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사고가 내게 다시 알려 준 것 ; 이상과 현실

 

예전부터 느꼈던 것인데, 이번에 실감하고 있다. (뭘까? 부패. - 이것도 분명히 답이 된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가나 정부를 보는 시각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다. 나는 발달장애가 있는지 어렸을 때 배웠던 내용이 생각에 각인되어 잘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일부가 평등하고, 일부는 불평등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평등한 일부가 예외로 무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내가 기대하는 세상은 만인,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법 아래에 있다. (이것이 이상理想이다.) 사실 법 아래에 모든 사람이 있다고 해도 법 자체가 공정한 것, 정의로운 것인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것은 법 아래 있는 사람과 법 위에 있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리고 법 위에 있는 사람이 법을 통해 법 아래 있은 사람을 통제하면서 군림하려 한다. (이것이 현실現實일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선거 때, 자신이 공복公僕임을 내세우면서 선거운동을 한다. 그러나 선출직이든, 비선출직이든 공무원 일부는 법 위에 존재하고 일부는 법 위에 존재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법 아래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법을 집행한다.

 

법은 고대 시대에도 있었고, 중세 시대에도 있었다. 이 법들이 백성들을 위한 법이었나, 아니면 백성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나. 이 당시에 백성은 군주나 귀족과 동등하지 않았다. 군주나 귀족에 입장에서 보면 백성은 소모품에 가깝다. 이 당시에 배가 뒤집혀졌을 때, 사람을 구해야 할까, 배를 구해야 할까? 배를 구해야 한다. 군주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백성보다 배가 더 희소성이 있었다. 귀족이 사건 현장에 온다면, 사람을 구해야 할까, 귀족에 대한 예우에 신경을 써야 할까? 귀족에 대한 예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백성의 목숨은 귀족의 예우에 미치지 못한다.

이 당시에 국가와 정부, 백성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백성을 지배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중국의 군주와 귀족은 백성과 거리를 두기 위해, 백성을 폐 아래서陛下, 전 아래서殿下, 각 아래서閣下만 머물게 했다. 당연히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기 위해 다가가 안아준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실언을 포함한 실수는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예외로 인정한다. 흔하게 일어난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고 현실이다.

 

나의 이러한 견해는 나에게 나름대로 많은 현상을 설명해 준다. 구조 인명이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은 해난사고, 미개한 국민 발언, 구조보다 의전에 신경 쓰는 공무원, (이 일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나 사건 조작, 재벌 총수들의 범법에 대한 구형과 사면, 무상급식 논란 등.

 

그러면 결론이 이렇게 난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수사적으로 배웠던 것을 현실로 잘못 파악했고, 그 수사적으로 묘사했던 근대 이후를 살고 있다는 착각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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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4-05-1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읽으니 빌 게이츠가 인생은 불공평하다..그것에 익숙해지란 했던 말이 떠 오르네요~ 사실 그는 인생 불공평하니 그것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한건데~

마립간 2014-05-15 12:19   좋아요 0 | URL
덕분에 빌 게이츠 명언을 찾아 보았는데, 저는 'TV는 현실이 아니다'라는 글에 주목을 하게 되네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현실이 아닐 정도는 아니더라도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학교는 승자나 패자가 뚜렷이 가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라. - 이 문장도 '사회뿐만 아니라 학교의 승패도 명확해지며 그 결과는 잔인하다'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마녀고양이 2014-05-1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것들에 대해서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저는 좀 더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의 노력으로 현실이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이상화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청소년과 부모들, 성인들을 만나면서 많이 느끼는 부분이고, 참으로 깨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건 타당화보다 더 어렵더군요.

마립간 2014-05-15 15:11   좋아요 0 | URL
저는 명시적 규정이 있음에도 관례가 작동하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에서 현실성 있는 규정에 대해 주장한 바도 있는데, ... 그것이 우리 나라 문화에서는 설득이 잘 안 되더라구요.

의료계도 마찬가집니다. 현실적인 제도는 기득권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각자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제안조차 못합니다.

저는 이 사회에 대해 무기력에 빠져, 회피하려는 것 같군요. 현실을 받아드리는 훈련을 잘 받지 못 했고, 가끔 내가 일제 식민지하에 태어났다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을까 고민했겠죠. 그때도 회피했겠죠.

마녀고양이 2014-05-15 21:40   좋아요 0 | URL
적어도 인식하고 계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립간님께서 회피만 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