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사와무라 씨 댁의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그저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이 나와서 반갑고 좋은 마음에 급히 읽었는데, 수짱이나 치에코씨네 이야기처럼 막 격하게 와닿지 않아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억의 저편에 넣어둔 사와무라 씨 댁의 이야기가 또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와무라 씨 가족을 마주하는 순간 이상하게 무심하게 읽어내린 사와무라 씨 가족의 이야기가 번뜩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 가족에겐 먼- 이야기인 것 같았던 사와무라 시로, 사와무라 노리에, 사와무라 히토미의 순간들이 온전히 우리가 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조금 반박하고 싶었음에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여 더 오래 여운이 남았던 사와무라 씨 댁 두번째 이야기.
만약에 남동생이 결혼을 하지 않았던가, 내가 결혼을 했던가 두가지 상황 중 하나라도 성립되었더라면 나는 이 책을 또 의리로 마냥 가벼이 읽어넘겼을 텐데 다행히(?)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남동생은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간지 오래인지라 부모님과 나, 셋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오히려 과하게 공감하고 마음 내어주게 됐다. 몇 년 후,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코 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때론 걱정도 됐다.
책이 아니었어도, 나는 종종 이별의 날에 대하여 상상했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언제인가는 우리에게도 닥쳐올 날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별이라는 것에 생소하던 나이를 지나 이별에도 덤덤해지는 나이가 되어간다. 덤덤해진다는 것은 슬프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주 이별하며 남은 일생을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살아지는 것이 가능하다니 참 이상하다.
내가 히토미 씨의 나이가 되면 얼마나 더 가슴에 사무치는 일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오래오래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좀더 우리 오래 머물러요,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은데 한번도 기다려 주지 않는 시간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 마저 힘들어지는 요즘. 당연하게 있어주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나보다 먼저 읽은 엄마가 책을 전해주며, 가을이 오려는지 쓸쓸하다고 하시길래 책이 너무 쓸쓸한 건지 물으니 그저 "갑자기 너무 추워졌어" 라고 하셨는데 뒤이어 읽고 나니 그 의미를 알 것 같아서 책을 덮고 나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엄마, 가을이 오나봐. 엄마에겐 오십 몇 번째의 가을이, 나에겐 삼십 몇 번째의 가을이 오고 있나봐.

사와무라 씨 댁에 놀러가서 가족 앨범을 보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책을 사면 구매 사은품으로 나눠주고 있는 투명 책갈피! 표지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이 있어 좋다.
‘좋은 일‘이라, 최근에 있었나? ‘좋은 일‘이라, 어떤 게 ‘좋은 일‘이었더라? 나이를 먹으니 건강하게 지내는 게 그냥 ‘좋은 일‘이네. _51p
해마다 새로운 봄이 오는데 언제나 반가운 마음으로 가득하다. "69번의 봄이 내 가슴에 스며든거네." _73p
"이런 식으로 인생을 끝내도 괜찮지 않을까."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죽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지만,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고, 이 작약처럼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서 폐를 끼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을가. _105p
"이따금 허무해져요. 날마다 같은 일의 반복." "눈 깜박할 사이에 밤이 되어 하루가 끝나지." "정말요."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지." _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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