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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마일 클로저
제임스 후퍼 지음, 이정민.박세훈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8월
평점 :
내가 마지막으로 삶에 큰 변화를 준게 언제였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엄청난 모험이나 도전을 했던 적은 까마득하고, 변화를 지양하는 잔잔한(이 글의 분위기에 맞추자면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구나.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살면 안돼!'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사이클을 배운다거나 에베레스트산 정복을 목표로한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못할거란걸 나는 잘 안다. 현실은 일단, 내년에 있을 시험을 생각하며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한껏 꾸미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꾹 누르고 책상 앞에 앉아야하지만 엄마한테 통보를 해두었다. "엄마! 나 시험 끝나자마자 유럽여행 갈거야!"
제임스 후퍼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권했던 첫번째 단계는 이 책을 던져버리고 인생이라는 모험에 뛰어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나 모험과 도전, 직접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을 중시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는.
생활을 뒷전으로 하고 모험을 하며 살아도 괜찮을만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걱정을 하고, 그럼에도 도전을 하는 그의 모습에 반했다. 항상 완벽한 성공을 이루어낸게 아니라 끊임없이 실패를 하고 그 실패를 발돋움하여 다시 도전하는 그의 모습에 반했다. 위험천만한 모험을 함께 하던 친구의 죽음을 통해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을 남겨놓지 않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거나 엄마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성전환수술을 하는 걸 지켜보며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깨닫는 그의 모습에 반했다. 특히 그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정말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워서 반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이렇게나 수없이 그에게 반해버렸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제임스 후퍼가 모험적인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이후의 그의 행보, 가치관에 대해 쓰여진 글이지만 책 제목이 《원 마일 클로저》라고 지어진 이유가 있을 터, '원 마일 클로저'는 그의 친구 롭의 죽음 이후 그 친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제임스 후퍼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뜻깊은 도전을 하고 모인 기부금을 (롭이 생전에 중요시했던 교육을 위해) 우간다의 중학교에 기부하는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사고를 당해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헌정하는 느낌이 들었다. '원 마일 클로저' 캠페인에 최근에는 그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 출연자들까지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고하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더 괜찮은 사람인 '제임스 후퍼'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었고, 무미건조한 삶에 변화를 주고싶어지는 책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것을 마치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으로 여기는 것은, 그 벽 바로 아래 서서 위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벽은 어찌나 견고하고 높게만 보이는지, 벽을 이룬 벽돌 하나하나가 '네가 왜 이 목표를 이룰 수 없는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모두가 원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마법처럼 그 돌담 위에 올라섰다고 생각해보자. 내려갈 길도 없는 높다란 벽 위에 서 있는 기분은, 글쎄…… 난 오히려 무섭고 불안해질 것 같다.
그 벽 위에 올라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올라선 이후에도 안심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시작하는 것, 또한 차근차근 계단을 만들어 한 계단, 한 계단씩 높여가는 것이다. 계단 한 개 정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두렵지도 않다. 그저 작고 즐거운 도전들이다. 계단 하나를 만든 후에는 그 위에 올라서서 스스로가 이뤄낸 것을 충분히 대견해하고 즐기는 것이다. 그 이후에 다음 계단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면 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런 식으로 벽을 향해 다가갈수록 벽이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계단을 놓았을 때 벽을 넘어서는 일은 어렵지도 않고,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더 좋은 것은 내가 어떻게 거기에 올라왔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차곡차곡 쌓은 계단 덕분에 정상에 서 있어도 위태롭지 않고, 내려갈 마음이 들었을 때도 두렵지 않다. 최종 목표가 오히려 '베이스캠프'가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정상을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은 벽을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목표들이 있기 때문이다. -p, 46~47
위험은 어디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사실 때문에 겁을 먹는 것은 쉽다. 두려움이 우리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위험요소를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것으로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위험요소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대비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고, 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위험요소를 제거하면서 최종적으로 우리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아무 두려움 없이. -p, 81
실패라는 것은 우리가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 삶 속에서 실패가 마지막을 의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일을 하는 과정이나 그 일이 끝날 때 실패를 겪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그 일을 계속 해나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완전히 앗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단기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완전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이번에 왜 실패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다음 시도에 성공할 확률을 높이면 된다. 이렇게 보면 실패는 끝이 아니다. 그저 '실패'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계속 겪어야 하는 성공을 향한 배움의 과정이다. -p, 135~136
나는 갈림길의 연속인 삶 속에서 적극적인 결정을 내리며 살기를 원한다. 주변의 기대치에 맞추려고 시간을 낭비하지도, 물질적인 것을 좇다가 인생을 낭비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길과 가야만 하는 길 사이에 타협점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죽는 순간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시도조차 안 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은 더욱 끔찍하지 않을까. 결국 이 삶을 다 살고 난 뒤 남는 것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이 살면서 해온 일들 말고 무엇이 더 있을까.
누구에게나 딱 한 번뿐인 삶이다. -p, 183
아직도 존오가 내게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가끔씩 우리는 변화 자체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삶에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있어."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단조로운 삶의 테두리에 갇혀서 하루, 몇 달, 다시 몇 년을 보내. 정체된 채,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아.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변화를 포용하고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어."
당시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참 시간이 흘러 가장 친한 친구가 내 곁을 떠난 후, 그리하여 내 인생의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는 변화를 통해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기회는 현재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또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하는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사람은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났을 때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된다. 또한 진정한 자아를 찾고, 가진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우리는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변화를 피하는 쪽을 선택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발견하고, 배우고, 잠재력을 꺼내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도전이라는 말이 거창할 수 있지만, 그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뭔가 옳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의 미래가 암흑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더욱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새로운 결정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우리에게 붙잡을 만한 기회와 고무적인 일들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지금 무슨 일을 하건, 과거에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건 간에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 물론 과거의 경험이 미래를 만들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절대로 과거의 덫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과거에만 머문다는 것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잠재능력과 기회를 거부하는 일이 될 테니까. -p, 215~217
추억은 우리의 우정을 더욱 단단하게 엮어주고,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회상에 잠겨 함께했던 특별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웃음짓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함께한 기억이 없다면 내가 가진 관계들에 무엇이 남을까'라는 생각을 하다보면, 가까운 이들과 추억을 만들어가는 일이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상대방과 교류를 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가 계속해서 친구나 가족들과 기억할 만한 순간들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억들은 그냥 흩어져버리고 순간들은 지나간 일 중 하나로 흐릿하게 잊혀질 것이다.
물론 살아가면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기억할 만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은 다가오는 것조차 전혀 알아챌 수 없지만 영원히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 새겨진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절대 잊을 수 없으며, 그 장소나 함께한 사람들까지도 영원히 뇌리에 남아 있게 된다. 그 반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들지,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을지 직접 결정할 수도 있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우리 스스로의 삶을 풍부한 경험들로 채울 수 있는 기회이며, 그 순간을 나누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견고하게 다져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p, 289~290
인생이란 만들어가기 나름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출발선에 서 있고, 서로 다른 능력과 재주, 성공의 정의를 갖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기량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마치 개개인이 가진 지문만큼이나 다양하고 고유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당신의 꿈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세워진 목표는 당신의 내면에서 스스로 찾아낸 동기와 영감의 힘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자신을 다른 어떤 이와 비교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자신의 인생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왜 나에게는 없을까'라고 한탄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강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입니다. 결코 다른 사람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유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굳이 자신을 비교하는 척도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주위의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당신 자신은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세요. 바로 그 능력이 당신이 선택한 꿈을 이루는 길로 이끌 테니까요. -p, 291~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