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유별夫婦有別

 제가 (이미 박물관에 들어갔다고 생각되는) 오륜五倫을 처음 들은 1970대에 해석은 ‘남녀(부부)에는 구별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과는 비교하면 남녀 차별이 매우 심했지만 점차 양성 평등의 기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산하제한의 구호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고 실천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는 양성평등이 아니지만, 명목상으로 또는 이성적으로는 양성평등이 지향하였습니다. (제 생각) 이런 사회적 상황에서의 부부유별은 남편(아버지)이 해야 할 일과 아내(어머니)가 해야 될 일은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사회 활동을 하면서 경제를 책임지는 남자와 가사를 이끌어나가는 여자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삼강三綱이라는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부위부강夫爲婦綱이었습니다. 이는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과 함께 수직적인 도덕을 강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강오륜이 강조되던 조선 유교 사회에서의 부부유별은 남편이 우선이고 또는 지배적 위치에 있어야 하고 아내는 남편의 지도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조선시대의 유별은 구별이 아니고 차별로 해석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부부유별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의미는 혼외 성관계를 금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부부 A씨와 a씨, 그리고 다른 부부 B씨와 b씨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 즉 성관계를 부부 내에서만 해야지 부부의 경계를 넘어서 안 된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부부유별은 처음에는 혼외 성관계의 금지에서, 남녀의 위계질서로, 그리고 남녀의 역할 분담으로 의미가 변천되었습니다.


* 삼불거三不去


 (박물관으로 간 이야기를 하는 김에) 대개 사람들이 조선시대에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즉 이혼 사유가 되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다 것을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삼불거는 널리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삼불거는 시부모를 위해 삼년상을 치른 경우, 혼인 당시 가난하고 천한 지위에 있으나 후에 부귀를 얻은 경우, 이혼한 뒤 돌아갈 친정이 없는 경우는 이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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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11-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강오륜이나 칠거지악은 1970대 사극도 많이 방송되었고, 현대극이라고 해도 무자無子로 인한 가정내 갈등을 그리는 드라마가 많아 어쩌다가 들을 수 있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박물관에서 찾아 봐야 될 용어가 되었네요.

진/우맘 2004-11-1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 잘 새기고....혼외정사 금지라, 거 참.^^ 같은 말이라도 시대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군요.

조선인 2004-11-1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유별에 그런 의미변천사가 있었군요. 배우고 갑니다. 꾸벅.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