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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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의 그 여름. 레즈비언 멜로드라마라 부를 수 있는 내용의 작품이었다. 다루는 소재는 이색적이지만 형상화 방식은 전통적이고 정통적이라 할 만큼 익숙한 서사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모든 인간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두 여성의 사랑에도 자잘한 다툼과 오해,
침묵, 변화가 뒤따른다. 순진한 무지의 상태에서 환멸에 찬 자기 인식의 단계로 이행하는 삶의 여정을 이 작품은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아마도 이 소설은 본격적인 장편으로의 개작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대상 수상작은 임현의 「고두결정되었지만 그 영광은 나머지여섯 작가의 작품 어느 것에 돌아가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상자의 행운에 축하를 보내며 한국문학의 내일을 짊어지고 분투하고 있는 젊은 작가 모두에게 충심으로 응원의 인사를 전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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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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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창조적으로 이끄는예술 거장 19인과의 심도 깊은 대화가눈부신 통찰력과 누구도 들려주지 못한 영감을 선사한다"
예술가의 유일한 임무라면 세상을 짊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사유를 흔들림 없이 진전시켜 나가는 것일 겁니다. 불확실성을극복하는 확신, 용기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 확고한 상태가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건지 저는 늘 감탄합니다. 매일 아침작업실로 향하는 길, 머릿속의 개념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골몰하는 예술가들에게 실패와 무목적성의 목적은 모닝커피만큼자연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나의 예술가들의 소명의식은 동시대를 살아 내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덧붙여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화의 규칙에서 필연적으로자유롭고자 하는 예술가가 부럽기도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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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고나서 혁명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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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소설가 아지즈 네신의 풍자소설 모음집 <일단, 웃고나서 혁명> 중에서 "민주주의 영웅되기, 참 쉽죠?"라는 단편의 결말 부분입니다.

열여섯 살 소녀가 서른 살짜리 남자를 산으로 납치했고, 여든살 노파가 열 살짜리 소년을 집에 감금했다는 기사를 신문사에보낸 날이었다. 고위 공무원이 우리 주를 방문했다. 신문에 기사를 꾸며대기 좋은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나는 그 고위 공무원이 마음에 들어, 옳은 기사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유명 기자이니 신문사도 어쩌다 한 번 보낸 옳은 기사를 싣지 않을 수는없을 터였다. 그날은 어찌 되었든 간에,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어떤 일이 있었든 간에, 거짓말 한마디 보태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사를 썼다. 정당 문제, 국내 문제 등에 관해 거짓말을 쓸 수는 없었다.
내가 기자가 되어 쓴 바른 기사가 처음으로 신문에 실린 날,
나는 체포되었다. 지금 나는 교도소에 있다. 여러분도 각 신문에
"교도소에서 머리카락이 잘린 민주주의의 영웅" 이라는 기사와함께 실린 내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내 직업을 배반한 벌을 받은 셈이지만, 어쨌든 민주주의의 영웅이 되었다.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단 한가지가 부족했는데, 지금 그것을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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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4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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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Steppenwolf ...
어느 아웃사이더에 관한 이야기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쓰고 권혁준 옮김, 을유문화사, 2020 _을유세계문학전집 104번째 책

P. 59 옛날 한때 황야의 이리로 불렸고 하리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두 다리로 걷고 옷도 걸친 인간이었지만, 본래는 한 마리 황야의 이리였다. 그는 이해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이었고 상당히 총명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가 배우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법이었다. 이것만은 할 수 없었다. 말하자면 그는 불만족스러워하는 인간이었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은 아마도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본래 인간이 아니고 황야에서 온 이리라는 것을 늘 의식하고 있었기 (또는 그럴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도시와 문명사회라는 황야를 한마리 늑대로 살다간 하리 할러라는 고독한 이방인 , 외로운 영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리 할러의 내면에는 인간과 늑대, 즉 “사상.감정,문화와 잘 길들여진 본성의 세계”가 “충동과 야성,잔인함의 어두운 세계, 승화되지 않은 거친 본능의 세계”와 함께 공존하고 있어서 늘 분열을 일으킵니다. <황야의 늑대>는 이처럼 내적 분열과 갈등을극복하기 위해 하리 할러 벌이는 치열한 노력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할러가 새로운 정신세계와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은 오늘날의 시점에서 되돌아보아도 충격적일 만큼 대담합니다. 정신분열, 마약, 동성애,그룹 섹스, 고급 창녀, 문명의 거부, 거친 야수성 등 현대 문명사회의 모든 문제를 어떤 도덕적 가치기준에도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고 도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60년대 말 미국과 유럽의 학생운동 세대와 히피들에게 성경처럼 읽혔던 것이 아닐까요?
하리 할러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내면에 <인간과 늑대>를 함께 지니고 도신의 정글을 헤매고 다니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기술과 정보의 시대가 우리에게 장미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듯하지만 여기저기에서 문명의 위기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오늘날 1927년에 쓰여진 이 소설은 현대 기술문명에 대한 치열한 비판이라는 면에서 더욱 그 의미가 있습니다.
모처럼 깊이 고민하며 읽었던 <황야의 이리>였습니다. 생각은 많았지만 잘 아직 잘 정리가 되질 않네요. 가을이 오면 다시 한번 읽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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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위상학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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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저자 한병철 교수님의 신작 <폭력의 위상학>은 폭력에 대한 탁월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P.19
심리적 내부화는 근대에 일어난 폭력의 위상학적 변화에서 중심적인 문제에 속한다. 폭력은 영혼의 내적 갈등이라는 형태로 일어난다. 파괴적 긴장은 바깥을 향해 방출되기보다 내적으로 해결된다. 전선은 자아의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 형성된다. ... 양심은 폭력의 전도가 일어나는 장소이다. ... 타인을 향한 공격성은 자기 자신을 향한 공격성으로 방향을 돌린다. 인간이 타인을 향한 공격성을 참는 데 비례하여 양심은 더욱 엄격해지고 더 큰 강제력을 발휘하게 된다.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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