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고양이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 2

* 자기 검열

- 마녀고양이님의 댓글 ; 왜 이렇게 () 자기 검열을 하시는지

 
우선 제 어렸을 때 꿈을 말씀드려야겠네요.

 
士望賢 賢望聖 術望藝 藝望道 ; 도인道人이 되고 싶으나
 
위에 글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이 아니고 진정한 저의 꿈이었습니다. 물론 계룡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요, 수학자와 이론 물리학자가 되는 방법으로요. 제가 알라딘에 쓴 글은 모두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언 스튜어트 (사이언스 수학분야 Editor) 교수님이나 스티븐 호킹 박사를 볼 때 얼마나 높은 위치에서 통찰력을 가질까 부러웠죠. (이분들이야 말로 (비교적) 초월적 입장을 언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입 학력고사 성적 미달과 가정형편 때문에 생물응용과를 입학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여기서 포기를 했었어야 됩니다.

 제가
중학교 때쯤 박근형씨가 아버지, 강수연씨가 딸로 나오는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제가 커서 뭐가 되었으면 하세요.”
 
“네가 먼저 말해 보거라.”
 
“저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나는 네가 학교 선생님이 되었으면 했는데.”
 
“아버지, 시인은 선생님을 하면서도 할 수 있어요.”

 
(저는 현자賢者라로 단어를 더 좋아했으나, 여기서는 그냥 도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진짜 도인가 되고 싶다면 직업은 문제가 되지 않지요. ‘직업은 직업대로 갖고 궁금한 것은 책으로 채우자’라는 생각을 가졌죠. 중국 영화의 도인은 산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거지로도 있고, 뱃사공으로도 있고, 농부로도 있고 그렇잖아요. 제 심상에 근접한 도인은 스타워즈의 요다Yoda와 쿵푸 팬더의 오구烏龜입니다. 그런데, 혼자 책을 읽으니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철학적 논쟁을 싫어합니다.
 
이런 반응입니다. ; “너, 아직 애냐? 그런 것을 갖고 고민하게.”

 
타인을 통해 검정할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차선책은 자기 검열입니다. 그래서 자기 검열은 김동인 소설 <무지개>의 ‘무지개’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 두 번째 이유는 아이입니다.

* 영화 ‘2012’ 대사 중에서
 
“네가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니? 이제 해야 할일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거다. 적어도 그들이 안다면 서로 작별인사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엄마들은 자녀들을 위로 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아버지들이 딸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 왜 마지막 순간에만
http://blog.aladin.co.kr/maripkahn/4312194

 아이와의 이별할 때를 위해 ; 저는 항상 아이와 사회학적 이별과 생물학적 이별을 염두하며 살고 있습니다. (직업병입니다. 우울증적인 면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언제가 있을 이별 후에 딸이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했을 때, (한비야씨와 같이) 아버지와 즐거운 추억을 갖기를 바라고, 아버지인 제가 훌륭한 사람을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씨 집안처럼 돈을 상속한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에게 그럴 능력은 없습니다.)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한 방법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자기 검열’입니다.

 
아이가 글을 읽게 될 쯤, 편지를 쓰려하는데, (사실 지난 어버이날에 그 비슷한 편지를 이미 보냈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울 때, 거울 보라고 ; 그리고 아버지의 생활하는 모습이 그리울 때 자신을 돌아보라고. 네 속에 내가 있을 것이라고.

 아이와 함께 할 때를 위해 ;
또 다른 이유 역시 아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아버지 역할에 왕( 또는 수호자), 스승, 친구의 역할이 있습니다. 앞의 2개가 수직적인 관계라면 뒤 1개는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 상보적입니다. 앞의 2개의 역할은 권위가 필요한데, 이것 고려할 때, 체벌도 유용한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친구 역할까지도 함께 생각한다면 체벌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권위를 세우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아이와 헤어짐을 염두해 두어도 자기 검열이고 아이와 함께 해도 자기 검열이고. 저는 아이를 근접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첫 번째 이야기와 관련있는 제가 타고 난 본성이겠죠.

 
어느 분에게 쓴 저의 댓글에서 ; 저는 회색인이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지구 저 반대편에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 지구상에 저와 같은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면, 그래도 외롭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 백 년 전에 살았고 (또 누군가가 백 년 동안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이야기해도) 백 년 뒤에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태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생각하면 태어난 본성에 대한 자기합리화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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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몸살이 심하게 나서 물음을 던지고 확인에 한참 걸렸습니다. 죄송해요.

마립간님께서 이미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마립간님께 드린 질문은 제 컴플렉스랍니다. 저는 다른 의견을 듣고 그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이해시키고 다시 의사소통을 하는 부분이 너무 취약합니다. 그것을 통해 분명히 앞으로 한발 진일보할 수 있음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타인의 반박을 나의 무능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자제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마립간님의 답변 1,2를 읽으며 제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소통의 시도를 할 수 있어야 자기 검열도 가능할터인데, 아마 자기 검열이 무서워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답변 감사드리고, 마립간님을 아버지로 둔 따님은 참 행복한 딸이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마녀고양이 2011-07-26 18:20   좋아요 0 | URL
그리고 회색인도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저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자기 입장에 대해 열변을 토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 무섭다고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마립간 2011-07-27 07:42   좋아요 0 | URL
건강 조심하세요. 제가 (오늘은 아니고) 위로의 페이퍼를 써 드리죠. 마녀고양이님은 충분히 소통도 하고 좋은 분이세요.

2011-07-27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1-07-28 12:44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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