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아내에게
아사다 지로 지음, 박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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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사다 지로의 세번째 소설 모음집 <낯선 아내에게>에는
이야기꾼인 아사다 지로의 상상 불가능한 얘기들이 8편 묶여 있다.

어렸을적 크리스마스때 받던 종합 선물 과자 세트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이 책은 종합 선물 세트를
선물 받은 느낌마저 선사해준다.

아사다 지로의 글을 우리 나라 소설과와 비교한다면,
나는 단연 이윤기와 견주고 싶다.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것이 아니라,
쉴새 없이 엮여져 나오는 그 이야기의 힘이 연륜과 철학이
조용히 배어있어 짧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결코 가벼운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고독한 외톨이 고등학생이 느끼는 짧지만 긴 사랑 이야기
<춤추는 소녀>

전직 첼리스트가 후미진 레스토랑의 피아니스트로 근근히
살아가며 제의와 기회를 거부하는 이야기 <스타더스트 레뷰>

어릴적 잘못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는 세 친구 이야기 <숨바꼭질>

젊은 시절의 행복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안고
죽음을 맞는 노부인 이야기 <덧없음>

힘없는 야쿠자가 겪는 늪과 희망의 중간 이야기 <의심스러운 시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잊고 살았던 중년 여인의 되찾음 이야기
<금팔찌>

경마에 얽힌 추억과 마지막 챈스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행운>

직장과 가족, 명예를 동시에 잃어버린 외로운 중년 남자의
좌절에 얽힌 이야기 <낯선 아내에게>

8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105번을 생각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나왔던 단편들도 떠올렸고,
아름다운 그러나 조금은 슬픈 샹송들도 환청으로 들었고,
영화 <미스틱 리버>도 회상했고,
경마의 룰과 표 보는 법을 모르는 내가 답답했고,
중국어 발음을 몇개 읊조려보기도 했다.

한곳에 앉아 있는 내게 여러곳을 가볼 수 있게 해준
아사다 지로와 그의 소설에게 감사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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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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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디는 아저씨에게
자기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일기처럼 빼곡히 적어 편지한다.

편지를 주고 받는 그때를 기억해보자.
그 아름다운 기다림, 편지지의 느낌, 그 사람을 닮은 글씨,
빨간 우체통에게 느껴지는 낯익은 친숙함..
우리는 모두 한때 그런것들을 사랑했었다.

인터넷과 이메일이 발달한 이 시기에
리리코는 모토지로에게 주디의 마음으로 편지한다.

모토지로는 키다리 아저씨이고,
빨간머리앤의 길버트이며, 캔디의 알버트 아저씨이다.

그래서 그는 리리카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담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주며 앞길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고아로 자란 이 두 남녀의 우연한 펜팔에서,
인간이 느끼는 어쩔수 없는 외로움에 연민을 보내야만 했다.

모토가 없대도 리리카는 그에게 참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외로운 세상의 수많은 '그들'에게 그 마음을 돌려줘야할때!
'사랑을 주세요'



P.S : 꼭 원서로 읽고 싶은 소설.
펜팔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
남자가 쓴 너무나 여성스러운 소설.
홋카이도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싶게 만들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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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모..모토벤님, 이 얼마만에 뵙는 건지.... @ㅂ@;;;
반가와요------!!!

motoven 2005-08-2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저를 알아보시다니..반갑습니다! ^^
 
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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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반짝 빛나는' 에서 에쿠니 가오리는 쇼코-무즈키-곤을 둘러싼 삼각관계를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내에서 펼쳐 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양상을 '낙하하는 저녁'에서 그녀는 또 한번 차용한다.
리카-다케오-하나코로 이어지는 지독한 삼각형의 고리..

이 책을 읽는 내내 참 외로웠다.
침대 위에서도, 소파 위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책을 펼치면 망부석이 되어버릴것 같은 시린 리카의 마음이,
촛점 없는 눈동자를 한 이상형의 여인을 하릴 없이 기다리는 다케오의 마음이,
사랑 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서걱거리는 심장을 가진 하나코의 마음이
하릴 없이 부표하는 연꽃잎 같아서 마냥 외로워졌다.

등장인물은 모두 어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을 사소하게 관망할 수 있는 큰 마음을 지녔을까?
비로소 친구가 생겼을때 자기를 놓아버렸던 하나코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
깊고 깊은 허무로 채워진 이 소설의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할까?

덕분에 마음이 산란하다.
실연당한 여자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그 외로움만 떠안게 생겼으니, 가을을 제대로 타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자 후기에서 그녀의 마음을 살짝 발췌해 보았다.

"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입니다. 자기 것인데도 정체를 알 수 없어 때로 두렵기만 합니다.
내 마음은 저녁 나절에 가장 맑고 냉철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저녁때 결정합니다.
나는 냉철함을 좋아합니다.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
그러면서도 절망하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작품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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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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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가 많이 유명하지 않던 시절에 이 소설을 읽었다. 너무나도 간결한 문체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름만큼이나 아기자기했으며 이 소설가 만큼이나 작고 아담한 느낌이었다. 키친에 담겨 있는 몇편의 단편은 어떤 끈을 가지고 주인공을 움직이고 있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나비효과'처럼 상호 작용하고 있었다.

작은 공간에서 생긴 작지만 큰 인생의 이야기 - 바나나 여사는 발음하기 쉬운 필명을 가지고 싶었던 그 생각처럼 너무나도 작아서 쉽게 보이지만 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문장만을 그냥 읽어내고는 '이게 뭐야?' '그래서 뭐 어쨌다고?'라고 평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감상은 개인차니 뭐라 할수는 없겠지만 그런 분들에게 소설을 좀 더 들여다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큰 힘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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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4-0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큰 힘'이라... 좋은 표현이군요. 저도 그냥 밍숭맹숭하게 읽었지만 마지막의 '달빛...'(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인가 하는 작품의 마지막 몇 줄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네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어쨌든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motoven 2004-04-1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바나나 글은 바나나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이 서려있어서,
큰 철학은 없다 하더라도 왠지 읽고 싶게끔 만드는 자기력이 있는 것 같아요.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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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동안의 스테디셀러가 되어버린 냉정과 열정 사이. 그중 에쿠니 가오리가 쓴 여자편 로쏘는 냉정을 지닌 아오이의 시각에서 그려진다. 한남자와 오랜동안 깊게 사랑하고 십년 후에 다시 재회하는 이야기.

그 동안에 깊은 슬픔을 덜어내려 덜어내려 했지만 새로운 사랑에 정착하지 못하는 아오이의 심경들이 정지된 화면처럼 그려진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냉담하고 담담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필체가 아이오의 지성적인 면을 부각시켜주며, 건조하고 까슬까슬한 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아오이를 표현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반짝 반짝 빛나는'에서도 쇼와 무즈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나눠서 쓰는 방식을 취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새로움을 선사하고 두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는 아예 여자 파트를 맡아 쓰고 두편의 소설을 읽게 하는 이런 방식이 새롭고 마냥 재미있다.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는데 역시 소설 쪽이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실분에게는 미리 소설을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지난 사랑을 추억하실분, 사랑에 쓰라린 상처를 안고 계신분, 앞으로 사랑을 하실분, 사랑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꼭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일것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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