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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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살아보지 못했던 시간 속 사람 사는 모습을 배우고 경험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언젠가는 분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여성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 박완서 작가님이 떠나셨고,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박완서 작가님과 한, 두명의 작가를 제외하고는 여성작가가 흔치 않아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어린시절 엄마가 읽던 책을 훔쳐보면서 막연하게 이 분은 남자분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터라 더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이야기에 사람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건 남자이니까 가능하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뒤로 여성작가님이라는 이야기와 더불어 엄마의 놀림을 받기도 했던 소소한 추억도 있지만... :)

이번 작가정신에서 출간한 두 권의 신작은 8살의 초등학생이 28살이 되어서 박완서 작가님을 그리워 할 수 있는 기회라 출간 전부터 더욱 애타게 기다리고 반갑게 맞이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생전 남기셨던 짧은 글들을 모아 만든 책으로 내가 좋아하는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살아 있는 날의 시작>과 같은 연재소설을 집필하는 사이사이 기록한 삶의 이야기로

끝맺음이 있는 장편소설과는 다르게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는 한다. 특히나 내 이웃이 경험한 것 같은 혹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것 같은 문체가 매력적인 작가님의 글 속,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며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한 면과 또 반대로 녹록치 않은 우리네 인생을 경험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즐거움인가

열 권 정도되는 책을 모아놓고, 도서관에서 꽤 많은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생각했는데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글들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도 감사하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이미 70년대에 쓴 글들로 81 '이민 가는 맷돌'이라는 콩트집으로 출간 된 다음 작가정신을 통해 지금의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의 아름 다운 이웃을 비롯해 약 46편의 (시리즈 포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창호지에 바늘구멍 내고 바깥세상 엿보는 재미라 비유한 '콩트' 속에서 고치지 않은 70년대의 이야기가 2019년을 비추는 듯하다면 이상한 걸까? 초등학생 때 읽었다해도 꽤 오래 전 썼을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현재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박완서 작가님만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되지 않은 듯 화려하지 않으면서 세련 된

입는 옷의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지고, 사는 환경이 변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비슷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작가님의 글 속에 변하지 않을 무언가를 담아 놓았기 때문일까














<나의 아름다운 이웃>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속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같이 살아가야하는 정겨운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때 그 사람' 속 상철은 자기잘난맛에 사는 사람이다. 군대도 다녀오고 일류대학에 다니며 전통있는 기업가의 아들로 미래도 보장되었다. 장남도 아니라 시댁살이 해야할 필요도 없고, 강변에 58평짜리 아파트도 사놓은 셀프진단으로 완벽한 남자. 자화자찬이 심하다는게 별로이긴 했지만 생김도 나쁘지 않고 능력도 있으니 고만고만한 여자를 찾아 장가를 가겠구나 싶었던 그에게 하나 오류는 자기가 너무 잘나서 잘난 여자를 봐도 잘난지 예쁜지를 모르는 것이라는거?

막연하게 조건 말고 영혼에서부터 불타오르는 사랑을 기대하던 그에게 찾아온 인연은 재밌게도 대학 때 친구를 대신해 만났던 대리 미팅의 여주인공이었다.

평소처럼 고급스러운 곳을 간 것도 아니고 포장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거기를 한없이 쏘아다녔던 그 날 함께했던 여자, 운명처럼 그 여자를 다시 만남으로 그는 황홀함과 영혼 깊은 곳에서 불이 당겨진 것을 느끼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짧은 소설 중에서도 '그때 그 사람'을 소개한건 70년대의 이야기인데 흡사 요즘 우리가 읽는 로맨스소설의 재벌남이 사랑에 빠지는 조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평소 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고 나 좋다는 사람은 감흥없고 나 관심없다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고

시대 이야기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랑에 빠지는 조건은 시크함이 필수인가 괜히 궁금해지고 웃음이 난다 :)














여대생 시절에 여왕으로 뽑힐정도로 예뻤던 '' '마른 꽃잎의 추억 1~4'도 재밌는 사람이야기

인기많던 여대생이 자신을 좋아해주던 남자 중 한명과 결혼해 풍파없이 살아오며 강북에 집도 장만한 어느 날 집 근처 고궁을 걷다 고궁에 안긴 것처럼 다소곳해 보이는 고대화랑을 보게 되었다. 그 곳에 적힌 낯익은 화가의 초대전을 떠올리며 자신의 추종자였던 그를 기억하게 됐고, 그녀는 감미롭되 부도덕하지 않은 낭만을 꿈꾸게 된다.

물론 대학을 다니며 그와 함께 다녔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화가의 아내를 선택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이 흘러 그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그의 초대전만 보고 낭만을 꿈꾸거나 스스로 그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다며 감동과 질투심을 가지며 화랑에 들어가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그곳은 현실이었다.

어여쁜 여대생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는 가난한 대학생 화가가 아닌 귀부인의 찬사를 받는 유명 화가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림도 볼 틈 없이 화랑에 차려진 음식을 푸짐하게 먹으며 냅킨에 가방에 야금야금 음식을 챙기는 누군가의 아내.

적당히 배고픈 날 다시 가보리라고, 시작의 낭만과 다르게 그를 만나고 싶은 흥미는 이미 없다고 말하며 뒤돌아서지만 그녀의 가방 속 달콤한 음식처럼 그녀에게는 아직 자존심과 미련 한가닥이 가슴에 꾸물거리고 있다. 아직 시들지 않은 꽃잎 같은 그녀가 마른 꽃잎이 되기에는 감정이 정리가 필요해 보이는데 그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롭게 2~4편에 이어진다.

내가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잘난 사람이 되자 샘솟는 낭만과 한 편으로 지울 수 없는 열등감, 그리고 그 안에 남아있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그린 어느날의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달콤하지 않을까...?

1970년대는 긴장과 억압의 시대였다고 한다. 나도 잘 모르지만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조금이나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 했는지 무엇에 억압받아야 했는지 삶이 왜 고달팠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것은 지금과 다른 이야기이지만 같은 모습이라 더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내가 20년이 흘러서도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건 그 안에 내가 있고 내 이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책장에 정리해 두었던 작가님의 책들을 한 번씩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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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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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더 이상 뭔가를 알기 위해 시간을 쓰지 않아. 그들은 가게에서 전부 만들어진 것들을 사지. 하지만 친구들을 파는 곳이 없는 것처럼, 사람들은 더 이상 친구를 가질 수 없어. 만약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이렴!

어린아이들부터 성인 모두 한, 두 번은 읽어보고, 인용한 내용을 들어보았을 생택쥐베리 <어린왕자>

고전 문학 중에서도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 중 하나이지만 간혹 출판사나 번역가의 해석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의 문구를 들어볼 때가 있다.

이건 <어린왕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한글소설이라도 읽는 독자에 따라 생각하는 의미가 달라지듯 번역가에 따라 소설의 내용이 흥미롭거나 지루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고전문학이나 해외소설을 읽을 때면 여러 출판사 중에서도 번역가의 이름을 눈여겨보게 된다.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쉬운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왕자> 역시 그에 해당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하다고 답할 것이다.

작품의 첫 장에는 '코끼리를 삼켜버린 보아뱀'을 모자라는 상징적인 물건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이 때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은 짧고 간단하다.

Pourquoi un chapeau ferait-il peur?

우리의 번역서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모자가 뭐가 무서워?"

「아니, 모자가 왜 무서워?

우리가 번역서를 보면서 크게 오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한 문장만 떼어 놓고 보면 말끔히 잘된 번역 같은데 전체를 읽고 나면 뭐가 뭔지 명료하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은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빠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글은 조사 하나로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동사 시제의 경우라면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모자가 어째서 두렵게(peur) 할 거라는 거지?"

원서를 모르거나 번역본이 다양하지 않은 작품을 읽을 때는 그 해석이 맞다고 생각하며 읽을 수 밖에 없지만 가끔 정말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책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어휘력의 번역본은 책 속의 오묘한 세계에 빠져드는 맛을 없애버려 좀 더 다양한 번역본이 있었으면... 원서를 더 잘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물론 작가의 문장 그대로를 반영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원래의 느낌 그대로를 생생하게 읽고 싶다는 것이 욕심인 것일까?

<어린왕자>는 신비스러운 배경 속 명언과 같은 문체로 많은 번역본이 나와있고, 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지만 한글소설로 나온 고전문학, 명작이라고 칭찬하는 작품들은 아직도 번역의 늪에서 어려워서 고전문학인가? 명작은 원래 이렇게 읽기 어려운 것인가? 높은 벽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정서 작가이자 번역가의 작품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 혹은 학계에 새로운 충격과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전에 번역가로 좀 더 친근한 이정서 작가는 이번 작품 이 전에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의 기존 번역 속 오역과 표절 등을 지적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간혹 원서를 읽고 번역본을 읽은 사람들이 "두 작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할 때가 있는데 이 점은 번역을 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있다고들 한다. 단어의 의미만을 해석해서 새로운 문장을 만들거나 할 때에는 특히나 이런 오류가 많이 생겨난다.

반면 이정서 작가는 기존의 작품 속 서술구조를 지켜가며 시간 개념과 존칭 개념을 바로 잡아 독자들이 헷갈려하던 부분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데 영어 뿐만 아니라 불어까지 번역을 통해 이번 <어린왕자>의 작품을 완성한 터라 책의 퀄리티는 더욱 상승한 느낌

이왕이면 그동안 독서장르의 꼭대기에서 좋은 작품인데 좋게 읽히지 못했던 고전작품들에게 번역의 생명을 더욱 더 불어 넣어주셨음 하는 바람이다.

<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는 작품만의 신비한 삽화와 불어(생텍쥐페리는 프랑스 작가이다.), 영역(생텍쥐페리가 미국에 머무는동안 같이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캐서린 우즈의 역본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작품이다.) Note 페이지에서 동시에 비교해가며 한글로 가장 알맞는 뜻을 전할 수있도록 설명하고 있는데

단순히 번역된 문장 자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오역이 생기게 된 이유, 이 문장이 이렇게 해석되어야 하는 점까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어 작품을 분석하며 독서하는 재미가 더해져있다.

사실 Note만 있었다면 어려웠을 것도 같은데 사이사이 어릴 때 읽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는 삽화 덕분에 아 이 때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지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에는 높임말과 낮음말을 사용하는 차이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이나 기존의 대표적인 번역서는 낮춤말로 번역을 하는 반면 이정서 작가가 번역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가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헌사를 고려해 높임말로 전달을 하고 있어 무언가 내가 어른이 되어 존중받는 느낌으로 독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놀라운 것은 생텍쥐베리의 헌정사 자체가 높임말로 어린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번역본에서는 낮춤말로 전달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작가가 어른과 아이를 분명하게 구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왜 낮춤말로 번역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어른이 어린왕자에게 바오밥나무가 무엇인지 얼마나 큰지 설명하는 부분인데 원래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교훈이나 감동이 사라져버린 부분을 접하게 된 것이다.

C'est next! Mais pourquoi veux-tu que tes mountons mangent les petits baobabs?

"그렇구나! 하지먼 너는 왜 양이 작은 바오바브나무를 먹길 원하니?"

Ben! Voyons!

"아이참, 생각해 봐!"


<기존 번역서 중에서>


"커다란 바오밥나무도 자라기 전에 조그맣게 돋나아지?"

"그렇긴 하지. 하지만 왜 양아 작은 바오밥나무를 먹겠어?"


<어린왕자>로 보는 번역의 세계 중

사실 이 장면은 바오바브나무의 크기를 모르는 어린왕자에게 그 크기를 설명하는 장면이 아니라 거대한 나무도 작은 떨기나무로 시작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일깨워 주기 위한 장면으로 (어른도 원래는 작은 아이였다는 작품의 주제를 언급한 것이다.) 어른인 나는 보통 어른과 달라서 자신이 아이에게 한 수 배운 것을 인정한다는 'C'est exact!(그렇구나!)' 말을 하는 반면

영역이나 기존 번역에서는 아이에게 한 수 배웠다는 내용이 아닌 아이의 생각을 무시하는듯한 표현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물론 무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책에서는 아이에게 배웠음을 인정할 수 없는 어른의 고집이라고 한다) 번역가의 가치관이 반영됨으로써 하나의 대화가 다른 교훈과 의미를 전달한다는게 놀라울수 밖에 없던 것이다.

만약 내가 불어를 잘한다거나 새로운 번역이 없었다면 책에서 주는 교훈을 모르고 살아갈 수 있었다 생각하면 아쉽기만하다.

번역의 세계를 통해서 오역을 비판하기 보다는 원래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와 교훈을 전달하고자 함은 알지만 이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은 <어린 왕자> 속 대화를 또 어떤 가치관이 반영 된 이야기고 듣게 될지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정서 번역가의 새로운 번역으로 많은 작품들이 문장 그 자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고전문학에는 기존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도전이 계속되길 바라볼 뿐이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문장이 그렇습니다. 번역이라고 해서, 번역이니까, 역자 임의로 그때그때 다르게 옮긴다면, 절대로 작가가 쓰고자 했던 의미를 전달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원칙 없는 번역이 여떤 결과를 낳는지 보십시오.


어떤 위대한 번역가라고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어떤 위대한 학자라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나은 의미를 담은 문장을 창작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번역은 그야말로 작가가 쓴 의미를 찾아가는 고된 노동인 것입니다.

반면 작가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전세계 언어들로 자신의 글을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것에도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작가와 독자 사이에 책 속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번역가라고 생각된다. 그 노동에는 작가의 감사함과 독자의 고마움, 그리고 창작의 언어를 전달한 보람도 존재하지 않을까 짐작해보며 그들의 노고 자체에 감사할 뿐이다. 다만 이정서작가의 이야기처럼 작가가 생명을 불어 만든 작품을 좀 더 잘 전달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존칭이 없는 영어권의 특징까지 생각해본다면 개인적으로 <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를 한 번씩, .. 몇 장면이라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존칭을 사용해 전달하는 느낌은 신비로움에 생텍쥐페리의 헌사가 고스란히 전달되어 새로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이 헌사일까?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가 생각했던 어린시절은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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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사용설명서 - 내 삶을 사랑하는 365가지 방법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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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장씩 읽어도 좋은 김홍신의 <하루사용설명서> 1월부터 12월까지 하루하루 일기처럼 간다하게 써내려간 에세이 속에 채찍과 당근과 같은 한마디가 담겨져 있어, 연륜이 부족한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실수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물론 한 권을 쭉 읽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365일을 미리 선물한 것처럼 잠들기 전 하루 한 장을 읽고 내가 경험했던 그 날의 감정을 밑에 적는게 나는 조금 더 좋더라.

겨울이 가면 자연스럽게 봄이 오듯, 사람들 역시 마음 속 겨울을 이겨내면 따뜻한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혹한이라는게 몸으로도 너무 고된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더 고되다는게 문제라는 것이다. 김홍신 작가의 에세이 에서는 피할 수 없는 감정을 이겨내는 과정을 스스로가 더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는 뜻이라 조언해주니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나는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 하는 작은 물음표를 던져보게 된다.

혹한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능력이 인류다운 것처럼 우리네 인생에서도 혹한보다 더 고통스러운 '마음의 혹한'을 이겨낸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문명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혹한과 혹서가 인류를 괴롭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론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키고 삶의 지혜를 알려주었다.

마음이 힘들다는 건 내가 더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사용설명서> 나를 위한 설명서 중에서

1, 365 <하루사용설명서> 속 에세이는 작은 물건 하나에도 있는 사용설명서가 왜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느냐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공통분모를 빼고나면 개성투성인게 사람이라는 매력이라서 그 설명서는 개개인이 완성시켜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나는 생각하는데 그 기초가 어려운 혹은 연륜이 부족해 조언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책을 통해 매일 조언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은은한 색감과 잔잔한 그림이 함께 어울러진 한 편 한 편이 길지 않은 에세이라 독서가 지루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독서를 통해 행복을 찾는다고 하면 가끔 사람들은 왜 책 속에서 답을 찾으려해? 라고 묻기도 하는데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난 작품들은 때론 우리가 경험으로 얻을 수 없는 지혜로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읽고나면 왜 읽었지 하는 책도 있다 '')


오늘 하루도 즐겁게 웃으며 소박하고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습니다.

<하루사용설명서> 나를 위한 설명서 중에서

고통과 상처, 갈등, 아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감정을 존경과 사랑, 감동, 기쁨으로 바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심리학 책을 보면 어려운 혹은 통계적인 답을 제시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그래 이렇게 화를 조절해볼 수 있겠구나 수긍하기도 한다. <하루하루사용설명서>에서는 뭐라고 할까? 무척 간단하다. 제목이 목표이자 답이고 내용을 설명이다.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스스로를 깎아내려가며 불행하지 말고, 내가 한 것에 만족하고, 타인의 행동에 그러려니 하는 자세, 비교가 자연스러운 세상에서 살면서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나와 남을 비교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본다면 어떨까?

저 집은 깨끗한데 우리집은 왜 치워도 더럽지? 이런 생각도 자주하지만 사실 내 나름대로 이 집도 쓸고 닦은 결과물인데 너무 나를 몰아붙이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결벽증이 있다고 할 정도로 바닥이 더러운 걸 싫어해 친정엄마집도 갈 때마다 물티슈로 닦고 다니는데 겉으로보면 책더미에 쌓인 집같아 보인다.)

책의 왼쪽 상단에 매일매일의 날짜가 적혀있어서 그 날 그날의 페이지를 펴놓고 읽는 중이다. 만년달력처럼 스프링으로 넘기는 책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일러스트와 김홍신 작가의 에세이가 조금 더 풍요로워지면서 매일매일 은은한 책을 보는 재미가 좋았을 것 같다.

빨리 날이 따뜻하고 혹한기가 지나간 계절이 마음 속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마음을 단단하게 사람을 진화하게 해준다고 해도 혹한이 길어지면 마음이 꽁꽁 얼어버려 녹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살짝 들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써내려가다 보면 그런 시간이 좀 더 빨리 찾아 오겠지?

포근한 계절에 따뜻한 마음으로 좋은 것들만 보고 행복하게만 살았음 좋겠다.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꾸우미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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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 꿈꾸는 삶의 풍경이 열리는 곳
곽재구 글 / 해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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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여행을 사진과 글과 다양한 시로 담은 <곽재구의 포구기행> 제목이 낯익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건 이미 오래전 유명도서방송에 소개되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고, 그 뒤로도 도서관에서도 꾸준하게 찾아볼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딱히 산문집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중해서 읽어보지는 않았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포구들 돌며 여행했던 경험을 시인의 시선에서 글로 담은 책이라면 조금 트인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어 책을 펼쳐보았다.

나에게 포구라는 개념은 그냥 여행지에 스쳐지나가던 곳에 그치지 않았다면, 곽재구 시인에게 포구란 환생(環生)의 개념이라 한다. 작은 배가 아침 햇살을 몸에 두르며 포구를 떠났다 저녁 햇살 속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불변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는 작은 배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온몸에 달빛을 환히 받으며 포구로 돌아오는 작은 배를 꿈꾸는...

그러고보면 배를 타고 멀리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배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꿈을 꾸게 된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은 1.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네, 2. 절망한 것들이 날아오를 때, 3.길 위에 추는 춤 으로 화진, 선유도, 동화와 지세포, 어청도, 삼천포, 동해바다 정자항, 포구 구만리 등 지역은 들어보았지만 그 곳에 포구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하고 다양한 포구의 여행기를 감성 가득하게 글로 담아 놓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이 선명함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 화보집처럼 매끈한 종이에 포구의 느낌이 좀 더 잘 느껴지게 담겨졌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가는 책은 평범한듯 하지만 반대로 무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필력이 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역시 같은 작품이다. 낮고 잔잔한 듯한 필체 속에 감성을 자극하는 문장들과 생소한 시이지만 포구와 그 곳에서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이 참 잘어울려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글들

쉬임없이 흘러가는 바다와 오고가는 배들, 바삐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가 귀기울인 마음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사진 찍는 것에 바빠서 어쩌면 나는 같은 곳에 가더라도 책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못한 감성을 느끼고 돌아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바다의 비릿함? 생각보다 작은 포구? 북적북적한 사람들? 멀미? 그냥 현실적인 고민에 지쳐버릴지도?

군산항을 떠나 선유도에 도착한 곽재구 시인이 그 섬의 백사장을 보고 생각했던 건 재미있게도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라고 한다. 아 참 백사장이 예쁘구나, 바다가 푸르구나가 아니라 맑고 넓은 백사장에 시심이 일었다니 나도 가방 하나 들고 섬으로 바다로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채워진다.

섬과

섬 사이

새가 날아갔다

보라색의 햇살로 묶은

편지 한 통을 물고

섬이 섬에게

편지를 썼다 보다.


[선유도] 전문













내가 장난으로 챔파 꽃이 되어서는

저 높은 가지에 피어

바람에 웃으며 흔들리고

새로 핀 잎 위에서 춤추고 있다면

엄만 나를 알아보실까?

엄마는 이렇게 부르실거야

"아가야 어디 있니?"

그럼 난 살짝 웃고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


점심밥을 먹은 다음

엄마가 창가에 앉아 라마야나 이야기책을 읽을 때

나무 그늘이 엄마의 머리와 무릎 위에 어리면

나는 내 아주 작은 그림자를 드리울 거야

바로 엄마가 읽고 있는 그 자리에

하지만 엄마는 그것이 바로

엄마의 작은 아가의 보잘 것 없는

그림자인 줄 정말 아실까?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챔파꽃] 부분



<곽재구의 포구기행> 속에는 그가 직접 쓰지 않았지만 포구를 다니면서 떠올랐던 감성을 다른 작품으로 담아 놓아 책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는 한다. 특히나 3부 끝즈음에서 방문했던 샛별 해수욕장이 있는 서해에서 읽어주었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편은 내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페이지, 우리나라 포구를 여행한 이야기와 시, 그림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감성 가득한 작품이 읽고 싶은 날에는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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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2학년을 위한 빠른 교과서 연산 2-2 (2023년용) - 학기별 계산력 강화 프로그램 바빠 교과서 연산 (2023년)
징검다리 교육연구소.강난영 지음 / 이지스에듀(이지스퍼블리싱)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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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쁜 2학년을 위한 빠른 교과서 연산 2-1학기>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있는데, 2학기 내용은 어떤가 궁금해서 슬쩍 들여다 봤어요, 1학기에 이어서 교과서 연계과정으로 정리되어 있는 수학문제집이라 겨울방학에 1,2학기 문제집을 모두 풀어보고 싶다면 1학기는 하루에 3장씩, 2학기는 하루에 한 장 정도씩만 맛보기로 풀어보는 것도 괜찮겠더라구요

 

예습으로 초등수학연산과정을 공부하는 거라면 1, 2일차는 1, 2과를 풀고 그 다음에는 하루에 한 장씩 풀어가며 총 60일동안 공부할 수 있을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는 빠른 교과서 연산시리즈

 

이지에듀스에서 출간하는 바빠 연산법 시리즈는 취약한 영역만 보강하는 덧셈편, 뺄셈편, 구구단편, 나눗셈편도 있고, 3~4학년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5, 6학년을 위한 문제집도 교과과정을 반영해서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3'/

 

구성이 단조롭지 않아서 고학년 아이들도 수학 연산 학습을 재밌게 하는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거 같아요

 

<바쁜 2학년을 위한 빠른 교과서 연산 2-2학기> 역시 1학기와 동일하게 다섯마당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첫째 마당에서는 세자리수에 이어서 네 자리 수를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내용도 어렵지 않고, 장수도 적은 편이라 1, 2일차에 1, 2과를 다 풀어도 충분할 정도?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수학에는 가장 중요한 주제가 곱셈구구단과 길이 계산, 시간과 시간 3가지인데 2단부터 9단까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계산하는 부분이 주로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어서 쪼꼼만 공부하면 어렵지 않게 뒷부분도 이어 풀 수 있겠더라구요

 

물론 다른 학습지처럼 단순반복이 아니라 그림이나 퀴즈, 한글로 서술하는 등의 문제가 사이사이 껴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공부하기에 좋음!! 이건 바빠 시리즈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인 것 같아요 갠적으로 이런식으로 입학 전 수학공부를 해야하는 아이들을 위한 문제집도 출간되면 좋겠다능

 

가장 큰 수와 작은 수를 찾아 표시하는 문제부터 천단위의 숫자를 한글로 읽는 방법까지 한페이지당 문제가 많아야 곱셈을 계산하는게 18문제정도 나머지는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생각하는 수학문제들로 구성

 

곱셈구구는 2,3,4,5 순서대로 암기하는게 아니라 짝수로 기억하는 2, 시계 분침으로 외우는 5, 2단과 5단을 섞어 연습하기, 3,6,9게임으로 암기하는 3단 등 아이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과정을 나눠 놓았더라구요, 시계분침은 아이디어가 좋은듯, 분침 보는 방법도 배우고, 5단의 규칙도 이해할 수 있고

 

아직 곱셈에는 취약한터라 목표시간보다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림으로 구구단 2단의 규칙을 표시하고 있어서 더하기도 해보고 곱하기도 해보면서 얼추 문제를 풀어나가더라구요 :D 그래도 1학기 수학연산보다는 난이도가 상승한 편이라 여러장 풀지는 못하고 한 장정도씩만 맛보기로 슥슥










구구단의 규칙을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하단에 빨간펜으로 풀이를 한 번 적어주었더니 문제를 풀 때 요걸 따라하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암기하는 습관을 들여야할텐데 극증극증

 

자연스럽게 바빠시리즈로 연산 학습을 공부하다보면 암기할 수 있겠죠? 그래야 이렇게 생각하며 푸는 문제들도 쉽게 쉽게 풀 수 있을텐데요 ㅠ3ㅠ 사실 저는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인 6살 때인가? 사촌언니가 초등학교 교사라서 퇴근하면 자리에 앉혀놓고 외우게 해서 구구단은 다 암기하고 입학을 해서 조금 느린건 아닌가 걱정도 되더라구요 '';;

 

그래도 1학기 빠른 교과서 연산문제집 푸는 것보면 느리거나 어려워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구구단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또 다른 의문이 퐁퐁 샘솟는 저녁이네요 ㅠㅠ 스트레스 받지만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줘도 충분히 좋으니까 힘들어하지말자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꾸우미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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