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제국, 로마

만들어진 제국, 로마 - 그들은 어떻게 세계의 중심이 되었는가 ㅣ 지성인의 거울 슈피겔 시리즈
디트마르 피이퍼 & 요하네스 잘츠베델 지음, 이은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좀 부끄러운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냥 막연한 로마에 대한 로망이 있다. 로마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로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관심을 갖고 읽게 되고 그냥 모든 것이 좋아보이는 그런.

그래서 마음이 혹했다. '당신이 몰랐던 로마사가 여기에 있다'라는 말에. 어머, 이건 읽어줘야 해, 라는 느낌이랄까.

꼼꼼하게 책을 읽고 분석하듯이 로마의 이야기에 대해 늘어놓을수도 있겠지만 - 사실 이런 건 내 취향에도 맞지 않고 이 책의 구성처럼 조금은 나의 관점에서 내가 바라 본 책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고 싶은 기분이다.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로마의 미시사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약간 실망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글을 계속 읽어가다보니 슬슬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로마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뜬금없이 시작하는 여러 관점의 이야기들이 모두 쉽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로마의 역사에 대한 이모저모라고 생각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실 그라쿠스 형제나 카이사르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지 그들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 책의 글들은 한단계를 건너뛴것만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라틴어의 몰락은 키케로와 베르길리우스라는 주장의 글을 읽는 것도 그렇지만 위대하다고 알려진 로마의 정치, 법률 제도 같은 것들에 대해 약간은 시니컬한 느낌으로 접근하는 글들은 처음에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읽고 나면 뭔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글을 읽어갈수록 재미있다고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히 재미있다, 라고 느낄만큼 나는 로마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 그래서 슈피겔이 다시 쓴 전혀 '새로운' 로마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지금은 그저 에세이처럼 읽히는 이 책의 이야기들이 로마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되면 그 의미가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