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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 -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내 책 출간의 모든 것
권준우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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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출판에도 유행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판매 실적에 따라 출판사마다 너도나도 비슷한 책들을 찍어낸다. 그러니 독자는 점점 더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이집 저집 따져보고 어떤 책이 더 유익할지,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일지 고민해야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독립 출판으로 인하여 등단을 해야만, 유명한 작가가 되어야만 책을 내야 하는 시대도 지났고, 출판사를 통해서만 책을 내야 하는 시대도 지났다. 그러니 요즘의 출판계의 유행은 당연히 글쓰기와 출판에 대한 것이겠다. 진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글쓰기, 출판 책들의 홍수에 허우적대다가 이내 빠져버리기 일쑤인 날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나의 글이 담겼다며 소개했던 책마저 글쓰기 책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글쓰기, 출판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이내 질려서 도망쳤다. 어쩐지 유행에 뒤처지는 건 싫은데 유행에 따라가는 건 더더욱 싫은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랄까. 그런 마음을 극복하고 당당히 출판백서라고 쓰인 책을 집어 들게 한 이 책에서 나를 이끈 문장은 뒷면에 있다.

'내 원고는 왜 항상 거절당할까?'

답은 사실 간단하다. 원고가 별로이거나 원고가 별로이거나 원고가 별로이거나.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하여 누군가 물으면 <글을 쓴다 → 교정한다 → 편집한다 → 인쇄한다> 정도로 대답하겠다. 그 안의 자세한 내용이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덧붙이며. 이 책이 좋았던 것은 그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 부분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주는 점이다. 어떤 글을 써야 좋을지,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기획출판, 자비출판, 셀프출판의 차이는 무엇인지, 인쇄 방식의 차이점 같은 것을 세세하게 적어두었다. 이 부분에서는 이런 책을 참고하면 더 좋다고 덧붙여 추천한 책 목록들도 도움이 된다. 그런 친절한 책이라 좋았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듯 자랑하며 적은 글이 아니라 쉽게 풀어서 알기 쉽게 적어내린 글이라 좋았다. 때론 정신 바싹 차리게 팩트를 날리기도 하고 위로와 공감을 주기도 했다.

작가가 글만 잘 쓰면 책이야 알아서 잘 팔린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마침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본 덕분에 책 한 권을 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편집과 디자인, 마케팅과 홍보가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글로 읽으니 새삼 놀라웠다. 돈만 있으면 출판도, 홍보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좋은 책이 아니어도 만들어지는 베스트셀러 가능하겠구나, 하는 사실에 조금 충격도 받았다.

그러니까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 예전에 조금 유명한 출판사에서 곧 출간 예정인 유명한 인디 가수의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프린트된 원고를 먼저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 글이 너무 별로여서 나를 포함한 서평을 부탁받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책 출간을 고려해달라고 했었다.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이런 책이 나온다니! 하고 격분하면서 말렸는데 결국 원고는 책이 되어 판매를 시작했고 수정을 바랐던 부분이 전혀 전달되지 않은 냥 무시되어 출간한 사실에 다들 2차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당시에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책도 출간할 수밖에 없었던 출판사가 가여워졌다.




시행착오도 없이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근데 그런 일이 가능한 곳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나 역시 묻고 싶다. 이 책은 시행착오 없이 책을 내는 방법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었던 저자가 독자에게 조금은 길을 안내해 주는 길잡이 책이 되어줘서 좋았다. 막연했던 책 출판에 대하여 방향성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은 책이었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부터 스스로 출판하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단계별로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글은 왜 쓰는 것일까? 쓰고 싶으니까 쓰는 것이다. 치밀한 계획이나 거창한 목적이 없어도 좋다. 그저 쓰고 싶다는 열정 하나면 된다. 글을 쓰는 데 이유 같은 걸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쓰면 되는 것이다. - P17

책은 글의 집합체가 아니다. - P19

거시적인 글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미시적인 묘사는 일부의 정보에 정서를 담는 행위다. 거시적인 상황을 미시적으로 파고들 때 글은 생생해진다. - P36

셀프출판의 발전으로 인해 제대로 교정교열도 되지 않은 수준 낮은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자신의 양심을 걸고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들어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P56

이 출판사는 내 원고에 관심이 없다.‘라는 팩트.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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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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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 거기에 이스라엘 작가 역시 처음이라 낯설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란 표지를 입을 책을 받고는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책의 맨 앞장에 적힌 작가 소개란에 이스라엘 젊은 세대의 가장 큰 지지를 받는 단편의 귀재, 뉴욕 타임스로부터 '천재'라는 찬사를, 동료 작가들의 극찬을 받은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작가, 라는 말에 관심이 생겼고 25년 작가 생활 중 처음으로 쓴 논픽션 에세이 집이라는 것에도 흥미가 갔다. 그렇게 펼쳐든 책머리에서 그는 말했다. 한 작가가 저서를 가리켜 자신에게 특별히 중요한 책이라고 말해도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정말로 각별한 책이다. 세상에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나와 한 열차를 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나는 역에서 내릴 것이고, 우리는 아마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할 것이다.-책머리 중에서.


떠나려고 탔던 기차에 우연히도 처음 보는 이스라엘 작가가 있었고, 나는 마침 그의 옆자리.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그동안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아들 레브가 태어나는 날로 시작되어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의 7년 간의 이야기였고 나는 내내 덤덤하게 쏟아내는 이야기와 간혹 던지는 농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지만 먼저 도착지에 다다른 그가 떠난 후 혼자 남아 많이 울었다. 돌아보면, 그의 덤덤함과 민망함 속에 던져진 농담이 가장 아프던 말이었다. 그가 떠나던 뒷모습은 기억이 안나는데 그가 웃으며 이야기하던 순간 순간들이 잊혀지지 않아 또 한 번 눈물을 쏟는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참 많이 공감했다. 조카의 탄생을 기다리며 병원에서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동화책이 아닌 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던 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에 내 이야기가 떠오를 때면 끼어들어 나도 그런 날이 있었다고 맞장구치고 싶어져 책을 살며시 내려놓고 지난 날을 그리워 하기도 했고 맞장구 칠 겨를도 없이 그의 이야기에 빠져 어쩌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테러와 전쟁으로 오랜 시간 고통 받았던 날들이 평범한 일상이 되는 것. 그런 삶에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떠난다는 것. 그럼에도 변함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면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그가 던진 풍자와 농담에 픽-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웃다보니 결국 균형을 되찾는 일은 겨우 그정도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웃으며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삶.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에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진짜 못 참겠는 날에는 다시는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기도, 울기도 하는 삶. 좋은 날들이다.

71p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해야만 하는, 인간의 필사적인 욕구. 현실을 미화하지는 않되, 추한 것을 좀더 나아 보이게 하고, 흉터 남은 얼굴의 사마귀와 주름살에 애정과 공감을 일츠키는 각도를 찾고자 하는 욕망.

144, 145p
아버지는 벌레를 죽이는 것과 개구릴를 죽이는 것을 구별하는 선이 있고,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그 선을 결코 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작가는 그것을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벌레를 죽이는 것과 개구리를 죽이는 것을 구별하는 선이 있다. 그리고 작가는 살면서 그 선을 넘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적해야만 한다.
작가는 이 세상의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조금 더 예리하게 감지하고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는, 또하나의 죄인일 뿐이다.

146p
뉴햄프셔 한복판 맥도웰 예술인 마을에서 진짜 사자와 대면하고 잠시 그 공포를 느꼈을 때,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가장 예리한 지식조차도 둔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지와 지원 없이 창조하는 사람, 그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여러 시간 노력한 후에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항상 그 진리를 기억할 것이다.

208p
"그런데 왜?" 레브가 끈질기게 물었다. "왜 아버지는 아들을 지켜야 돼?"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있잖니."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는 세상은 가끔 아주 힘들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지."
"아빠는?" 레브가 물었다.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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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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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와무라 씨 댁의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그저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이 나와서 반갑고 좋은 마음에 급히 읽었는데, 수짱이나 치에코씨네 이야기처럼 막 격하게 와닿지 않아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억의 저편에 넣어둔 사와무라 씨 댁의 이야기가 또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와무라 씨 가족을 마주하는 순간 이상하게 무심하게 읽어내린 사와무라 씨 가족의 이야기가 번뜩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 가족에겐 먼- 이야기인 것 같았던 사와무라 시로, 사와무라 노리에, 사와무라 히토미의 순간들이 온전히 우리가 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조금 반박하고 싶었음에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여 더 오래 여운이 남았던 사와무라 씨 댁 두번째 이야기.
만약에 남동생이 결혼을 하지 않았던가, 내가 결혼을 했던가 두가지 상황 중 하나라도 성립되었더라면 나는 이 책을 또 의리로 마냥 가벼이 읽어넘겼을 텐데 다행히(?)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남동생은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간지 오래인지라 부모님과 나, 셋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오히려 과하게 공감하고 마음 내어주게 됐다. 몇 년 후,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코 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때론 걱정도 됐다.
책이 아니었어도, 나는 종종 이별의 날에 대하여 상상했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언제인가는 우리에게도 닥쳐올 날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별이라는 것에 생소하던 나이를 지나 이별에도 덤덤해지는 나이가 되어간다. 덤덤해진다는 것은 슬프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주 이별하며 남은 일생을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살아지는 것이 가능하다니 참 이상하다.
내가 히토미 씨의 나이가 되면 얼마나 더 가슴에 사무치는 일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오래오래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좀더 우리 오래 머물러요,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은데 한번도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 마저 힘들어지는 요즘. 당연하게 있어주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나보다 먼저 읽은 엄마가 책을 전해주며, 가을이 오려는지 쓸쓸하다고 하시길래 책이 너무 쓸쓸한 건지 물으니 그저 "갑자기 너무 추워졌어" 라고 하셨는데 뒤이어 읽고 나니 그 의미를 알 것 같아서 책을 덮고 나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엄마, 가을이 오나봐. 엄마에겐 오십 몇 번째의 가을이, 나에겐 삼십 몇 번째의 가을이 오고 있나봐.




사와무라 씨 댁에 놀러가서 가족 앨범을 보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책을 사면 구매 사은품으로 나눠주고 있는 투명 책갈피! 표지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이 있어 좋다.



‘좋은 일‘이라, 최근에 있었나?
‘좋은 일‘이라, 어떤 게 ‘좋은 일‘이었더라?
나이를 먹으니 건강하게 지내는 게 그냥 ‘좋은 일‘이네.
_51p

해마다 새로운 봄이 오는데
언제나 반가운 마음으로 가득하다.
"69번의 봄이 내 가슴에 스며든거네."
_73p

"이런 식으로 인생을 끝내도 괜찮지 않을까."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죽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지만,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고,
이 작약처럼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서
폐를 끼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을가.
_105p


"이따금 허무해져요. 날마다 같은 일의 반복."
"눈 깜박할 사이에 밤이 되어 하루가 끝나지."
"정말요."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지."
_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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