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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여섯번째 만남은 최제훈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페이지 보러 가기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10901










Q. 모든 것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은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대부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책과 영화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가 격리라면 누구보다 익숙한 직업임에도 답답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집을 나설 때 마스크부터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코로나 사태 이후 어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코로나가 원격 수업이나 각종 비대면 서비스 등 근미래의 모습을 강제적으로 앞당겨놓기도 했고, 사람 사이에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은 우리의 생각과 정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거리 두기’라는 말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권장되는 상황이 아직까진 많이 어색하네요.




Q. (장르소설적인 글쓰기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다면)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장르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장르적인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플롯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표현은 하나밖에 없다는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적합한 플롯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거듭하는 편입니다. 소설에서 플롯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만으론 전달할 수 없는 미학을 창조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내용과 형식이 우아하게 융합된 작품을 좋아하는 제 기호 때문이겠죠.




Q.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의 연쇄가 무척 흥미롭게 읽힙니다. 이번 소설의 키워드인 '모방 살인'도 일종의 연쇄라고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질문해주신 대로 이야기의 연쇄는 제 소설들을 관통하는 모티프이고, 모방 범죄 역시 오래전부터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었던 소재입니다. 타인을 모방하는 행위에는 드러내놓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개인의 내밀한 욕망들이 얽혀 있다고 봅니다.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말이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모방 범죄는 자기 내부의 악의를 창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그 과정을 직시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추리소설, 혹은 추리소설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워낙 유명해서 추천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추리소설’ 하면 가장 먼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을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 다양한 인간 군상, 범죄와 추리 과정의 상징성 등이 유기적으로 얽힌 웰메이드(이자 소화하기 까다로운)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코는 미래에 남을 소설 형식은 추리소설뿐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바로 이런 거 말이야’라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거드름이 느껴집니다.

또 한 편을 꼽자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보험 사기를 시도하는 범죄소설에 가까운데, 나보코프 특유의 언어유희를 만끽하며 꼭꼭 씹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Q.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따라 읽는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인내와 적응이 필요한 시간이 아무래도 좀 더 이어질 것 같습니다. 책 읽기가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즐거운 방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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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다섯번째 만남은 김희선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페이지 보러 가기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9610











Q. 모든 것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은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전지구적 판데믹을 실제로 겪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국소적 유행으로 그치겠거니 예측했거든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런 예측은 빗나갔고,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는 질문엔, 이 새로운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는 게 가장 적합한 대답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저의 일상부터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저는 병원 약제과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한다든가, 혹은 출근하는 즉시 체온을 재고 기록해야 하는 것, 손을 전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이 소독하는 것, 등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관심사는 당연히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 상황입니다. (때론 회의적인 예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결국엔 약이 만들어질 테고, 그때가 되면 모두들 지금보단 훨씬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는데요(누가 말한 건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국 인간은 어떻게든 극복해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Q.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등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하셨는데요, 특히 이렇게 '경계'를 오가며 장르소설을 읽고 쓰는 이유, 그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순문학, 장르문학 식으로 경계를 나누는 것을 싫어합니다. 사실 그런 구분 자체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저 모두 ‘소설’일 뿐이지요. 따라서 소설을 읽을 때도 그러한 ‘경계’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걸 찾아 읽을 따름입니다. 쓸 때 역시 마찬가지예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꼭 맞는 ‘모양’을 따라갈 뿐이지요.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장르소설, 혹은 추천하고 싶은 장르문학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A. 역시 이번에도 ‘장르’ 여부를 떠나서, 추천하고 싶은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 『히페리온의 몰락』, 이 두 권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시간, 운명, 우주, 이런 것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꿈꾸고 상상할 수 있거든요. 


















Q. '공' 하나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이야기처럼, 김희선 작가의 소설을 접할 때면 '상상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오직 노인들만 살고 있는 마을의 집단 행방불명 사건, 그리고 '웰다잉협회'라는 이번 소설의 발상도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A. 예전에 일하던 약국은 병원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그때 고독사한 노인이 구급차에 실려 오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어요. 아무도 모르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였지요. 그리고 요양병원에서 일한 적도 있는데, 그때 본 노인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게, 초고령화 시대의 경제적 측면(노인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관련하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과 맞물리며 저에게 의문을 던져 주었지요. 그러던 중 지역 도서관 등에서 실제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웰다잉’ 강연회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기묘한 어감(물론 원래의 ‘웰다잉’은 그런 뜻이 아니지만, 그냥 단순히 직역하면 ‘잘-죽다’이니까요)에서 이야기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댐 건설로 생겨난 호수 속 외딴 마을과 빨간 우체통의 이미지는, 아주 오래전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실제로 본 광경이었어요.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 마을엔 빨간 우체통이 하나 호숫가에 덩그러니 서 있었고, 우체부는 배를 타고 지나다가 거기에 편지를 넣었거든요. 그게 실재임에도 그 장면 자체가 어찌나 초현실적인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 있었답니다. 



Q. 김희선 작가의 세계를 즐겁게 접하게 될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무엇보다도 ‘즐거운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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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네번째 만남은 백민석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8506




 

Q.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평년과 다름없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것인데, 산책을 하거나 야외에서 운동을 할 때에 마스크는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사소한 것일지라도 긍정적인 면을 봐야겠죠. 언젠가 이 사태가 끝나면 마스크 덕분에 제 폐활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관심사라면 역시 코로나19 이후의 제 살림살이입니다. 뭘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Q. 장르소설을, 특히 SF를 읽고 쓰는 이유, 그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장르소설을 읽고 쓰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저한테는 소설은 다 똑같은 소설이지, 앞에 무슨 타이틀이 달리든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도 장르는 안 봐요. 소설을 쓸 때도 이번엔 무슨 장르를 써야지이런 생각 안 해요. 그냥 써요. 하고 싶은 이야기에 어울리는 형식을 찾아 고심하긴 하죠. 하지만 그럴 때도 그 형식보다 장르가 우선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대개 제가 찾아낸 형식들은 혼합장르가 되지요.

그리고 이번 소설은 SF 아닌데요?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장르소설, 혹은 추천하고 싶은 장르문학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독자분들께 굳이 추천하는 소설 독서 방법은 장르를 가리지 말고 두루두루 읽으시라는 거예요. 독서를 하면서 뜻밖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 책을 다양하게 선택하시라는 거예요. 뭐랄까, 새로운 맛집을 발굴하는 재미로.



 

Q. <목화밭 엽기전> <러셔> 사이에는 꽤 넓은 거리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한편으로는 장르에 대한 세부적인 구분일뿐, 소설이 지향하는 지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 똑같은 제 소설이니 서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예요. 그냥 제 소설이죠.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목화밭 엽기전>은 하드코어 스릴러이고 <러셔> SF 사이버펑크인데, 애초에 난 지금 장르를 쓰고 있어라는 자각 없이 썼던 작품들이에요. 그냥,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에 어울리는 형식을 찾다 보니 그렇게 쓰여졌던 것뿐입니다.

 



Q. <혀끝의 남자>로 복귀한 이후, 어느덧 약 7년이 흘렀습니다. 복귀 후 선보인 소설 중 독자에게 더 잘 알려졌으면 싶은 나의 소설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포의 세기>가 좀 아쉬워요. 이 책은 하필이면 촛불혁명 기간에 나왔다는 핑계를 댈 수가 있어요. 진짜 하드코어였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교양과 광기의 일기>는 여러모로 더 아쉬워요. 뭔가 열심히 추구하긴 했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느낌이에요. ‘중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소설이었는데 그 점이 부각되질 않았어요. <수림>은 제 소설들 중 가장 전통적인 형식으로 쓰였는데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아쉬워요. 너무 전통적이어서? <해피 아포칼립스!>는 크게 팔리지는 않아도 이상하게 꾸준히 관심을 받는 책 같아요. 종말을 다루고 있어서 그럴가요? 하지만 이 책의 진가를 생각한다면 더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역시 아쉬워요. 가장 최근에 나온 <버스킹!>은 정말 다양한 재미를 주는 책인데 독자들의 사랑을 덜 받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어찌된 일인지 몰라요. <목화밭 엽기전>이나 <러셔>처럼 너무 일찍 나왔던 걸까요? <버스킹!>은 정말 유쾌하고 다양하게 웃기는 소설입니다. 진짜 웃겨요.

그러고 보니 제 소설들이 다 아쉽네요. 언제쯤 책을 내놓고 안 아쉬울 수 있을지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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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세번째 만남은 조현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7497











Q. 상상으로만 가능할 듯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려서 장마가 한창이면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변이나 다리 위에서 넘칠 듯이 흘러가는 물을 정신 없이 바라보곤 했습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비일상적인 사건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장르소설에서나 찾아볼 법한 코로나19 사태가 인류사에 큰 획을 긋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시기일수록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지나간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는데, 정말로 좋았다고 독자님들께 고백하고 싶은 작품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드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와 미드 <11/22/63>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 내 눈을 사로잡았던 황토빛 탁류처럼 여러분의 눈을 쏙 붙잡을 좋은 작품이지요.




Q. 장르소설을, 특히 SF를 읽고 쓰는 이유, 그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슐라 르 귄은 그의 대표작 『어둠의 왼손』 서문에서 SF란 ‘사고 실험’이라는 통찰을 보여준 적이 있지요. ‘오늘 저녁으로 탕수욕을 시킨다면 부먹으로 먹을까 찍먹으로 먹을까’라는 소소한 고민부터 ‘지구상의 인류가 모종의 사건으로 한순간에 모두 불임이 된다면 인류 문명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라는 공상 역시 사고 실험의 일종이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사고 실험을 통해 삶을 보다 넓고 정교하게 구성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SF의 테마를 보면 지금은 상식적인 개념들, 이를테면 가족 제도나 모성애가 사라진 사회를 기술하고 있는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버지나 어머니, 형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거나 모성애를 윤리적으로 죄악시하는 미래를 다룬 작품들이죠. 물론 이런 문제 의식 역시 사고 실험의 일종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실험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가치관에 도전하고 우리의 상식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돌아보게 됩니다. 심지어 SF는 그 자신의 논리적 기반이 되는 현대 물리학의 법칙마저도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모든 권위에 도전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는 점, 이게 SF가 가진 많은 매력 중의 하나이기에 저는 SF를 사랑합니다.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장르소설, 혹은 추천하고 싶은 장르문학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진 M. 아우얼 작가의 『대지의 아이들』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3만년 전 선사시대를 살아간 크로마뇽인 소녀 에일라가 주인공이지요. 이 더운 여름, 에일라와 함께 선사시대를 체험하고 나면 코로나19와 같이 현대사의 대단한 사건 역시 인류의 역사에 있어 인간이 극복해 왔던 무수한 격변 중의 하나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즉, 에일라의 모험과 용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 행성의 연대기에 있어 인류세(人類世)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지요. 


더불어 필립 K.딕의 광기어린 세계에도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현대문학에서 발간된 필립 K.딕 전집은 그 번역의 질에 있어서나 장정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출판계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F계의 이단아와도 같은 필립 K.딕을 통해 선사시대에서의 크로마뇽인 소녀의 모험은 순식간에 수만년을 건너 뛰어 먼 미래의 인류사로 점프할 수 있지요.




















Q. 조현 작가의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현재 품절 상태인데요, 재출간 계획이 있을지요? 이 작품 외에도 핀 시리즈 이후 조현의 세계를 새롭게 여행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첫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의 재출간에 대한 질문은 처음 받았습니다. 앞으로 같은 문의를 아홉 분께 더 받는다면, 출판사에 재출간 가능성을 문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재출간을 원하신다면 forlux21@kookmin.ac.kr로 요청해 주세요. 출판사에 여러분들의 마음을 꼭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주 : eBook 으로는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706334  )


더불어 등단 이후 여러 매체에 띄엄띄엄 발표했던 ‘클라투 행성 통신’ 시리즈 단편들을 묶어 조만간  장편소설 내지 연작소설집으로 선보일 계획이니 독자님들의 응원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Q. 조현 작가와 장르의 세계를 함께 걷고 있는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아까 첫번째 질문에서 고백했던 미드는 원작소설이 있답니다. 스티븐 킹의 『11/22/63』이 그것이에요. 그런데 이 황홀한 소설의 맨 마지막 대목에는 다음과 같은 멋진 대사가 나옵니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조지?”“다른 생에서 당신과 알고 지냈던 사람이에요.” 잠시 후 우리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세월을 잊고 춤을 춘다. (2권, 735쪽)


그렇습니다. 그리고 독자님과 저는 다른 생에서 알고 지냈을지도 모르지요. 이 짧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독자님과 아주 작은 인연을 맺은 저는 독자님이 다른 생에서 알고 지냈던 비밀 친구이거나 서로 상처주지 않고 헤어졌기에 가끔 생각나는 연인이었거나, 혹은 당신이 몹시도 힘들어 하던 어떤 사건을 겪은 후에 조용히 당신을 위로하던 작고 다사로운 검정 고양이였을지도 모르지요. 이게 바로 장르의 힘입니다. 세상의 모든 장르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소환해 내어 그것을 접하는 잠시 그 비밀스러운 다른 생을 당신께 보여주지요. 어떻게 더 욕심을 낼 수 있을까요? 장르는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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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두번째 만남은 듀나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러 가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6296






Q. 상상으로만 가능할 듯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는 게 제 일 중 하나인데, 개봉 영화들이 갑자기 줄어서 리듬이 바뀌었습니다. 요새는 옛날 영화들, 주로 20년대 무성영화와 50년대 저예산 SF 영화들을 보고 있어요. 포켓몬고 산책도 짧아졌는데, 다행히도 요샌 설정이 바뀌어서 짧은 외출로도 이전에 했던 일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선물 20개 한도는 다시 10개로 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장르 소설을, 특히 SF를 읽고 쓰는 이유, 그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답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관심 분야라도 할 수 없다면 못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전 호러 영화를 좋아하고 리뷰도 많이 하지만 절대로 만들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SF 소설은 쓸 수 있지요. 


왜 장르소설을 읽느냐. 음, 어느 정도는 일 때문에 읽지요. 장르 흐름을 따라야 하고 같은 언어권의 동료들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좋아해서, 경험이 쌓였고 관습을 알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아서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답은 장르소설만 읽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르소설을 쓴다고 장르소설만 읽으면 좀 위험하기도 해요. 장르의 사고방식에 갇히게 되니까요.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장르소설, 혹은 추천하고 싶은 장르문학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너무 많은데요. 지금은 N. 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3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Q. 듀나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작가의 소설 중 특히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말씀 듣고 싶습니다. 


아, 전 캐릭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작업을 합니다. 이야기와 세계가 먼저이고, 캐릭터는 그 둘을 구현하기 위한 재료예요. 캐릭터에게 어떤 매력을 의도적으로 주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그런 게 있다면 제 의도는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보니 생긴 것이겠지요. 제가 해준 게 없어요. 




Q. 듀나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고 함께 걷고 있는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책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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