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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그저 단순히 이쁜 일러스트 책이려니,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버스 타고 놀러 가는 날, 가방에 이 책 한권을 달랑 집어넣고 나갔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옆에 앉은 친구에게 책의 첫장을 펼쳐보이면서 무엇처럼 보이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찹쌀떡이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웃겨 죽는 내 표정을 보더니 마시멜로우까지 얘기를 해서 바로 책장을 두어장 더 넘기면서 귀여운 토끼 베니가 탄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깔깔거리며 책을 펼쳐들었다가 잠시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었다가 드디어 책에 집중하여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구작가의 탄생 이야기... 잠깐, 이거 이쁜 동화 이야기가 아니었어? 혹시 정말 구작가 본인의 이야기? 라는 생각에 뭔가 내 안 어딘가에서 응어리진 물컹함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고 가방에 집어넣었다. 놀러가는 차 안에서 읽을 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조금 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구작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녀가 그린 싸이월드의 스킨은 기억이 난다. 나도 참 맘에 들어하는 토깽이였는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작가의 이야기가 왜 '그래도 괜찮은 하루'인지... 슬프게도 너무 마음 깊이 울림을 주는 책 제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2살때 열병을 앓아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지만 색과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며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볼 수 있는 두 눈마저 가져가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심한 운명의 장난 같았다.
나는 가끔 내가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되면서 흐려져 안개가 낀 것 마냥 잘 안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내가 세상을 볼 수 없고, 책을 읽을 수 없게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함에 절대 그런 일이 없을꺼라며 급히 생각을 바꿔버리는데, 그저 담담하게 - 오히려 담담해서 더 마음이 아픈 구작가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서 이루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이뤄 나가지만, 구작가가 진정으로 강하고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미래의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억에 의존해 감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에는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너무도 씩씩하게, 이 책의 마지막 장에 그려진 베니의 모습처럼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은, 내가 구작가에게 가져야하는 것은 연민이 아니라 너무도 사랑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왜 '그래도 괜찮은 하루'인지...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백만배 동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구작가에게 사랑과 응원의 격려를 힘껏 보내주고 싶다.
나도 이제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면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