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정호승, 법륜, 박완서, 정운찬 외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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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갈 준비를 할수록 세상엔 어른다운 어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나이듦이 어른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건 '어른스러움'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다. 무엇이 '어른스러움'일까. 최근에 본 영화 <인턴> 속,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했던 '벤'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스러움의 표본이 아닐까. 그와 이야기를 한 후 앤 해서웨이가 "어른과 어른다운 대화를 해서 좋았어요." 라고 했던 것처럼 나도 어른과 어른다운 대화를 하고 싶어 꺼내든 책이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었다.

적어도 나보다 30년 이상은 더 살아온 이분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될 여러 문제들 앞에서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은 그들이 했던 연설, 주례사, 편지 등을 엮은 글들이라 뚜렷한 독자의 층(?)이 정해져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자고로 난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면, 나와 관계 없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시간을 버리는 기분이 들어 언짢아지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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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이야기들 중 내가 건진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 '사랑을 시작하는 후배에게 시인 도종환 님이 보내는 편지_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였는데 연애 2년차로 편해져버린 관계에 투덜대는 나에게 던지는 일침같았다.


그러나 열정이 조금씩 가라앉고 사랑도 생활이 되는 시간도 찾아오겠지요. 열정이 사라진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도 오겠지요.

뜨겁기만 하던 때는 돌아볼 겨를 없던 자신들의 헝클어진 모습을 바라보며 바람이 허허로운 것도 느끼겠지요. 아름다운 색조가 지워진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있는 그대로 보이기도 하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차 안에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묻게 되는 시간도 생가기겠지요. 사랑 때문에 책임져야 하는 고통도 조금씩 피부에 저며 오고, 사랑의 불꽃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미운 구석도 보이게 되겠지요.

저는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까지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부분만이 아니라 아름답지 않은 곳까지도, 마음에 드는 구석만이 아니라 마음에 맞지 않는 부분까지도 말입니다. 행복한 시간만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시간까지도 함께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사랑을 맹세하며 두 마음을 포갰을 때 우리는 고통스러운 나날까지 함께하리라 다짐했어야 합니다. 아니 사랑은 본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전제하면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내 쪽에서 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우리가 이루어 가는 사랑은 서로의 자리에서 서로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람은 본래 지나치게 주관적인 존재여서 자기 쪽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고 자기의 관점에서만 사실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고통스러워 할 때 상대방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참고 있을 때 상대방도 참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나 자신을 먼저 용서하고 싶을 때가 많지요. 상대방도 자기 자신이 먼저 용서받을 만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늦게 들어오는 사람을 기다려 보면 내가 늦게 들어올 때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는 게 아닙니까. 두 사람 사이에 화해의 가능성은 사실은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생각하면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이지요.

내 표현 중의 불만족스러운 그늘이 상대방의 침묵으로 이어집니다. 상대방의 얼굴에 다가갈 수 없는 벽이 느껴질 때 내 얼굴도 굳어지게 됩니다. 상대방의 얼굴이 그늘져 있으면 내가 오랫동안 무관심, 무표정한 얼굴로 내 마음을 나타내 온 건 아닌가 살펴볼 필요가 있지요.

-p, 65~66

 



아직은 많이 어리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갈 '오늘'들은 어떤 멋진 하루하루가 되어 나를 멋진 어른으로 만들어줄지 기대가 된다. 내가 살아온 인생, 살아갈 인생이 누군가에게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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