십년 전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갑자기 만화책을 보고 사라져 그 딸이 교코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십년 전 일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배달 빨간 모자>는 고지식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배달을 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미용실에서는 배달한 잡지에 이상한 종이가 들어 있어 손님을 화나게 만들어 곤란을 겪게 되어 주변 상가들이 염려하던 중 엉뚱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다. <여섯 번째 메시지>는 병원에서 어머니가 서점 직원에게 도움을 받아 사다 준 책이 마음에 들어 인사 온 여자에게 그런 직원이 없어 그 직원 찾기에 나서는 이야기다. 도대체 서점 직원이 아니면서 서점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디스플레이 리플레이>는 코너를 디스플레이해서 콘테스트를 하려던 중 한 만화가 표절이라는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 디스플레이에 누군가 악의적 장난을 쳐서 범인을 잡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 동네 서점이라고 말할 오프라인 서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나는 온라인 서점을 동네 서점처럼 생각하지만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상점과 상점이 소통하고 여러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곳을 잃어간다는 점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서점에 다니던 생각이 난다. 정말 책 이름, 저자를 몰라도 내용을 이야기하면 찾아주던 직원이 달인처럼 신기했고 어디 있는지 몰라 찾아달라고 하면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쉽게 찾아주던 베테랑 직원을 본 적도 있엇다.  

그 시절 책 한권 사서 서점 카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읽던 여유로움은 얼마나 즐거운 기쁨이었는지 잊었었다. 이 책은 그런 우리가 너무 바빠 놓치고 있는 여유로운 아날로그적 책이 있는 곳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어 좋았다. 서점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그때 마시던 에스프레소 향기가 나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고 가까운 서점, 동네 서점 나들이라도 하는 건 어떨지. 아마 즐거운 마음의 여유를 주지 않을까 싶다. 서점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미스터리 이야기를 읽으며 서점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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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2-3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이 리뷰가 올해 마지막 올리는 리뷰는 아니겠소?
올해도 줄기차게 읽었구료.
내년에도 좋은 책 많이 읽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료.^^

물만두 2009-12-30 11:0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아마도 그렇게 되지 싶습니다.
그런다고 했는데 모자란 거 같아요 ㅜ.ㅜ
감사합니다.
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스탕 2009-12-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즈는 요즘 큰녀석 지성이가 한참 관심을 갖는 캐랙터라지요 ^^
만두님. 건강 잘 살피시고 새해에 더 자주 뵙도록 해요, 우리.
복 많이 넘치도록 받으시고요~ ^^*

물만두 2009-12-30 14:00   좋아요 0 | URL
지성이에게 한국 추리의 미래가 달렸군요^^
많은 지원 부탁드려용.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2-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올한해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내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물만두 2009-12-30 14:01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울보 2009-12-3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요,
내년에는 그동안 뜸했던 알라딘서재지기님들이 모두 모였으면 좋겠구요,
님의 재미난 이야기도 더 많이 듣고 싶어요,
그때가 좋았는데 ,,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물만두 2009-12-31 10:32   좋아요 0 | URL
울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음, 기력이 쇠하여 어쩔수가 없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soyo12 2009-12-3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서점 꼭 가보고 싶어요.^.~

물만두 2009-12-31 10:32   좋아요 0 | URL
동네에 있었음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