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병자호란 1
병자호란 1 - 역사평설 병자호란 1
한명기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누가 맨 처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탁월한 통찰이다.

역사란 승자의 기억이며 기록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임진왜란에 대한 그토록 상세한 기억과 병자호란에 대한 무지가 쉽게 설명이 된다. 어쨌든 승리로 기록된 전쟁과 임금이 직접 항복을 해야만 했던 전쟁에 대한 기억과 기록은 그토록 다른 것이다.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졌을 뿐 아니라, 어쩌면 역사는 그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인지도 모른다.

 
'임진왜란'은 전쟁의 시작부터 중간 끝까지 그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으나 '병자호란'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지하다는 표현을 쓸만큼 모르는걸까. 혹시나 해서  적자면 난 이 책을 읽고 병자호란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만큼 모른다는걸 깨달았는데  -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무지라는 표현은 전적으로 내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적어도 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도 비교적 평균이상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니 과희 나와 감상이 다른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인조와 병자호란은 내게는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으로 기억되는데, 다른 건 기억에 남지 않지만 한없이 그 겨울이 춥고 고달팠겠구나 라고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 [병자호란]을 읽고 나서 곱씹어보니 그 남한 산성에서 인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를 꽤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었다랄까.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은 당시 역사적인 사실위에 작가의 상상력을 얹어서 나온 이야기인 만큼 당시 그 남한 산성 주변에 있던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고 서술하는데 집중한다. 반면 역사학자가 쓴 [병자호란]은 궁극적으로 인조가 남한산성에 들어가게 된 이유를 추적하는 글인지라 넓게 보려고 하고 사료로 매워 지지 않는 틈을 매꾸려 할 뿐이다. 

한명기 교수의 [병자호란]은 1, 2권으로 빡빡하게 구성 되어 있는데, 왜 두권인지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것도 부족하네' 라고 생각한다. 전쟁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 가능해도 아주 드물다 - 양쪽 모두의 입장과 상황을 봐야한다. 조선과 청의 입장을 봐야하고 전쟁의 원인에는 명을 빼놓을 수가 없고 임진왜란 이후 왜(아, 당시 일본이었는지 이 부분은 불명확하다) 는 어떠했는지도 봐야하니 두권으로도 부족한 편이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다른 왕과 정치적인 입지는 여타 왕과는 달랐다. 엎친데 덮쳤다랄까 그 당시 조선은 떠오르는 태양 청과 지난 달 명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속된 말로 가장 핫하게 재평가를 받고 있는 광해군의 외교정책의 기본이 그 두 나라 사이에 균형을 잡고자 함이었다면, 인조는 반정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조의 행동과 생각을 분석할 때,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의 태생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듯 하다.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광해군과는 다르게 명에 대한 사대는 거부할 수 없었고(거부할 생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때문에 광해군과는 다른 외교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또한, 반정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왕위에 오른만큼 왕권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을 느껴야 했다는 점을 그의 행동을 분석하는데 꼬꽤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일견 이해가 되고 꽤 설득력이 있는 분석이다. 인조의 고뇌라고 해야하나 시대의 어쩔 수 없음이라고 해야하나. 결국 국내권력에 싸움에 매몰되어 있다가 나라 전체를 던져버린 꼴이다. 갈팡질팡하던 조선도 조선이지만, 청 국내에서도 새로 생긴 나라의 국내 정치를 안정화 시키는 방법으로 대외전쟁을 벌일 수 박에 없었던 분석이 함께 여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병자호란]이 납득할 수 있는 역사책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 당시 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비록 사후지만 다양한 면에서 분석을 해서 보여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이 두 나라 사이에 갈팡질팡 했어도 당시 청의 국내정세만 아니었어도 전쟁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인조가 반정이 아닌 일반적인 즉위를 한 왕이었다면 국내정치에 그리 매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러면 전쟁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는건 아니냐고 묻고 싶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당시 전쟁은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충돌해서 만든 사건 같다 정도로 분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역사를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는 이유는 '그 때 그 시간은 도대체 왜 일어났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인조에 대해서는 무색무취로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만큼, '병자호란'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보면 비극적이었던 전쟁으로만 기억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곰곰히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친미와 반미과 화두인 이 시대만큼 '병자호란'이 일어나던 시대와 가장 비근할 때가 또 있을까. 역사는 돌고 돈다더니 빈말이 아님이다. 

+ 이 책의 저자인 한명기 교수가 임진왜란을 두고 선조와 광해군에 대해서 책을 저술했는데, 그 책 내용을 강연으로 한게 있다. 
정말 괜찮은 강의이다. (아래 리스트에서 90번이 한명기 교수의 강연내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