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본다' 시리즈가 나왔다. 허수경시인의 독일 시와 거리의 이야기. 뮌스터라는 곳은 모르지만.

예전에 독일의 거리를 걷다가 이정표를 보면서 저 이름은 우리가 아는 시인 '하이네'를 지칭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찮게 하이네 거리인 걸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왠지 시적인 거리처럼 느껴지던 그 곳. 실상은 독일에서는 그저 평범한 거리였을뿐이었겠지만. 아무튼.

 

지금도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어제 제주는 폭염이랜다. 폭염이 당분간 지속될거라고 하는데, 사무실에 에어컨 틀어놓고 선풍기 바람 쐬면서도 앉아서 덥다고 하는 판국에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걷는 이들은 어쩌겠나... 싶다.

엊그제 하루, 그것도 오후의 몇시간 일정만을 함께 했는데도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몸이 쑤신다며 칭얼대고 있는 내 모습이 청승맞아 보이지만 어쩔수가 없다.

길을 걷는 동안 드디어 끝이 보인다, 싶을 때쯤 평소 운동을 안하던 티가 나며 다리가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말짱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쌓이며 발목에 무리가 가고 물집이 잡히고 탈진하는 사람들이 나오겠지.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게 될 것이다.

강정평화대행진에 참가하는 모두가.

길을 걷는 동안 힘들어하면서도 뛰어다니고, 땀띠나게 더운 여름인데도 서로 손을 잡고 걸으며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8살도 안되어보이는 꼬마가 혼자 걷고 있어서 누군가 '누구랑 왔어요?'라고 물었는데 전날은 엄마가 함께 했고 그날은 엄마가 안오고 형제들 셋이서만 왔다고 하는데 뒤처지지도 않고 꿋꿋하게 잘 걷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했다.

그래서 나는 가슴뛰는 희망을 보게 된다. 뙤약볕에 길을 걷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평화대행진'이라는 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 학업성적을 위한 공부보다는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세상살이, 사람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부모와 아이들이 있으니. 모두 무탈히 강정까지 잘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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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3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여름 저의 지인들 두 세분이 그중 한 분은 초2 딸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강정마을 다녀왔노라 카쓰에 올린 사진과 함께 소감을 읽으면서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곳의 제주시민들의 싸우시는 모습또한~~~
모쪼록 좋은 소식이 들려야할텐데 말입니다 평화대행진에 참여하시는 모든분들이 더위에 무탈하시길!!

chika 2015-08-01 23:39   좋아요 0 | URL
해군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공사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군요.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내며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전쟁의 위험에 몰아넣으면서 손해배상청구라니. 이 나라의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