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참변 동영상' 美사이트 거쳐 국내로 확산
어린이들엔 엄청난 충격… 네티즌들 자제해야


[조선일보 백강녕, 한재현 기자]
24일 주부 임모(47·인천 부평구)씨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김모(15)군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메스껍고 어지러워 죽을 뻔했다”는 김군의 첫마디에 이유를 묻자 희한한 답변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같은 반 친구가 학급 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주소창에 숫자로 된 주소를 쳐넣자 고(故) 김선일씨가 테러단체에 살해당하는 동영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후 학급 내 학생들이 하나둘씩 컴퓨터 앞에 모였고, 결국은 학급원 전체가 문제의 동영상을 ‘단체관람’했다고 한다. 임씨는 “놀라고 무서워 가슴이 떨려 야단도 제대로 못 쳤다”고 말했다.

김선일씨 살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24일 미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에 유포돼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용시간이 많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급격히 퍼져 감수성이 예민한 이들의 정서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동영상은 살인범들로부터 동영상을 처음 입수한 알 자지라 방송이 “끔찍하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않은 잔혹한 참수 장면까지 포함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은 국내에서 김선일씨 동영상을 게재한 미국 인터넷 사이트로 접속하는 길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동영상을 다운로드받은 사람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컴퓨터로 기하급수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魚起準) 소장은 “어른들도 보기 힘든 장면을 어린이들이 볼 경우 그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 세계의 가면·이중문화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이 동영상은 미국에 서버를 둔 7개 엽기·잔혹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살인범들이 이 장면을 촬영한 뒤 어떤 방식으로 엽기 사이트에 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로가 확인될 경우 살인범 색출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살인범들이 동영상을 제공한 것으로 공식확인된 곳은 알 자지라 방송뿐이다. 그러나 알 자지라 방송 지하드 발루트(Gihad Ballot·45)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살인범) 단체로부터 비디오테이프를 받긴 했으나 우리는 이것을 두고 거래하지 않는다”며 “그들(살인범)이 직접 인터넷에 띄운 동영상이 퍼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의 첫 참수사건 희생자인 닉 버그 살인 동영상 역시 살인범들이 아랍권 인터넷에 띄운 동영상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미국 엽기·잔혹 사이트는 이 참혹한 동영상을 올리면서 비아냥대는 글까지 함께 올려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모 사이트는 김씨가 죽기 전에 절규하는 장면을 “주연, 비명의 여왕 김선일(stars scream-queen Kim Sun-Il)”이라고 표현했다.

경찰청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또는 전화로 동영상이 떠 있는 국내외 사이트를 신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자료를 확산시키는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사실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

(한재현기자 rooki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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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6-2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일씨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동영상을 입수하거나 배포하는 것을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비웃었지만....막상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가슴이 덜컥합니다.
기사만 읽어도 심장이 떨리는데....우리의 아이들, 만의 하나 김선일씨의 가족이 접하게 된다면....절대 안 됩니다.
찾아 보지도 말고, 만약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해도 바로 신고하거나 삭제를 요청해야 합니다.
비명의 여왕....이란 저 문구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영엄마 2004-06-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거 볼 생각만 해도 심장에 이상이 생길 듯... 생각만 해도 끔찍하건만...ㅠㅠ

조선인 2004-06-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거 배포하는 미친 놈들은 다 종신형에 처해야 해요.

반딧불,, 2004-06-25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어떻게 그런 일이..
아이들이 그런 것을 보았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전, 지금도 동물이 죽은 영상도 안봅니다.
아직 교통사고 직접목격도 한 번 안해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컸으면 좋겠구요...무에 좋다고..

슬픕니다...울분이...치솟아서 어찌할 지름 모르겠습니다.

밀키웨이 2004-06-2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동안 미국의 친구가 이 문제로 그 싸이트 해킹을 시도했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동지들과 더불어 밤잠 안자고 했다고 했는데..

불량 2004-06-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화가 나서..코멘트를 썼다 지웠다 했습니다.
비통합니다..............
게다가, 어떻게 아이들조차도 손쉽게 동영상을 구해 볼 정도로 방치했더란 말입니까!

sunnyside 2004-06-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끔찍하네요. 점점 세상이 통제불가능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통제'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정말 이 끔찍한 모순을 어떻게 피해가야 할런지... T.T (미국사이트해킹 아직도 성공 못했답니까? -.-)

진/우맘 2004-06-2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셔서, 확산은 막고 있는 모양입니다. 모두 공감해 주시니, 제가 다 고맙네요.

starrysky 2004-06-2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정부와 네티즌들도 저런 비인간적인 행둥은 함께 감시하고 자제해야 할 텐데요.. 이럴 땐 인터넷이 정말 싫습니다. 그런 거 퍼뜨리는 짐승 같은 놈들은 중벌에 처해야 돼요.

진/우맘 2004-06-2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아까, 엠파스 토론장에서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울 나라 사람들도 닉 버그 동영상을 열심히 찾아 보지 않았냐고.....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따지기 전에, 성숙한 네티즌 문화가 무르익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보고 나면 기분이 나쁜 것이 인지상정일텐데....왜 그러는 걸까요? 호기심?

비연 2004-06-2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고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동영상 확산은 꼭 막아야 합니다.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정부가 적어도 명예는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요....제발 네티즌들이 정신차리고 자중했으면 좋겠습니다...이건 호기심의 차원이 아니라 정말...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봅니다

비로그인 2004-06-2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끔찍합니다. 안 됩니다. 우리와 같은 형제였던 그 분의 죽음을 호기심 따위로 먹칠을 하다니. 배포결사반대입니다.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