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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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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엮은 책이다. 솔직히 그 두분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아니,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그닥 마음이 가지는 않았다. 두분이 주고 받은 편지글을 읽기 보다는 오히려 그분들의 작품을 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러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게 되어 책을 펼쳐들었는데 뜻밖에도 이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은 편지글이 마음을 쏘옥 잡아끈다. 권정생 선생님이 지병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가셨고 큰 재산없이 허름한 집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최소한의 소유만으로 만족하며 살아가셨던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오덕 선생님에게 글을 쓰면서 추운 겨울날 연탄 걱정을 하고 약값 걱정을 하는 모습은 근심걱정이라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사셨던 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가난한 삶의 고달픔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을 소유하며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사셨구나, 라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뿐인가. 혼자 사는 권정생 선생님의 안부를 걱정하고 건강과 일상생활의 불편함에 세심히 신경쓰면서 원고료와 인세를 제대로 받는 것을 챙기고 작품을 출판사에 판매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고 있는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은 그 어느 누구보다 권정생 선생님을 부자로 만들고 있구나 싶어진다. 진정한 벗 하나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전화가 없던 시절, 소식 하나하나 일일이 편지로 전하고, 우표와 우편환이 오가고, 원고료가 분실될지도 몰라 인편으로 보내기도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오래전의 편지글은 서로 멀리 있지만 오히려 마음만큼은 더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지게 한다. 일상의 소소함을 담은 글들이 많지만 때로 긴 편지글에 우리말글에 대한 걱정, 표절작품에 대한 분노, 아동문학에 대한 걱정과 열정, 세상살이에 대한 정의로움이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마음 하나하나에 감동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의 시기여서 그런지 표절에 대한 분노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훌륭한 아동문학 작가이지만 일본의 동화를 번안한 작품은 창작이 아니라 번역이나 번안으로 올바르게 바꿔야 한다거나 일본 동화를 베끼다시피한 유명작가의 작품을 제고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다시 한번 우리 문학 세계안에 깊이 파고들어있는 표절을 뿌리뽑아야 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때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도 전화보다는 손편지가 좋다며 매일 얼굴 맞대는 친구와도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 학교가 달라 자주 보지 못하던 친구와 서로의 생활체험을 실감나게 적어보내며 장문의 편지를 주고 받았던 기억, 별 내용없이 짤막한 안부인사만을 적어 보낸 엽서가 너무 좋다며 멋진 풍경사진마냥 엽서를 책상위에 놓아두었던 친구에 대한 기억까지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언젠가부터 편지글은 사라져가고, 엊그제도 오랜만에 친구와 전화수다를 떨다가 새벽에 수화기로 전해져오는 서로의 피곤함에 그만 끊자고 하다가 결국 전화배터리가 다 되어 저절로 끊겨버린 전화기를 쳐다보다 잠이 들었는데 만약 우리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면 더 깊은 여운이, 서로의 생활에 대한 사소하지만 정겨운 이야기들이 나왔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더 깊은 두 분의 다정한 우정이 담겨져 있고 우리의 아동문학에 대한 애정도 담겨있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두분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담아 서로를 배려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더 많은 감동을 받게 된다.

나도 나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며 함께 생각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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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02 0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앞부분 조금 읽다가 애들방학이라고 정신이 산만해서 나중에 좀 한산해지면 조용히 읽어야겠다싶어 잠시 보류중인데 책 참 좋더라구요^^
저는 예전에 이사오기전에 어느분께 이오덕선생님에 대한책을 잠깐 읽고 이야기하는 수업을 받은적이 있었어요 많은 수업은 받진 못했지만 오오~이오덕선생님은 알면 알수록 참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가르친 아이들(지금은 할머니,할아버지가 되신 분들도 있기도 하구요)의 동시를 묶어놓은 책들도 읽어보았는데 애잔한 것도 있고,이쁜 것들도 있고~~^^
이책도 이오덕선생님과 권정생선생님 두 분의 새로운 모습을 뵐 수있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