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점점 떨어질수 없는 친구가 되었고, 목요일과 일요일만 되면
하루종일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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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 중 한 사람이 잠을 깬 것은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른 뒤였다.
통로 왼쪽으로 세번째 줄 안쪽 좌석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있던 노부인이었다.

아마도 환갑 나이는 진작 넘어섰을 법한 그 부인은 온화한 인상과 함께
꽤나 화사한 차림새여서, 바쁘고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이나 신세질 이런 심야 버스에는
도무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였다.

몇차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던 그녀는 무심히 창 밖으로 시선을 내보냈다.
때마침 눈부신 빛 한 덩어리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불쑥 나타나
벼락치듯 턱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깜깜해지고, 귀때기가 잘려나간 듯 얼얼해졌다.
반대편 차선으로 이제 막, 덩치 큰 집차가 하나 엇갈려 지나간 것이었다.

"왜 그러나?" 옆자리의 노신사가 부스스 깨어나며 물었다.
그 역시 말끔한 정장 차림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집안 혼사에 다녀오는 길인듯싶었다.

은백의 머리칼하며 두텁고 축 처진 귀 등으로 보아 유복한 말년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한 그 노신사는 창 쪽으로 앉은 아내를 향해 은근한 정을 담은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어째서 소리를 지르고 그러는가? 혹 발밑에서 쥐새끼라도 두어 마리 기어나왔남?"
그러자 옆구리를 가볍게 쥐어박는 시늉을 하며 부인이 되물었다.

"이 버스, 당신은 좀 이상하지 않수?"
"뭐가?"
"너무 과속하는 거 같지 않느냐 말이우?"

그때서야 노신사는 차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깊은 물 속처럼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 눈에 띄느니 잠에 빠져
온통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모습들뿐이었다.

그는 이마를 창에다 바짝 붙이고는 바깥을 한참 내다보았다.
검푸른 어둠이 들판 하나 가득히 출렁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엉덩이를 약간 쳐들고 고개를 잔뜩 뽑아올린 자세로 앞쪽을 살폈다.

운전선과 객석 사이의 칸막이 때문에 운전사의 커다란 뒤통수와 각진 어깻죽지만 드러나 보였다.
"그런것 같구먼" 노신사의 미적지근한 대꾸였다.

"하지만 뭐가 보여야 말이지~ 꼭 굴속을 가고 있는 거 같애. 임자는 안 그런가?"
사실이 그랬다. 버스는 길고 긴 터널 속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다 먼 불빛이 잠깐씩 떠올랐다 사라질 뿐, 끝없는 어둠의 터널이었다.
눈에 띌 만한 것이라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전조등에서 쏟아져 나온 두 개의 강렬한 빛기둥만 바다 같은 어둠을 헤집고 있었다.

"암만해도 과속하는 거 같아 불안해요."
노부인은 방금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엉덩이를 쳐들고 목을 한껏 늘여 세 자리 앞의 운전석으로 불안한 눈길을 던졌다.

운전사의 앙바틈한 어깨 근육에서 그녀는 단박 팽팽한 긴장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당신은 젊은 애들마냥 잘두 잡디다만 난 내내 깨어 있었다우.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저 사람, 조심성이 없는 거 같애요.
무지무지 겁없이 달리고 있다구요 지금~"

"밤이라서 속도감이 더 느껴지는 건지두 모르지"
남자의 시큰둥한 대꾸다.

"그런 정도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여자가 발끈하였다.
"마구잡이로 정신엇이 내달리고 있다니깐요.
저 사람, 혹시 넋을 빼놓구 앉아 있는 거나 아닌지 몰라."
"설마~" 노신사의 떨떨한 대꾸다.

"심야 버스 기산데, 야간 운전 한두 번 해본 것두 아닐 테구~
내가 보기에는 기사 양반 뒤판이 아주 듬직한데 그래?"
"뭐가 그래요? 저 뒤통수하며, 겁없이 된통 미련스런 사내 같구만 뭘!"

늙은이들답게 콩닥콩닥 입씨름을 하던 중이었다.
거칠 것 없이 내달리던 버스가 무슨 까닭에서인지 주춤주춤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급제동이 걸렸다.

승객들로서는 방심한 채 잠들어 있다가 불시에 당한 일이었다.
끔찍한 소동이 벌어졌다.
벨트를 채우지 않았던 사람들은 앞좌석 등받이에다 호되게 이마를 짓찧거나
혹은 위로 튕겨올라 선반 아래쪽을 정수리로 들이받았다.

또 더러는, 선반 위에 올려놓았던 짐이며 가방들과 함께
통로 바닥으로 털푸덕 털푸덕 떨어져 나뒹굴었다.

운전석 바로 뒤 2번 좌석에 축 늘어져 있던 일병은 벨트가 느슨했던 탓인지
통로 바닥의 그 모자 위에다 사정없이 얼굴을 처박고 깨어났고,
그 옆 1번 좌석의 아가씨는 반대로,
부츠를 꿴 두 다리를 허공으로 벌렁 쳐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한바탕 우스꽝스럽기도 한 일대 소동이었지만 물론 누구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은 못 되었다.
웃다니! 사실을 말하자면, 아비규환의 순간이었다.
특히 승객들이 한꺼번에 내지른 비명소리가 실로 끔찍스러웠다.

그것은, 여러 부위의 쇳덩이들이 갑작스럽게 서로 겯고 뒤틀리면서 일으키는
살벌한 금속성들과 뒤섞여 승객들의 공포심을 한층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그 서슬에, 그동안은 뒷자리에 박혀 보이지 않던 대여섯 살짜리 계집애 하나가
마치 뱀에 물린 듯 날카로운 울음을 터뜨렸고,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도 덩달아 발작적으로 무슨 소린가를 마구 외쳐댔다.

한마디로, 지옥 같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한때 제어력을 잃고 비틀거리던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되찾았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더이상 고약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랬다. 그들을 실은 버스는 자칫 치명적인 운명에 처할 뻔했으나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관성과의 저 힘겨운 대결을 가까스로 버텨냈던 것이다.

운 좋게 덫을 빠져나온 짐승처럼 버스는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며
다시 어둠 속을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  3편에 계속... =================


소설이 드디어 전개에 이르렀네요.
어때요?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시죠?

소설을 읽다보면 감성을 잘 만지는 작가도 있고, 표현을 끝내주게 하는 작가,
묘사가 혀를 내두를만한 작가등등 여러 부분에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들이 많은데,,
이동하는 아사다 지로처럼 깊은 철학을 지닌 천재적인 이야기꾼인듯 합니다.

자, 함께 야간 고속버스를 타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시죠~
거기서 우리와 닮은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우리가 몰랐던 여러 인간의 내면도 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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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르네 라토는 우연히 마르슬랭이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들은 그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 밤 두 꼬마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서로 만나게 된 것을 아주 기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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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마르슬랭은 재채기 하는 병에 걸린 르네 라토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르네는 자신의 재채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피해 혼자 강가를 산책할때만 겨우 위안을얻을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새들의 부드러운 지저귐만이 그의 고통을 위로해 주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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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빨개지는 병에 걸린 꼬마가 있었습니다.

마르슬랭은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 색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된 아이였지요.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떠올리게 하는 예쁜 동화로군요.
아무말 없이도 좋고 편안한 친구.
나에겐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아니 있기나 한건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친구가 누군가에게 되어주고 있는걸까?
머리를 쥐어 짜 봅니다.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친구가 되고 싶네요.
그 누군가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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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2-1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뻬 좋아하구요... 이 책은 상뻬 책중에서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라울 따뷔렝>도 너무 좋아요... <꼬마 니콜라>도 좋구.. ^^

motoven 2004-02-1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뻬의 글은 마음 따뜻하게 만드는 마술같은 책이죠?
어른들도 수용할 수 있는 예쁜 동화구요~
각박한 요즘같은 때에 이 글로 마음을 데워놓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