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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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을 처음 접하게 된건 친구가 LA에 놀러갔다가 기념품이랍시고 그쪽 한국서점에서 15불이나! 주고 사다준 식객 1권이었다. 원래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음식 만화의 열렬한 팬임을 자칭하는 나에게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홀라당 1권을 읽어버리고나서 (!권만 사다주면 어쩌란말야!) 그 뒤가 궁금해진 나는 정말 갖은 고생+여기저기 구걸을 해서 겨우겨우 나머지도 구해 읽었던 것이다.

이 만화를 읽고 있으면 일본만화 '맛의 달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벌써 10년 가까이 이 만화의 열렬한 팬인데, 지로의 얼굴이 납짝 눌리고 유우코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리송하던 1권부터 현재 출간된 90여권까지 한권한권 소중히 읽었다. 친구들과 '도대체 맛의 달인은 언제 끝나는거야!' 하고 농담삼아 말하곤 하지만, 이제는 이 만화의 작가들이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이 만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만화의 영역을 벗어나 일본 각 지방의 수많은 전통요리, 향토요리 및 일본화된 외국의 요리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후세의 사람들이 읽어도 전혀 손색없는 요리의 '기록'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맛의 달인을 읽으면서 항상 아쉬웠던 것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 못지않게 훌륭한 요리가 정말 많은데, 만화 줄거리상 간략하게 등장하는 요리가 아니라 만화의 주인공 자체가 '요리'가 되는 그런 만화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도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식객은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종류의 만화는 읽기는 쉬워도 그리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뭐, 만화라는 것이 원래 보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특히 식객같은 만화는 '폭넓고 정확한 조사'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노력이 투입되기 마련이다. 먹거리의 특성상 어디어디에 어떤 음식이 있는데 맛이 어떻다더라..만으로는 부족하고, 꼭 발품을 팔아서 직접 먹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기에 이 책의 한장한장에 스며든 작가진의 노력이 더욱 와닿는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먹거리의 소중한 기록으로 오랫동안, 오랫동안 연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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