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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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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티비를 보다가 퍼즐맞추기가 나와서 대충 살펴보는데 하얀색 구름과 파란색 하늘이 1:1의 비율이라기에는 퍼즐조각이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것 같아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프로그램의 패널들이 마구 움직이며 반반의 비율이 맞다며 설명을 하고 있는데 정답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어수선한 와중에도 가만히 문제에 집중하고 있던 게스트가 바로 정답을 외쳤는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 파란 부분이 엄밀히 따져보면 남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었다.

 

눈으로만 대충 살펴보면서 그럴꺼라고 짐작해버리고 결론을 내려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니 문득 며칠동안 조금씩 읽어나가던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떠올랐다. 처음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나 자신만의 우물에서 나의 시선으로 하늘 보기,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 티비를 보고 있으려니 '편협한 시각'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한정된 우물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을 토대로 그 전체의 하늘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건 티비를 보다가 우연히 떠오른 생각이 아닐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시'라는 문학을 통해 세상의 한 구석만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온 세상을 살펴본다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생각이 티비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정리가 된 것이겠지.

 

[우물에서 하늘보기]는 황현산의 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기도 해서 '시 읽기'에 도움이 되는, 아니 그러니까 내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시를 조금이나마 그 시에 근접하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책이라고 생각을 했다. 한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을 온전히 타인이 풀어내는 것에만 의존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면 이것은 그저 한 권의 책읽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내가 우물에서 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비쳐드는 하늘과 우물이 품고 있는 하늘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한국일보 칼럼에 연재되었던 글이라고 해서 조금은 가볍지 않을까, 라는 예상도 뒤엎었고 칼럼의 글을 다시 다듬어 주제별로 다시 재구성해 책을 편집한 것은 아닐까, 라는 예상도 뒤집어졌다. 연재되었던 글을 그 순서대로 그대로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흐름은 무엇일까, 싶기도 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어쩌면 시대의 흐름이 녹아들어간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에 대한 분석, 진지하게 학문적으로 접근하면서도 현실의 모습을 빼놓지 않고 같이 맞물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시 한편을 읽는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또 무척 쉬운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기도 한 것이다. 황현산 선생의 시 읽기와 나의 시 읽기는 양질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시야도 확연히 다를수밖에 없음을 절실히 깨닫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시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듯 보이지만 내가 읽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을뿐더러 시라는 우물에 담긴 하늘의 깊이를 보게 해 주는 듯 해 시 한편, 글 하나 진중하게 읽게 된다.

깊이 새겨넣고 싶은 문장은 많았지만 자꾸만 곁을 맴도는 문장이 있다. "칼보다 말이 더 힘 센 것은 적이 내부에 있을 때 아닌가"(102)인데, 왠지 자꾸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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