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브론테님께서 친절히 듣는 방법을 가르쳐주셔서 곧장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찾아 들었다. 김영하의 팟캐스트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거기에는 마음이 가질 않았다. 책을 읽어준다니. 그런 로망 비슷한 것은 가지고 있었건만 막상 떠올려보니 영 아니었다. 글로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게 소설인데 읽어준다면 나는 정신을 놓고 말것이기 때문에. 하여튼 이동진의 <빨간 책방>은 소개글을 보니 구성도 마음에 들어서 들어보고 싶었다.

딱 빨간 책방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왜 빨간 책방인가 생각해보며 야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동진 작가님과 김중혁 작가님도 호탕하게 웃으면서 이 이야기를 꺼내더라. 제목을 색깔로 지은걸 보니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생각났다. 내 희미한 기억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자신의 노트의 이름을 '갈색 노트'라고 지었던 것 같다. 한국 소설을 거의 처음 접하는 거나 다름없었던 나는 그게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노트를 하나 사서 갈색 노트라고 명명했던 적이 있었다. 그 추억을 떠올리니 입에 미소가 떠오른다.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와 정유정 작가님의 <7년의 밤>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첫 번째 코너는 진행되었다. 거의 첫 번째 '책 대 책'이라는 코너가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만큼 재미도 있다. <7년의 밤>은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한창 열풍이 불었을 때 없는 돈 털어서 샀었다. 표지는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전작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 바로 구매했던 거 같다. 책을 받아 펼쳐보니 영 실망이었다. 당시의 나로서 소설에 '내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게 꽤 충격이었나보다. 첫 장만 읽고는 재미없어서 이년 째 책장에 꽂아두고만 있었는데 <7년의 밤>하면 '내비'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아, 그런데 빨간 책방에서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읽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유정 작가는 퇴고를 할 때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한 번 읽고, 거꾸로도 한 번 읽는다 한다. 나는 두 작가님들과 함께 감탄을 내뱉으며 소설을 거꾸로 어떻게 읽지, 하고서는 혼자 상상해 보았다. 문장 하나씩 거꾸로 읽을까, 단어 하나하나 거꾸로 읽을까. 당연히 문장이겠지. 놀라웠다.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거꾸로 읽는 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일텐데.
또 정유정 작가의 이야기 중에 인상깊었던 점은 이 작가는 접속 부사를 사용하지 않는 다는게다. 그러나, 하지만, 그래서, 그리고 같은 걸 작가의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내가 글을 쓰면서 항상 고민하고, 짜증나는 것이 바로 이 접속 부사들이었는데 사용하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것들을 쓰지 않고 얼마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아, 그런데 500페이지라니. 그럴만한 시간이 있을까.
천명관의 <고래>는 딱 보면 남자들이 많이 읽는 판타지, 무협소설 같은 표지로 되어있다. 그래서 이 책을 본 적이 있음에도 전혀 관심 밖이었는데 천재라고 하니 아, 두근거린다. 결국엔 어제 지르고 말았다. 정유정 작가의 책이 내 수중에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7년의 밤>이 수중에 없었더라면 장바구니를 쥐어짜내야 했을테니까.
<고래>를 필수적으로 포함시키고, 나는 시집 2권을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박성우 시인의 시집 두권을 선택했다. <거미>와 <가뜬한 잠>이었는데 읽고 싶은 책을 텀블러를 받기 위해 딱 오만원에 맞추려고 하니 천원 정도가 오버되는 거다. 결국엔 눈물을 머금고 <거미>를 포기하고는 시인선을 뒤지고 뒤져서 김윤이 시인의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시집을 선택했다.
시집을 고르다가 딱히 읽고 싶은게 없어 고민하던 중 아차, 하고서는 다락방님께서 추천해 주신 페이퍼가 생각나 달려갔다. 거기서 박성우의 이름을 보고 박성우가 있었지, 하며 검색했다. 음, 어쨌든. 허수경 시인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시집도 너무 읽고 싶은거다. 근데 그걸 고르면 천원이 오버되서, 크흑. 그래도 김윤이 시인의 것도 기대된다. 표지가 일단 너무 멋있다. 제목도 시적이다. 화요일에나 올텐데 어찌 기다리지.
글쓰기에 대한 책도 두권이나 넣었다. 오만원은 채워야겠고, 읽고 싶은 책은 없던 차에 이승우라는 이름이 떠올라 검색했더니 아 이 책이 있는거 아닌가. 흥분해서 당장 장바구니에 던져 넣었고, 글쓰기 책하니 예전에 본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도 번뜩 생각이 나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마침 소설을 한 편 써야겠다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일단 시작이라도 해봐.
벼르고 벼르던 <노인과 바다>도 이제서야 구매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제일 번역이 좋다니. 외국 작품을 읽을 때는 번역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민음사가 싫다. 이년 전에 큰 맘 먹고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전부 민음사 버전으로 샀는데(싸니까) 오셀로를 펼쳐드는 순간 식겁했다. 아니 이걸 번역이라고 해놓은 거야? 희곡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아서, 직역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내겐 너무 싫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번역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문학동네는 그렇지 않겠지, 철썩같이 믿고 있다.
음, 나도 첫문장 해보고 싶다. 자극적인 첫문장 하나 떠오르는게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