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 꿈꾸는 삶의 풍경이 열리는 곳
곽재구 글 / 해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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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여행을 사진과 글과 다양한 시로 담은 <곽재구의 포구기행> 제목이 낯익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건 이미 오래전 유명도서방송에 소개되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고, 그 뒤로도 도서관에서도 꾸준하게 찾아볼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딱히 산문집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중해서 읽어보지는 않았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포구들 돌며 여행했던 경험을 시인의 시선에서 글로 담은 책이라면 조금 트인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어 책을 펼쳐보았다.

나에게 포구라는 개념은 그냥 여행지에 스쳐지나가던 곳에 그치지 않았다면, 곽재구 시인에게 포구란 환생(環生)의 개념이라 한다. 작은 배가 아침 햇살을 몸에 두르며 포구를 떠났다 저녁 햇살 속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불변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는 작은 배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온몸에 달빛을 환히 받으며 포구로 돌아오는 작은 배를 꿈꾸는...

그러고보면 배를 타고 멀리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배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꿈을 꾸게 된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은 1.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네, 2. 절망한 것들이 날아오를 때, 3.길 위에 추는 춤 으로 화진, 선유도, 동화와 지세포, 어청도, 삼천포, 동해바다 정자항, 포구 구만리 등 지역은 들어보았지만 그 곳에 포구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하고 다양한 포구의 여행기를 감성 가득하게 글로 담아 놓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이 선명함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 화보집처럼 매끈한 종이에 포구의 느낌이 좀 더 잘 느껴지게 담겨졌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가는 책은 평범한듯 하지만 반대로 무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필력이 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역시 같은 작품이다. 낮고 잔잔한 듯한 필체 속에 감성을 자극하는 문장들과 생소한 시이지만 포구와 그 곳에서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이 참 잘어울려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글들

쉬임없이 흘러가는 바다와 오고가는 배들, 바삐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가 귀기울인 마음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사진 찍는 것에 바빠서 어쩌면 나는 같은 곳에 가더라도 책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못한 감성을 느끼고 돌아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바다의 비릿함? 생각보다 작은 포구? 북적북적한 사람들? 멀미? 그냥 현실적인 고민에 지쳐버릴지도?

군산항을 떠나 선유도에 도착한 곽재구 시인이 그 섬의 백사장을 보고 생각했던 건 재미있게도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라고 한다. 아 참 백사장이 예쁘구나, 바다가 푸르구나가 아니라 맑고 넓은 백사장에 시심이 일었다니 나도 가방 하나 들고 섬으로 바다로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채워진다.

섬과

섬 사이

새가 날아갔다

보라색의 햇살로 묶은

편지 한 통을 물고

섬이 섬에게

편지를 썼다 보다.


[선유도] 전문













내가 장난으로 챔파 꽃이 되어서는

저 높은 가지에 피어

바람에 웃으며 흔들리고

새로 핀 잎 위에서 춤추고 있다면

엄만 나를 알아보실까?

엄마는 이렇게 부르실거야

"아가야 어디 있니?"

그럼 난 살짝 웃고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


점심밥을 먹은 다음

엄마가 창가에 앉아 라마야나 이야기책을 읽을 때

나무 그늘이 엄마의 머리와 무릎 위에 어리면

나는 내 아주 작은 그림자를 드리울 거야

바로 엄마가 읽고 있는 그 자리에

하지만 엄마는 그것이 바로

엄마의 작은 아가의 보잘 것 없는

그림자인 줄 정말 아실까?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챔파꽃] 부분



<곽재구의 포구기행> 속에는 그가 직접 쓰지 않았지만 포구를 다니면서 떠올랐던 감성을 다른 작품으로 담아 놓아 책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는 한다. 특히나 3부 끝즈음에서 방문했던 샛별 해수욕장이 있는 서해에서 읽어주었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편은 내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페이지, 우리나라 포구를 여행한 이야기와 시, 그림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감성 가득한 작품이 읽고 싶은 날에는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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