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외 10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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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내 생각은 그랬다. 작가가 여행을 하거나 여행가가 여행을 하거나 혹은 내가 여행을 하거나 그 바라보는 시선을 사적일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라고. 아니,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그 '사적인' 시선을 새삼 떠올렸다. 그러니까 내가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가톨릭적인 관점으로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그들 역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을 그냥 한마디로 하자면 작가들의 소품집을 읽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읽은 듯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고 그들만의 느낌으로 말할 수 있는 각각의 여행지를 보고 온 듯한 느낌이다. '여행'에 대한 이미지와 사색뿐만 아니라 오로지 그곳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아니, 조금 더 생각해보면 오로지 그곳일뿐만 아니라 오로지 그 곳에서의 그 시간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물론 지나버린 삶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어차피 인생은 편도가 아니겠는가. 떠난다는 것은 깊게 들이쉬다 내뱉은 한숨과 같아서, 다시 집어삼킬 수는 없다. 다시 숨은 쉬겠지만, 한번 떠난 마음은 돌이킬 수 없다. 여행은, 그러므로 내뱉은 한숨과도 같은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하게 떠날 수 있는 것이다."(73, 이탈리아:돌로미티. 박후기)

 

작가들 자신이 일부러 찾아가게 된 곳이든 우연찮게 초대를 받아 가게 된 곳이든 여행이라는 것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난 뭔가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야기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흥분보다 더 큰 부담스러움으로 자신이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여행의 일면을 발견하는 축복된 순간을 맞아 기쁨 충만한 여행을 즐기게 된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묘미는 그런것이 아닐까. 여러 작가의 여러 시점으로 바라 본 여행, 여러 작가의 여러 지역을 찾아 가 풀어놓는 여행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여행'이라는 재료는 하나지만 그것으로 만들어진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된다는 것. 여행에세이를 재미있게 읽기는 하는데 왠지 작가가 떠난 여행이라면 조금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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