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첫 글을 올린 게 2001년 1월 11일. 지금으로부터 3204일 전이고, 그 동안 쓴 리뷰, 페이퍼를 합치면 2,297편이니 하루에 0.7편의 글을 쓴 셈이다. 내가 이리 많이 썼나 화들짝 놀라게 되는 대목이다. 하긴 펌 글도 많이 올리긴 했지만, 이 많은 글쪼가리를 다 어쩌나 싶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난 과연 이 글들을 모두 책임질 수 있을까 싶은데, 그 글을 보러 오겠다는 분도 장장 358명이다. 인기블로거에 비하면야 소박한 숫자지만, 간이 콩알만한 나에겐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이다. 한때는 즐찾이 늘어날 때마다 즐겁게 이벤트를 하곤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페이퍼 쓰는 것도, 리뷰 쓰는 것도 참 어려워졌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나비효과가 두렵다. 내가 던진 돌멩이가 누군가에겐 황천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허공에 사라질 수 있는 말과 달리 글쓰기는 증거가 남는다. 뒤늦게 후휘하고 고쳐쓰거나 삭제를 한다 해도 이미 존재했던 글을 본 사람들에게 일일이 돌아다니며 저, 삭제했어요, 저 수정했어요, 되짚어 말하는 게 불가능한 시스템이니, 한번에 끄적거리지 못하고 썼다 지웠다 수 차례 고치기가 일쑤이고, 일단 등록한 뒤에도 번번히 수정 버튼을 누르게 된다. 하여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대중 앞에 알몸을 드러내야 하는 연기자보다 더 존경스럽다.
하지만 내가 글쓰기가 조심스럽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러라는 법은 없다. 모든 사람이 몸을 사리면 서재브리핑은 텅 빌 것이고, 그럼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언젠가는 서재만은 유토피아로 남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서재도 인간세상이니 이러구러한 사람이 공존하고 이러구러한 글쓰기가 공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도용'이나 '욕설' '도배' '지나치게 상업적인 글'이 아닌 한 대개 글이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어떤 사람은 거침 없이 글을 쓰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은 신중하게 글 쓰는 사람이다로 도식화되기 보다는 때로는 찬찬히 관계를 돌아보며 글을 써야 할 때도 있다는 부탁이 하고 싶은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