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 3,500km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다
이하늘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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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읽었던 <함께, 히말라야>에 이어 대단한 부부가 또 등장했다!!!! 2019년 12월에 만났던 신혼여행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던 설악 아씨 부부에 이어 2020년 1월에 만난 결혼식 대신 자전거와 하이킹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두두부부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들을 본받아 새해에는 좀 움직여 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나는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나에게 행복한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한 작가는 그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고 경험하며 자신의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애쓴다. 책에는 147일 동안 3,500km의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AT)을 걷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는 산속을 걸으며 매번 스스로에게 나는 지금 행복한가 묻는다. 그렇지 않을 때 과감하게 당장의 진로를 포기하고 잠시 멈춰 서는 작가의 담대함이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던 작가의 말이 좋아서 가볍게 책장을 넘겼다.


산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어릴 때부터 동네 뒷산을 자주 올랐다. 그런 덕분에 운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등산은 좋아하는 어른이가 되었는데, 등산이 좋은 이유는 이렇다. 1. 정상이라는 목적이 확실하다, 2.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3. 자연의 소리(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동물 소리, 흙 밟는 소리 등등) 만으로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 책을 통해 두두부부와 함께 걸으면서 내가 왜 등산을 좋아하게 됐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그저 좋아한다고 해서 그들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 위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나에겐 그런 용기가 없음에, 그들의 걸음에 좀 더 응원의 마음을 담아 책을 읽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꽤 먼 걸음을 걸어내는 일은 분명 힘든 일 투정일 테다. 먹을 것을 아껴먹는 일이라던가 텐트 생활을 하고 오랫동안 걷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와중에 비를 맞고 쥐를 만나고 히치하이킹을 하는 고난과 역경이 그들을 '행복하지 않은' 길로 안내하여 내려놓은 무언가에 대한 후회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을 테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 좋은 마음으로 '나 지금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걸을 수 있었던 것은 AT를 응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과 함께 걷는 사람들의 다독임, 용기 내어 걷는 그들의 여정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유독 이 책에서 반가운 것은 '트레일매직'과 '트레일엔젤'이다. 게임 속에서 HP를 채워주는 아이템 상자를 만나거나 귀인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반가움과 기쁨으로 이번에는 어떤 매직과 엔젤이 기다리고 있을까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스스로를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역경에 지칠 때마다 '트레일매직'이나 '트레일엔젤'을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추구하는 행복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하여 내게 주어진 마법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을 나는 얼마나 제대로 마주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짜릿한 기분이 든다. 새해에는 좀 더 나를 돌아보고, 나는 지금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렇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늘 행복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과연 행복한 삶이란 무언인가?‘에 대해 묻곤 했던 나에게 AT는 너무나 쉽게 그 답을 찾아주었다. (중략)

이곳에서 느끼는 행복이 더욱 소중한 이유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내 스스로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있지만, 언제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한 답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는 행복한 순간에도 그것을 행복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 길 위에서 그 답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행복은 어떤 것을 희생하거나 큰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행복해지는, 조건부적인 것이 아니다. 행복의 주체는 오롯이 나 자신이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 여정 자체가 내 삶의 행복임을 실감하고 있다. - P62

이런 상황에서 길을 걷다 보니 배우는 것이 또 생겼다. 행복한 삶이 꼭 100%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조건이 만족감을 주는 삶이라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행복이라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면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어려움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 P90

우산을 쓰지 않고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는 것은 나를 오롯이 바라보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비를 맞는 것이 얼마나 따갑고 힘든 일인지 알게 해주었다. 이슬비부터 폭우, 때로는 우박까지 맞으며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비가 있는지 알게 해주었다. 내가 어떤 강도까지 버틸 만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춘 사람인지를 인지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빗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게 만들었다. - P143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공식 트레일을 나타내는 흰색과 사이드 트레일인 하늘색 모두를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흰색이나 하늘색이나 어느 하나 틀린 것은 없다. 대신 여기로 가면 빨리 가는 곳, 이곳은 잠시 딴눈 파는 곳으로 모두 옳은 길일 테다. 잠시 돌아가느냐 마느냐의 차이이고, 속도나 거리의 차이일 뿐. 우리 삶에는 이런 색 구분보다는 그 어떤 것도, 즉 방황이든 직진이든 간에 모두를 옳다고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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